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오해와 진실
방사선이란 ‘에너지를 함유한 입자 또는 파동이 공기나 매개체로 전달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방사선을 가속하여 강력한 에너지를 암세포에 전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을 방사선치료라고 한다.
이 방사선치료의 역사는 1895년에 뢴트겐(Rontgen)이 X-선을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여러 의학자 및 연구자들에 의해 방사선이 암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초기에는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선을 이용하다가 1950년대에 최초의 선형가속기(linear accelerator)가 개발되면서 인공적으로 가속하여 얻어진 방사선이 암치료에 이용되었다.
이후 전산화단층촬영(CT)이 도입되면서 치료기술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졌고, 최근에 와서는 컴퓨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와 더불어 방사선치료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 개발 덕분에 현대에는 과거보다 정밀한 치료 계획 아래,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치료기법 등이 가능해졌다. 현재 방사선치료는 항암치료에서 수술, 항암화학요법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될 주요한 치료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 방사선치료의 발전과 분류
최근 방사선치료 기법의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갖춘 치료 설비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비교가 다를 수는 있지만 승용차와 SUV처럼 같은 자동차라 하더라도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듯, 방사선치료 역시 치료 기법에 따라 기능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방사선 고유의 성질에 따라 광자선(X-ray, photon)과 입자선(particle radiation)으로 분류할 수 있다. 광자선은 쉽게 말해 높은 에너지의 빛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인체를 투과하여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입자선은 핵입자로 알려진 미립자로 이의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가 전달된다.
입자선을 이용한 대표적 방사선치료법이 양성자치료(proton therapy)이다. 양성자치료는 방사선 에너지가 특정 깊이에서 멈춰지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여 방사선량을 종양에 집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종양에 소수의 양성자 빔을 이용해서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면서도 주변 장기의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외의 대부분의 방사선치료에는 광자선이 사용된다.
방사선치료 기법의 발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종양의 모양에 최대한 일치하는 방사선 분포를 얻는 방법이다.
CT촬영이 방사선치료에 이용되면서 3차원입체조형치료(3-dimensional conformal radiotherapy)가 도입되었는데, 이는 종양의 분포를 3차원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장 적합한 방사선을 조합하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종양은 모양이 구형이 아니라 울퉁불퉁 불규칙하고, 이런 모양으로 분포된 종양은 3차원입체조형치료 만으로는 종양이 정확히 치료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세기조절방사선치료법(intensity modulated radiotherapy, IMRT)이다. 이 세기조절방사선치료로 종양의 모양에 상관없이 종양에 알맞은 선량 분포를 얻을 수 있어 보다 정밀하게 치료를 할 수 있다.
둘째, 정밀한 치료 계획에 따라 환자의 몸에 방사선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치료 기계에 위치 확인을 위한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지닌 장비들이 개발되었고, 치료 직전에 치료 자세의 정확한 위치 확인을 통해 오차 범위를 줄여주는 영상유도방사선치료법(image-guided radiotherapy, IGRT)이 등장하였다.
또한 영상유도방법 중 일부 설비에서는 호흡을 할 때 종양이 움직이는 정도를 반영해서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폐나 간 등에 있는 종양은 환자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이럴 때 장기의 움직임으로부터 치료 범위를 보다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호흡동기방사선치료(respiratory-gated radiotherapy)라고 하는데, 현재 임상에서 쓰이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종양의 모양대로 정밀하게 방사선치료를 계획하고, 계획된 방사선을 정확하게 환자 몸에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 방사선치료법 발전의 근간이다. 이를 만든 회사나 약간의 기능과 성능의 차이에 따라 치료기의 이름이 다른데, 이 또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선형가속기(Linear accelerator)로 통칭되는 치료기 이외에 토모테라피(Tomotherapy), 사이버나이프 치료기(Cyberknife radiosurgery system), 노발리스 치료기(Novalis system), 트루빔(TrueBeam), 베로 정위방사선치료 시스템(Vero SBRT system) 등이 그것이다.
◆ 방사선치료의 궁극적인 목적
방사선치료 목표는 원하는 치료 부위에 최대한 많은 양의 방사선을 조사하면서, 주변 정상 장기에는 가능한 한 방사선이 덜 가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여러 기술의 발전이 이 목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주었지만, 완벽하게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보다 나은 치료 장비가 개발되어 목표에 더욱 근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방사선 생물학 분야의 발전이 이러한 방사선치료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같은 방사선량에서도 종양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방사선민감제(radiosensitizer)에 대한 연구 및 정상 조직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사선방어제(radioprotector)등을 실험실에서 연구를 통해 찾아내고 임상에서 활용하는 것이 방사선치료의 발전에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방사선치료의 오해와 진실
Q. 방사선치료 중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나요?
방사선치료가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까봐 걱정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암치료에 쓰이는 방사선은 인체 투과성이 뛰어나 몸 속으로 많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전달된 에너지가 암세포 유전자의 성장을 막거나 박멸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 후 방사성 물질이 몸 속에 남아 있지 않고 완전히 사라진다.
의료진이 거리낌없이 치료실에 출입하고, 환자를 응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이 환자의 몸에 남아있다면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지금처럼 가까이서 환자 면담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일부 암에서는 방사선치료가 아닌 방사성동위원소로 치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동위원소의 투과 거리 및 반감기 등을 고려해서 일정 기간 격리가 필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방사선치료와는 다른 것이므로 치료 전에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Q. 방사선치료가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고 하던데요?
가장 많은 오해 중 하나로, 방사선치료가 체력적으로 매우 부담이 되고 부작용도 심하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방사선치료만을 두고 봤을 때 환자에게 가는 체력적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고 치료 중 부작용 역시 대부분은 견딜 만하다. 최근 일부 암환자에서 방사선치료는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치료되는 경우가 많아 두 치료의 부작용을 동시에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전신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많은 경우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방사선치료는 수술과 같은 국소치료법으로, 부작용이 생긴다 하더라도 대부분 치료 부위에서 나타날 뿐 전신적인 부작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두경부 종양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구강 및 인두에 점막염이 나타날 수 있고, 직장암 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배변 빈도가 높아지면서 설사를 하기도 한다. 부위에 따라 부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힘이 들만큼 심각한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드물다.
물론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약간의 전신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가 종료된 후 수개월이 지나서 발생하는 만성 부작용도 있다. 이는 암의 종류 및 방사선치료의 목적이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전문의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거나 상담을 통해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방사선치료 중 식생활에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암환자의 영양 섭취는 치료에 매우 중요한 부분인만큼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방사선치료에 한정해서 치료 중 식생활에 유념해야 할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다. 일반적으로 암환자에게 권장되는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암환자들에게 음식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속설이 많아 힘든 암환자가 2차 고통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흔히 접하는 사실이다. 육류를 먹으면 암이 자란다고 생각하거나, 당분 및 지방 섭취도 암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말에 섭취를 거부하는 일도 있다. 이는 우리 몸의 주요 3대 영양소를 모두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암치료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식생활의 원칙이므로, 속설을 믿기보다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영양소를 잘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아무 음식을 제한 없이 섭취하거나 다른 기저 질환을 무시하고 고영양식을 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포괄적인 영양 관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방사선치료로 인한 오심 및 식욕저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와 상의해서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방사선치료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사선치료 방법에 대한 원리는 과거 100여 년 전부터 여러 의학자 및 과학자를 통해 밝혀져서 현재까지 치료에 이용되고 있고, 주로 사용되는 치료방법은 분할치료(fractionation)이다. 분할치료는 암세포와 정상조직의 성장 특징의 차이를 이용하여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으로, 기간을 두고 여러 번 나누어 방사선을 쬐는 방법이다.
많은 방사선을 한번에 쬐면 암세포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주변의 정상세포들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주변 정상세포의 피해를 줄이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방사선을 나누어 조사하는 분할치료가 더 유리하다.
종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분할치료는 보통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7주 정도의 치료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치료 목적이나 주변 정상세포의 방사선 민감도, 종양의 방사선 민감도, 항암화학요법의 추가 여부 등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Q. 일부 방사선치료는 1회 치료로 끝나거나 4회 이내로 기간이 짧던데 이것은 무엇인가요?
앞서 설명했듯이 방사선치료 기간이 긴 것은 분할치료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한적이지만 분할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방사선 조사량을 극대화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주변 정상 장기 일부가 기능을 잃더라도 전체 장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간은 그 일부를 잘라내어도 간 전체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 둘째, 종양의 크기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주변 장기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앞선 첫째 조건이 맞는 정상 장기라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기능 저하 및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 정확한 방사선치료 설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고선량의 방사선이 자칫 엉뚱한 곳에 조사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선량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법을 저분할방사선치료(hypofractionated radiotherapy)라고 부르나 임상적으로는 정위적방사선수술/치료(stereotactic radiosurgery/radiotherapy)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보통 4회에서 적게는 단 1회의 치료만으로도 암세포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이렇게 고선량 방사선치료는 주로 뇌종양, 폐암, 간암, 전립선암, 췌장암, 국한된 전이성 종양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정확한 부위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해서 치료 기간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사선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므로 머지않아 사용범위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제공: 하이닥
△ 작성: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Note:
말기암 환자가 뼈로 전이가 되어 골반 부위의 통증이 극심하여 패치를 붙여도 변화가 없어 방사선 치료를 권유받아 3회 치료를 한 후에도 통증의 변화가 없었고 정상적이 보행이 어려워 지팡이를 짚어야만 가능하였던 환자가 장애 진단을 받고자 보건소에서 일반 X-ray 촬영을 하였는데 뜻밖에 골반 부위에 골절이 발견되어 며칠 후 인공 관절 수술을 하고 정상 보행을 할 수 있었던 케이스가 있었다.
담당 주치의는 말기암 환자라는 편견으로 당연히 암성 통증으로 치부하고 기본적인 검사를 무시하여 일어난 사례인데 혹여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일반 X-ray 촬영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 한다.물론 대부분의 말기암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통증이지만 이러한 오류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이다. 다행히 이 환자는 수술 후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있었으며 체중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담당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많이 회복이 되었다/의공학 전문가 김동우 010.7216.6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