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원래 딱부러지는 성격이었고 꽤나 완벽주의자였는데, 불교를 알게되고 수행을 하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도 저보고 '많이 착해졌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처음엔 무척이나 맘이 편하고 좋았는데,
뭔가 꼭 쥐고 있던 걸 놓아 버리니까.. 애착심도 없어져서 모든 게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매사에 의욕도 흥미도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남편이나 딸이 뭐라고 그래도 '그래 니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방관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장이 온 것도 같고
제 마음이 현실하고 안 맞는 것 같아서 번뇌로 괴롭고,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왜 이럴까요?
▒ 답
남편이나 딸에 집착을 하면 그들을 내 맘대로 하겠다는 건데, 그 집착을 놓으면 편안합니다.
그런데 경계에 부딪치면 또 잡게 되고, '이걸 놓아야 되는데' 하면서도 잘 안되니까, 나 자신에게 괴로워지는 겁니다.
그건 '놓아야 된다'는 데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손에 뜨거운 걸 잡고
'이거 놓아야 되는데, 아고 뜨거라.. 놓아야 되는데.. 왜 못 놓지?' 하면서 계속 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욕심이 있으면 괴롭긴 하지만 생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욕심을 버렸더니 괴로움은 없어졌지만 생기도 없어진 상태입니다. 의욕도 없어진 거죠.
욕심 속에 의욕도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괴로운 건 의욕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라 욕심때문에 괴롭습니다.
욕심은.. '내가 뭘 하겠다'하는 게 욕심은 아닙니다.
'내가 물건을 10키로를 들겠다'는 것은 의욕이지만
그럴 능력도 못되면서 10키로를 들겠다는 것은 욕심이고, 괴로움입니다.
그리고, 들지도 않으면서 들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도 역시 괴로움입니다.
또 어떤 일을 10번 해야 이룰 수 있는데, 2번쯤 하고 '왜 아직도 안 이뤄지나?'하면 괴로움입니다.
이런 게 다 욕심입니다.
하겠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고 욕심을 부리니까 괴로운 겁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하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건 아닌데
욕심을 버리라니까 모든 의욕조차 다 버린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기력해진 겁니다. '어찌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뭘 해도 관심이 없고, 자식이 뭐라해도 관심이 없고.. 무관심하게 된 겁니다.
사람인지 돌인지 꿔다놓은 보리자루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된 겁니다.
이것은 법(法)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과식하지 말라는 건 밥을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과식하지 말라 하니까 아예 굶어버려서 힘이 빠진 겁니다.
오른쪽으로 치우쳤다가 다시 왼쪽으로 치우친 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이 뭐라 할 때 '넌 이래야 돼, 저래야 돼' 하면서 내 생각대로만 하려는 건 버려야 됩니다.
이미 성년인 자식인데 그렇게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나도 괴롭고 자식도 괴로워질 뿐입니다.
그러나 자식이 물어올 때는 '니 알아서 해라' 이래선 안 되고, 알면 아는 대로 조언을 해줘야 합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여보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고 하던지 '여보 꽤 늦었네요'라고 해야 합니다.
남편이 두시에 들어오든 네시에 들어오든 아무 말도 안하고, 니는 니 대로 들어오고 나는 나 대로 자면
이건 외면입니다. 왜 늦게 들어오냐면서 맨날 싸우는 것보단 낫지만 그러나 집착을 놓으라는 건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걸 가지고 싸우지 말라 이겁니다.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늦는 거니까..
이해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사람이 늦으면 걱정은 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 물어봐야죠. 시비하라는 게 아니고..
그런 관심과 애정은 표현해야 하죠.
그런데 왜 생기가 없어지겠어요?
지금 치우친 겁니다.
애가 그네를 처음 탈 때 엄마가 자꾸 옆에서 잡아주면 애가 제대로 배우질 못합니다.
그래서 '좀 놔 둬라. 혼자 타보게' 하면 '그럼 떨어져서 죽게 돼도 그냥 놔 둬요?'라고 따집니다.
하지만 그러라는 게 아니라, 엄마가 너무 집착하고 놓지 않으면 애가 제대로 배우질 못하니까
혼자 배울 수 있게 해주라는 것이지.. 다치면 얼른 업고 병원엘 가던지 해야죠..
내 자식이 아니라도 다른 애라도 다치면 병원엘 갑니다.
그건 집착이 아닙니다. 그건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에 속하고
성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에 속하는 겁니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 두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그와 같이 집착을 놓아라 했더니 아예 외면으로 가버렸습니다. 치우쳤습니다. 너무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1차적으론 해결이 됐는데 그에 따라 다시 부작용이 생겼고, 지금 힘들고 헤매는 겁니다.
처음엔 너무 집착이 많았고, 그래 집착을 끊어라 했더니 너무 지나쳐서 무관심으로 가버린 겁니다.
무자비로 가버렸다 이 말입니다.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합니다.
그러한 점을 잘 고려해서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무주상은 집착보다 더 큰 에너지 http://cafe.daum.net/santam/IQ3h/188
첫댓글 관심과 애정과 의욕은 취하고 욕심과 집착을 버리는 것은 마치 절반의 모래가 섞인 쌀에서 쌀알만 골라내어 밥을 지어 먹는 것 처럼 어렵고 힘들어 아예 모래 섞인 쌀을 통째 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다 버리고나면 배가고파 힘이 빠지지 않을까요.. ^^
반야님의 댓글이 제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는군여..
관심과 애정과 의욕이 있으면 욕심과 집착은 항상 따라다니기 마련이더라구여...
마음을 비우데 지혜롭게 살아야 하네요
욕심버리고 집착하지 않고 오직 사랑! 잘 안되요
자꾸 얄미운걸 요 누가? ㅎ 제 남편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