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훈장을 받는다?
지뢰 밟고 분대원 구한 네 발의 전우, 군견 ‘헌트’인헌무공훈장+소위 계급장
1·21무장공비 사태 수색 활약 군견 ‘린틴’ 인헌무공훈장
경주마 ‘레클리스’, 6·25 탄약 운반 공로 미 퍼플 하트 훈장
한·미 대통령 표창도 받아…미군 군마 최초 하사 계급장
호국보훈의 달도 어느덧 중순으로 넘어갑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기간인 것이죠.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켜온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이분들에게 계급을 추서하거나 훈장을 수여하며 그 고마움을 전합니다.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쳤던 그분들의 희생에 비할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작은 보답을 하는 행위인 것이죠.
그런데 군인들만이 훈장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군의 역사 속에는 훈장을 받은 군견도 두 마리나 있습니다.
그중 한 마리는 ‘중위’로 계급이 추서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양구 제4땅굴 앞에 세워진 군견 헌트의 동상. 헌트는 땅굴 수색 당시 지뢰를 밟아 폭사하며 장병들의 생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공훈장과 함께 소위 계급장을 받았다.


2013년 7월 미국 버니지아 주 국립해병대박물관 옆 공원에 설치된 6·25전쟁 영웅마 레클리스의 실물 크기 동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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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 계급장 받은 군견 ‘헌트’
강원도 양구에서 동북쪽으로 26㎞ 지점의 비무장지대에는 제4땅굴이 있습니다. 1978년 제3땅굴이 발견된 지 12년 만인 1990년 3월 발견된 북한의 남침 야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물입니다. 그런데 이 땅굴 앞에는 흔하지 않은 기념물이 있습니다. 바로 군견 ‘헌트’를 기리는 ‘충견지묘’라고 쓰인 비석과 그 뒤에 우뚝 솟은 동상입니다. 헌트는 독일산 셰퍼드종의 군견이었습니다. 제4땅굴이 발견되고 수색할 당시 투입된 군견이었죠. 원래는 적 지뢰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 멈추고 짖는 훈련을 받고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뢰 함두가 물속에 잠겨 화약 냄새를 맡지 못하는 바람에 지뢰를 밟고 폭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덕(?)에 함께 수색하던 장병들은 목숨을 건졌고 국방부는 1개 분대원들의 생명을 구한 헌트에게 그 공을 인정해 인헌무공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또한 장관명에 의거 ‘소위’ 계급을 추서했습니다.
우리 군에서 최초로 계급장을 부여한 경우입니다. 참고로 군견은 계급이 없습니다. 대신 병사들에게 ‘군번’이 있듯 군견에는 견번이 있습니다. 계급을 부여받은 군견은 헌트가 최초입니다.
그런데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군견은 헌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1968년 1·21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 기도 사건 당시 무공을 세워 훈장을 받은 견번 41번 ‘린틴’이 그 주인공입니다. 린틴은 그 이듬해인 1969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작전에 투입돼 늦가을 서리 내린 산악에서 한 달가량 수색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린틴은 군견 1세대로 초창기 외국에서 수입된 군견 중 가장 값싼 군견이었다고 합니다. 린틴의 두 귀가 아래로 처졌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볼품없다는 외견상의 핸디캡은 물론 처진 귀 때문에 청력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린틴은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그 어떤 군견보다 슬기롭고 용맹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두 군견이 받은 인헌무공훈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하에서 전투에 참가해 뚜렷한 무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의 5등급에 속하는 훈장입니다. 여기서 ‘인헌’은 고려시대 명장인 강감찬 장군의 호입니다.
● 6·25전쟁 영웅마 ‘레클리스’
6·25전쟁과 관련해 훈장을 받은 동물로는 군마도 있습니다. 2013년 7월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미국 버지니아 주 국립해병대 박물관 옆 공원에서 실물 크기의 동상이 설립되고 헌정식까지 진행된 전쟁 영웅마 ‘레클리스(Reckless)’입니다. 이날 동상 헌정식에는 미 해병대 사령관은 물론 6·25전쟁 당시 레클리스와 함께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전우들이 참석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모한’이라는 뜻의 레클리스는 암컷 몽골 말입니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 ‘아침해’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경마장을 누비던 경주마였죠.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 해병대에 팔려 탄약과 포탄 등을 나르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레클리스는 저돌적 임무 수행으로 미 해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미 해병1사단과 중공군 120사단이 격돌한 네바다 전초전투에서는 보급기지에서 고지까지 수없이 왕복하며 장병들에게 생명과 같은 탄약을 운반하며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포탄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달리자 장병들은 ‘Reckless(무모한)’라는 별명을 붙였고 이때부터 ‘아침해’는 해병마 레클리스로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레클리스는 정전협정 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수여하는 퍼플 하트 훈장을 비롯해 선행상, 미국 대통령 표창장, 미 국방부 종군기장, 유엔종군기장, 한국 대통령 표창장 등 각종 훈장과 상을 받았습니다. 1959년에는 ‘하사’ 계급장을 부여받아 미군 최초의 말 하사관이 됐습니다. 미군은 1960년에는 성대한 전역식을 치러줬고 1968년 ‘레클리스’가 죽자 미 해병대는 엄숙한 장례식으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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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