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요인을 미리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생 기자
“아주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
“열이 올라 계속 우는데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어디가 아프다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는 엄마·아빠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다. 작은 생채기만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은 집 안에서 발생한다. 거기에 찬바람이 불고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사고와 질병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허둥지둥 응급실만 쫓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유행하는 질병이나 잦은 사고 유형을 미리 알고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 집안이 제일 위험해요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는 자칫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아이들 손상 예방 수칙’을 발표했다. 특히 강조된 것은 다름아닌 ‘집 안에서 손상 예방’.
이유는 간단하다. 2006년 8월부터 10달 동안 응급실을 찾은 어린이 손상환자를 심층조사한 결과 어린이 사고의 71%가 가정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분류된 것은 방과 거실. 다음은 욕실과 화장실, 부엌 순이었다.
보건복지부(www.mohw.go.kr)가 서울대학병원 등 전국 6개 표본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 주요 결과’에서도 전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1만292건 중 ‘가정(37.6%)’에서 3935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린이 안전사고 80%이상이 보호자 동반 때 발생,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안전사고 중 넘어지고 부딪히는 등 강한 충격에 의한 ‘둔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미끄러짐 △추락 △끼임 △화상 △이물질 흡입 등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
▲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손씻기는 기본이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대생 기자
# 위험 요인은 미리 없앤다
넘어지고 떨어지는 손상을 예방하는 수칙은 알면 실천하기 쉬운 것들이다. △뒤집기가 가능한 아이는 침대나 의자에 혼자 두지 말 것 △침대 안전대를 사용할 것 △아이가 자주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곳에는 부드러운 천·담요를 깔아 둘 것 △아이가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전기코드는 잘 정리할 것 △보행기는 추락 사고의 주된 원인이므로 사용하지 말 것 △아이의 몸무게를 견딜 수 없는 방충망 대신 창틀을 설치할 것 등이다.
끼이고 베이는 손상을 예방하려면 선풍기에는 망을 씌워야 하고, 손이 낄 수 있는 문에는 끼임 방지 기구를 사용한다. 칼 등 날카로운 조리기구가 많은 부엌에는 아이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심한다.
욕실과 화장실에서는 물이 찬 욕조에 아이가 홀로 있지 않도록 하고, 변기 뚜껑은 항상 닫아 둬야 한다. 욕실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매트를 붙이거나 미끄럼 방지 슬리퍼를 쓰는 게 좋다. 계단이 있다면 계단 옆 벽에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그림은 걸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을 보다가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놀다 긁히거나 베어 피가 날 때는 피를 보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 아이를 안정시킨 다음 응급조치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영·유아들은 중심을 잘 잡지 못해 미끄러지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뇌진탕이 발생할 수 있으니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절을 한다거나 구토·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잘 놀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 구토를 한다거나 평소와 달리 잘 먹지 않으며 칭얼거리고 움직임이 둔하고 느려지면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 전문의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손씻기는 기본이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대생 기자
# “먹지마” 만으로는 부족
아이들이 여러 물건을 삼켜서 문제가 되는 사고도 많다. 특히 어른들이 먹는 혈압조절약 등 여러 약이나 화장품 가운데 매니큐어 제거액, 살충제, 변기 또는 바닥 세정제 등은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담배도 1개비 이상 먹었다면 곧바로 응급실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땅콩, 바둑알 등은 자칫 기도로 넘어가 호흡을 막을 수 있으므로 특히 잘 관리해야 한다.
삼킴사고를 예방하려면 장난감 등 제품에 표시된 경고문을 확인하고,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제품이나 작은 조각들로 이뤄진 제품은 구입을 삼가야 한다. 분해되는 장난감도 주의가 필요하다.
단추나 구술과 같은 작은 물건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장난감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이 있는 제품은 즉각 폐기한다.
삼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재빠른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입속 이물질의 위치를 살피지 않고 손가락으로 쓸어내려는 행동, 연약한 콧속이나 귓속에 손상을 주면서 이물질을 꺼내려는 행동 등은 자칫 기도폐쇄를 유발하거나 불필요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일단 아이가 울거나 말을 할 수 있는 등 호흡곤란이 심하지 않으면 얼굴을 땅을 향해 엎드리게 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아이의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이물질이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안색이 변할 정도로 호흡곤란이 심하면 먼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해 119를 부르게 한다. 이어 아이의 입을 벌리고, 이물질이 잘 보이면 손으로 빼내 본다. 그러나 이물질이 깊숙이 들어갔을 경우 아이의 머리와 상체를 하체보다 낮게 하고,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다. 이물질이 아이의 기도를 막은 사고 후에는 사소한 것이라도 의사의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방심하면 흉터 오래 남아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화상에 노출되는 사고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뜨거운 물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주의가 당부된다.
화상의 유형은 뜨거운 물에 의한 열탕화상이 가장 많았고, 접촉열화상이나 가습기나 전기밥솥 등 수증기에 의한 화상도 많다.
이런 화상은 적절한 응급대처를 제때 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지하게 되면 보기 흉한 흉터로 남아 자라면서 자칫 놀림감이 되거나 심한 경우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화상 흉터로 고생을 하지 않게 하려면 화상 사고 때 초기응급조치와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화상 후에는 즉각 흐르는 찬물로 화상부위를 20분 정도 식혀 화상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줄이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영·유아는 20분이 넘으면 저체온증이 될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 의복 위에 뜨거운 물이 엎질러진 경우라면 무리해서 옷을 벗기지 말고 의복 위에 찬물을 붓도록 한다.
다음으로 감염방지를 위해 청결한 거즈나 면포 등으로 화상부위를 덮고 물집이 생긴 경우라면 무리해서 터뜨리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