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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울릉도 돌아보기
울릉도 육로관광길이다. 사동이다.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모래밭이 있는 곳이다. 한참 신항 및 해군기지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그 면면을 곧 드러낼 것이다. 울릉도 발전에 획기적인 역할로 중심지까지 변화가 올 것이다. 거북바위 및 향나무 자생지다. 거북바위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시스텍이다. 동편은 비교적 평탄하고 서편은 울퉁불퉁한데 암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위를 한 바퀴 빙 돌아본다. 건너 절벽에 향나무 자생지다. 사자바위를 지나고 사태감을 지나고 오징어로 유명한 태하를 지나 산자락 굽이굽이 넘는데 얼핏 해넘이를 하려고 한다. 낙조가 그림 같은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차를 뒤돌리기도 그렇고 부지런히 달려가도 이미 늦었다.
해양심층수가 있는 곳이다. 현포등대 앞에서 혹시나 하였으나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노인봉이며 송곳봉을 바라보다가 울릉도가 내놓는 바다의 명물인 코끼리바위(공암)에 빠져든다. 용출소를 지난다. 천부항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나리분지로 향한다. 산길이 험악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지금은 고속도로가 되었다고 하면서 연신 핸들을 꺾는다. 몸뚱이가 튀어나가거나 옆으로 휩쓸릴 것 같아서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 끝내 나리분지에 도착하였다. 저 위가 성인봉으로 저쪽을 따라가면 울릉국화, 섬백리향군락지에 성인봉 원시림지대가 나온다. 앞쪽에 화산폭발로 튀어나간 알봉이 있다. 사방은 서서히 어둠에 빨려들면서 흐릿흐릿해진다.
성인봉 아래쪽에 나리분지다. 자그마치 60만 5천 평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은 2중분화구이다. 알봉이 튀어나가 앞쪽 산줄기에 봉우리로 남아있다. 2중분화구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일이다. 물론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산지의 거대한 평원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여기며 개척민들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주위에 너와집을 짓고 투막집을 짓고 살았다. 나리의 뿌리를 캐먹으며 살았다. 울릉도는 화산지대로 비가 오면 금세 땅속으로 물이 스며든다. 그 물이 대부분 이곳 나리분지에서 집결되었다가 지하로 흐르면서 자연 분출된다. 울릉도는 어느 곳을 가도 물만은 풍부하다. 용출수 수력발전소까지 있다.
이 분지 밑에는 거대한 항아리 같은 공간이 있어 수백만 톤의 물이 저수되어 있을 것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그 물이 넘쳐서 섬 전체로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내고 비가 내리면 받아들여서 채우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곳 외에 저 너머 봉래폭포에서도 끊임없이 흘러 저동으로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땅속에 잠겼다 용출되어 흘러내리는 물이 하루에 3만 톤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어느 섬에서 이처럼 물이 풍부하게 넘쳐나랴. 이곳에서 재배되는 더덕에는 샤포린이 인삼보다 많고 심지어는 섬단풍나무에서도 일부 샤포린이 검출된다고 한다. 섬지방의 해풍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약초와 나물을 많이 재배하여 소득을 올린다.
제주도에 조껍데기 술이 있다면 울릉도 나리분지에는 씨껍데기 술이 있다. 좁쌀과 씨앗으로 담근 막걸리인 셈이다. 누군가는 여자가 조껍데기 술에 미인이 된다면 남자는 씨껍데기 술에 회춘을 한다고 우수개소리를 한다. 아무래도 지역특산품에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씨껍데기 술에 안주로는 더덕무침, 섬고비(섬고사리), 고기 맛 난다는 삼나물회, 미역취나물, 명이나물이 인기다. 부지깽이나물은 1년에 4번이나 수확을 하는 효자작목이다. 울릉도의 또 하나의 특산품 엿공장을 찾았다. 한 때는 후박나무 엿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호박이다. 마침 가을철 수확기라서 그렇겠지만 둥글 넙적하니 맷돌 같은 모양에 십여 개 골이 파인 호박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
울릉도 하면 특산품으로 오징어와 호박엿을 빼놓을 수가 없음을 안다. 저 호박을 재료로 하여 직접 엿을 만든다는 은연중 과시함이다. 대뜸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시음장에 들어서니 호박엿에 호박빵 호박조청을 맛보인다. 오징어는 당일 잡은 오징어를 직접 해풍에 말리는 태하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최고의 상품 진짜 울릉도오징어로 등록된 상표가 있단다. 육지에서 냉동된 오징어를 말린 것과는 달리 육질이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있단다. 여기에 칡소(약소)를 빼놓을 수 없다. 울릉도의 대표 브랜드인 셈이다. 그러나 칡소(약소)를 맛보기에는 여건상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바다 사정으로 고기잡이를 나가지 못하면 양식이 없어 생선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도동 해안산책로를 걷는다. 울릉도 초기의 화산활동 당시에 만들어진 화산암인 현무암이 괴상하게 깎이고 다듬어지며 뼈다귀만 남은 모습에서 움푹움푹 파인 계곡과 높은 천장과 해식동굴들을 만난다. 해변 광장에 생선을 파는 아낙네들도 없다. 연 이틀 어선이 나가지 못해 고기가 없어 돌아서는 아쉬운 발길들이다. 바다 저 멀리에 밝게 혹은 흐리게 불빛이 들어온다. 고기잡이 배다. 배는 저녁에 나갔다 아침에 들어온다. - 2014. 11. 04.
* 시스텍 :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큰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섬처럼 분리된 해안 지형 촛대바위 또는 등대바위라고 부르는 것들이 바로 시스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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