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파워 블로거 빌시
꼬닥꼬닥 천천히 (제주 사투리)
협재해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그랬지요.
한림공원 가보면 볼 것 없다고...
과연 그 스텝은 정말 한림공원에 가봤을까?
눈앞에 두고 있는 비양도도 별로라고.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떠나는 제주여행의 첫 날. 첫 코스는 한림공원이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곳을 가볼까? 말까?
결국은 카메라 하나 달랑 매고 빌시는 공원을 향해 걸어갑니다.
오후 5시가 넘어서도 제주도 낮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새로 갈아입고 나온 얇은 셔츠는 어느새 땀으로 젖어있었습니다.
한림공원을 모두 둘러보는 데는 걸음속도와 걷는 동선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쉬는 시간을 포함해도 두 시간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매표소를 거쳐 입장하는 시간이 공원을 모두 둘러보기엔 부족해서인지
입장료를 조금 할인해 주셨어요. 빌시야 고마운 할인혜택이지만,
그만큼 부지런히 보고 걸으면서 사진에도 담아야 하는 작은 부담은 있었어요.
공원의 크기만큼 관람하는 인원도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내부는 오히려 한적하여 진짜 산책하기 좋은 시간을 얻은 셈입니다.
일부 구간은 빠른 걸음이었지만, 일부 구간은 꼬닥꼬닥 걸으면서
한림공원이 주는 여유로움을 마음껏 느끼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지요.
다 키워진 나무를 옮겨와 심기만 했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어요.
하지만 야자수길을 걸으면서 사진과 함께 안내글을 읽으며 모래밭이었던 이 일대를
이렇게 숲을 만들며 개척해 나갔던 초기에 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씨앗을 심어서 20미터 가까이 자라난 (까나리 아닙니다) 카나리엔시스 야자수와
열매가 아주 달다는 대추야자가 야자수길의 주인공이 되겠습니다.
협재굴을 시작으로 마지막은 쌍용굴을 통해 나오는 코스가 있었는데
동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처음엔 협재굴을 먼저 발견(1955)했답니다.
더위? 동굴안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어요.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도중에 발끝부터 시원한 냉기를 느낄 수 있었던
협재굴 동선을 따라 이동을 하니 <살아있는 돌>을 만나게 됩니다.
떨어지는 석회수에 아주~ 아주 조금씩 크기가 커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래요.
이 돌을 보걸랑 어느 천장에서 떨어져 내렸는지 살펴보세용~!
처음엔 협재굴에 들어가면 보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했지만,
일부 쌓였던 모래를 제거하여 출구를 만들어서 불편 없이 쌍용굴을 찾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는데
협재굴과 쌍용굴 사이에 지상으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두상석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시원한 동굴이 좋았는지 이 구간에서는 빠른 걸음이었네요.
협재굴보다 약 4배 더 긴 쌍용굴을 스토리텔링 동굴이라 부르고 싶군요.
천장에서 생성된 석순이 자라 바닥에 있는 석순과 맞닿아 석주를 만드는데
<지의 석주>를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고 나오면 지혜가 생긴다하여
세바퀴를 돌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입니다. 백 바퀴 돌걸...
월계 진좌수에 관한 전설을 이 동굴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비를 피해서 동굴에 들어오니 한 여인이 짠! 하고 나타나
입으로 구슬을 옮겨 받는 놀이를 하자며 제안을 합니다만 얼굴빛이 나빠지자
"무슨 일이 있기에 얼굴빛이 그러느냐?"
훈장님의 질문에 진좌수는 구슬놀이를 했었던 이야기를 소상히 전합니다.
" 그 여인은 여우닷!"
구슬놀이를 하다가 구슬을 삼키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보거라!
훈장님이 시킨대로 삼키니 여인은 멘붕을 추스리고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와 덤벼드니
도망을 가다 급한 마음에 사람을 먼저 보게 되면서 사람의 속까지 꽤 뚫어 보는 명의가 되었다는 전설~
돌로 꾸민 미니어쳐 - 제주 초가석엔 제주의 느낌이 물씬 스며들었네요.
멧돼지 돌도 그럴듯한 모습에 귀엽다며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지만 눈빛으로 대신합니다.
곱창을 생각나게 했던 용암수형.
독특하게 남겨진 그 모습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으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요.
여름의 꽃. 수국동산은 꽃 잔치가 진행 중이었지만, 지금은 모르겠네요.
관람객을 위해 수국 특별전시를 했었는데, 다양한 모양과 색상으로 가득 피어난 수국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진심과 변덕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가지의 꽃말을 거부하는 수국은
이번만큼은 진심이라는 꽃말로 함께 해다오~!
쌍용굴 동선을 따라 걷다가 뜬금없이
동굴 안에서 (인간이 되고픈) 곰들을 기다리며 판촉활동 중인 빌시를 상상하며...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한림공원.
여행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