칠리크랩 맛보기 - 점보 VS 노사인보드
싱가폴 여행을 생각하신 분들이라면
각종 해산물 요리들 중 아마 칠리크랩을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다.
나 역시 게라면 사족을 못쓰는데다
워낙 비싸 푸짐하게 먹어본지도 오래되어 칠리크랩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을 하면서 여행을 떠났다.
(싱가폴 포스트에 기재된 달러는 모두 싱가폴 달러. 1싱가폴 달러 = 600원)
점보
싱가폴 관련 먹거리를 찾을 때 가장 많은 얘기가 나오는 곳.
관광객들에게 많이 소개되는 곳이 그리 맛있는 곳은 아닐거라는걸 다 알면서도
칠리크랩 맛의 기준을 모르니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많다는 얘기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까지 하고 간 곳.
테이블에 미리 놓여 있는 땅콩과 칠리소스.
싱가폴 내에 음식점에서는 거의 이런 반찬류가 나온다.
땅콩이나 차 종류는 모두 별도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다 물리고 먹으라는 안내책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이거 얼마 안되는거 꼭 치우라고 하고 먹어야하는가 싶어서
늘 그냥 두고 이 집 저 집 맛을 보고 다녔다. 참고로 땅콩은 1달러.
더운 여름밤, 맥주를 아니 마실 수가 없다.
그 유명한 싱가폴의 타이거 비어.
맛이 부드럽고 깨끗해서 여름날 부담없이 마시기 좋다.
몇 가지 사이드 디쉬 중 프라이드 번.
조그만 딤섬 만한 크기의 빵을 기름에 튀겨주는데 따끈한게 괜찮다.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밀도 높고 달콤한 우유식빵 느낌.
냉동핫도그의 빵맛과도 약간 비슷하다.
오징어튀김을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주문한...완전 실수 메뉴. ㅎㅎ
오징어튀김이 아니라 꼴뚜기를 바삭하게 튀겨 간장에 조린, 우리식 밑반찬.
원하던 오징어튀김은 아니었으나 맛은 꽤 있었다. 맥주 안주로 딱.
드디어 칠리크랩.
둘이 가니 1킬로 가량을 먹으라고 해서 나온 것인데, 심히...작았다.
칠리소스의 맛은 첫맛은 약간 달고 부드러운 녹말 감촉이 느껴지면서
그 뒤로는 두반장과 된장의 맛, 매운맛으로 마무리가 된다.
생각보다 훨씬 마일드하고 맛의 밸런스가 별로 였다.
게다가 게딱지는 완벽하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가장자리가 잘라져서 나왔고,
살은 퍽퍽하고 단맛 없이 소금기가 살짝.
양도 적었지만, 칠리크랩고 더불어 유명한 페퍼크랩이 궁금해서 하나 더 주문했다. ^^;;;;
이것은 웍에 버터를 넣고 게를 넣고 볶아 후추로만 간을 해 나오는데,
후추의 향은 나쁘지 않지만 생각보다 느끼하다. 정말로.
그래도 칠리크랩보다는 단시간에 요리해서 그런지 살집은 조금 더 촉촉.
여기까지 98달러.
노사인보드
점보와 함께 칠리크랩과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식당.
오래전에 간판도 없이 장사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이름도 이렇단다.
점보의 크랩맛이 영 미심쩍어서 비교차원에서 간 곳.
점보와 달리 브레이크 타임도 없고, 점보만큼 사람도 많지 않아 예약 없이 갔다.
노사인보드의 기본찬.
여긴 점보 보다 하나 더 있다.
맨 앞의 고추피클 같은 것은 우리나라 고추장아찌와 아주 유사.
새콤달콤하면서 매운 맛이 나서 밥 한 그릇 생각이 나기도.
그 뒤의 빨간 칠리 양념은 우리나라 옥천냉면에 가면 주는 무김치와 아주 유사.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참 놀라웠다.
암튼, 맛있는 반찬과 소스들이 점보와는 비교가 안된다.
싱가폴의 대표 국수요리 중 하나인 호키엔 미.
호커(싱가폴식 포장마차)에서 사 먹어야 제맛일텐데, 동선이 맞지 않아 여기서 먹었다.
쫄깃한 국수에 해물을 넣어 볶은 것인데, 약간 슴슴한 짜장면 맛과 유사.
노두유에 설탕, 굴소스, 녹말을 풀어 만들면 요런 느낌이 날 것 같다.
누구라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메뉴.
버터 새우 튀김.
아...정말 맛있었던 메뉴.
커다란 새우에 인디안 밥 맛이 나는 약간의 조미료가 가해진 반죽을 붙여
기름에 풍덩 담가 튀겨낸 음식인데, 정말 맛있다.
물론 한 두세개 먹으면 그 이상 먹지 못하는 느끼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참으로 독특한 튀김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
크리스피한 튀김 상태, 물 좋고 탱탱한 새우까지 모두 완벽!
요리법이 궁금하지만 절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화이트페퍼 크랩.
점보와 비교차 들른 식당인데 과연 무슨 메뉴를 시켜야할지 고민이었다.
칠리크랩을 먹을까 싶었는데 대표메뉴는 화이트페퍼 크랩이니...
결국 대표 메뉴를 선택해서 맛을 본 화이트 페퍼크랩은 아주 좋았다.
벌써 비주얼부터 파라도 좀 얹어 내는 것 부터 달랐는데,
게딱지에 꽉 차 있는 알과 장, 아주 잘 익혀서 촉촉하고 탱글한 속살들,
적당한 기름맛과 마일드한 화이트페퍼의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특히 미디엄 레어 상태로 익은 푸짐한 게 알들은 강추.
여기까지 약 7* 달러. 72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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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곳은 비교해서 먹어보니
역시 관광객들 많은 곳이나 약간 젊은 친구들이 추천해 놓은 곳은
썩 믿을 곳이 못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도로 한번 더 당했음. -_-)
나도 싱가폴에 많고 많은 크랩 식당 중 겨우 두 곳을 찾아갔을 뿐이니
완전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점보 보다는 노사인보드가 더 낫고 칠리크랩보다 페퍼크랩이 더 나은 것 같다.
싱가폴 여행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라며...
점보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9시 넘어서 가면 예약 없이 앉을 수도 있다.
노사인보드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피크타임만 피하면 언제라도.
자세한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보시길.
점보
http://www.jumboseafood.com.sg/index.html
노사인보드
http://www.nosignboard.com.sg/
ps
그나저나 점보의 게들에서 파낸 알과 장들이 어디로 갔을까 생각을 했는데,
아마 딤섬집에 따로 모아 팔려나가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게딱지가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고,
딤섬집의 게살만두에서 그렇게 진한 게맛이 날 수가 없을 듯.
<출처 : 동남아여행-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