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이후 새판짜기 ◈
지난 27일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82) 대통령이 말을 잇지 못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 교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후보를 급히 바꿔서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대안 후보이지요
민주당은 토론 직후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내부적으로 후보 교체에 대한
논의를 조용히 시작했다고 알려졌어요
토론 이후 정계 및 언론에선 여러 대안이 언급되고 있지요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이 일단 많이 거론되고 있어요
2021년 취임 이후 바이든의 국정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기에
정책을 이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지요
그러나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대통령 후보’라는 특수성을 내세울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지층을 빠르게 결집시키고 있는 트럼프에게
대적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대세이지요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정치 활동을 해서 확장성과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가 많아요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지지율(39%)은 바이든보다도 낮게 나왔지요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스타 주지사 3인방’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소환됐어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지요
이들은 모두 50대로 젊고, 수십 년간 지역 정치로 다져진
행정 능력과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요
특히 셔피로 주지사는 전통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2020년 주지사 재선 당시 트럼프가 지지했던
공화당 후보에게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인물이지요
뉴섬은 문제의 대선 토론회가 끝난 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의 사퇴설을 일축했는데, 지친 바이든과 대조되는
젊고 활기 넘치는 모습이 오히려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 외에도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 등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지요
다만 후보 교체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지요
사실상 바이든을 단일 후보로 세운 민주당은 8월 시카고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찍기로 한 대의원의 선발 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지요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대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절차상 불가능하다고 볼수 있어요
만에 하나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결심하더라도
이후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지요
바이든이 자신을 대체할 후보를 지명하고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한
대의원들이 그에게 대신 표를 주는 방식이 그나마 무난하지요
하지만 민주당 내 다른 인사가 불복해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나서겠다고 할 경우 대의원 확보를 위한 각개전투가 벌어지며
민주당에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NBC는 “대통령 후보를 다시 정해야 할 경우 막후에서 벌어지는
모략과 당내 선거전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어요
아무튼 미국 대선 첫 TV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완패로 끝났어요
CNN 조사에선 “트럼프가 더 잘했다”는 응답이 67%였지요
토론 도중 수차례 말을 더듬거나 쉽게 흥분하고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 바이든의 모습에 많은 유권자가 실망했어요
민주당 내부와 진보 언론에서조차 후보 교체론이 분출하고 있지요
그러나 대선까지 넉 달 정도 남았어요
트럼프는 얼마 전 ‘성 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도
지지율에서 앞서왔지요
이에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커졌어요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은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요
문재인·트럼프 시절 크게 훼손된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정상화한 것이 주요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작년 8월엔 정상화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선언을 통해 3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지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없었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일들이었어요
이 말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대외·안보 정책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나 북한 비핵화에 별 관심이 없어요
동맹을 금전 논리로만 보고 있지요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축소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 할 가능성이 크지요
“김정은은 나를 좋아한다”고 자랑하는 트럼프는
언제든 김정은과 위험한 거래를 할 수 있어요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지요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와 대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했어요
빈말이 아닐 것이지요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군사 기술 이전까지 시사했어요
그런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한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지요
그러나 지금 부터라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들인 만큼 대비해야 하지요
우선 캠프 데이비드 협정 같은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 하지요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 재래식 무기와
통합 운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에 있어요
이것을 작전 계획에 신속히 반영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야 하지요
그리고 또 트럼프의 집권을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역발상도 필요하지요
가령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핵 옵션을 요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우리도 핵 보유국이 되어야 하지요
‘바이든 이후’ 안보 새판 짜기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미국 대선 TV 토론 이틀 후인 지난 29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굳은 표정으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어요
▲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올해 대통령 선거의 첫 TV 토론이 끝난 후
민주당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설을 일축했지만 고령에 기운 없어 보였던 바이든과 대조되는
활기찬 모습이 오히려 호감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왔지요
▲ 미 대선 TV토론 중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