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새벽녘, 미쳐 어둠이 거치지 않은 시각에 일어났다. 반찬 통이며 생활용품 거리를 대형 배낭에 담고 취사도구며 이부자리, 옷가지 등을 싼 봇짐이 셋이나 된다. 배낭을 메고 양손에 봇짐을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아내가 들고 따랐다. 혼자 보내는 것이 짠한지 코를 훌쩍거리면서 나보다 심란해 한다.
목포항 제3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탔다. 객석이 1, 2층 합해서 삼백 석이나 된다는데 손님은 별로 없었다. 낚시꾼 몇 명과 섬 주민들 일부만 띄엄띄엄 객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서 동료 교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한결같이 먼 나라에라도 가는 것처럼 얼굴이 굳어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 바다가 잔잔하군요. 가거도 가는 뱃길이 보통이 아니에요. 워낙 바닥이 세서 오고 가다가 녹초가 되지요.”
이렇게 4시간 30분 걸려서 가거도에 도착했다. 외로운 섬나라로 유배온 기분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집 생각이 간절했다. 아내와 헤어져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바닷 바람이 세차게 객창을 두드린다. 밤내 후박나무가 거세게 울어대서 몸을 뒤척였다.
새벽녘에 바닷가로 나갔더니 갯돌 소리만 요란했다. 저것들도 육지를 그리워하다가 몸뚱이는 다 없어지고 심(心)만 남은 것이다. 고작 하룻밤을 세웠는데 몸뚱이 다 닳아지고 마음만 남은 것 같았다. 끝도 없이 파도 밀어오는 동편 바다만 바라 보았다.
첫댓글 배를 타고 4시간 30분......... 물을 무지 무서워하는 ..... 전 조마 조마 해서 ..... 배 타는 것만으로도 .. 온몸이 녹초가 될 듯요..... 섬 마을 선생님이 되신 거네요........ 고맙습니다. ~*__^*
살다보면 험하고 모질었고 힘들고 아픈 추억이 더 잊혀지지 않고 세월지나 그리움으로 자리하는 건... 모르면 몰라도 그곳에 머무시다 나와 몸도 마음도 한가한날 어느때 꼭 다시 찾아가 보시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님의 시를 읽으며 꼭 제가 그곳에 서있는냥 파도를 맏으며 서있는 기분이네요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가거도는 저에게 그리움의 곳으로 남아 있지요. 현재는 거기서 나와서 목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억속에 아련하고 아름답게 포장된 추억의 장소 그립네요~
감사합니다.
즐감
그리운섬 가거도
서해를 지키는 형님 같은 섬
항상 좋은걸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감상할게요. 고마워요
오매불망 몸살하며 만물정령으로 태어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