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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함께 하기를 소망하며
김완 시인의 작품 7편을 받았다. 곰소항 근처에서 2박 3일 교육이 있어 시를 출력하여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파블로 네루다의 “봄이 벚나무와 하는 것과 같은 걸 너와 함께 하기
를”이라는 시 한 구절이 맴돌게 하는 벚꽃이 한창 만발하는 날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너와
함께 하기를” 얼마나 많이 소망하는가? 그 소망을 붙들고 그 소망에 힘입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해는 저물고 멀리 불빛이 반짝이는 등대가 보이는 리조트에서 그의 시를 펼쳤다. 7편의 시들을 읽으면서 「곰소젖갈천국」의 시 구절에 나오는 “세월의 아리고 아픈 시린 상처”를 생각했다. 물론 아리고 아픈 시린 상처가 시인의 상처가 될 수도 있고, 타자의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대변할 수도 있으리라.
김완 시인의 시 7편 중 2편은 「마쓰시마 유람선에서」와 「포항 가는 길」은 일상을 떠나 여행에서 만난 시편이고, 「가을이 오다」와 「상가에서」는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이별과 관련된 시편이다. 「나라가 지랄 염병을 해도」는 현시대의 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폐차」에서는 폐차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있는 성찰의 시편이다. 마지막 시 「곰소젖갈천국」은 앞의 6편의 시들을 한 편으로 갈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다음 시부터 읽어보자.
마쓰시마 해변을 걷는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휩쓸고 간 쓰나미를
생각한다 만 명 이상이 죽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 참사, 그 징헌 놈
을 생각한다 근해를 빠져나가자 먼 바다에는 둥근 등이 둥둥 떠 있다 바닷물 속
에서 미처 돌아오지 못한 눈물, 울음, 슬픔들 간혹 불이 켜져 있는 등도 있다 아
직도 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구나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저 찬란한 하늘
과 솟구치는 바람과 오색구름들이 보이지 않았겠지 일본 3경이라는 송도 유람선
꽁무니에 갈매기 한 마리 진혼무鎭魂舞를 추며 줄기차게 따라온다 죽은 자의 넋
이 갈매기로 환생한 걸까? 유람선 안 승객들은 지쳐 자거나 무표정하게 스마트폰
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러는 소의 혀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
가고 있는가 아이들만 세상모르고 떠들며 웃고 있다 오 년 전 그 일을 생각할 때
마다 우울해진다는 일본 페북 친구의 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져 당장 먹지 않
으면 녹아 없어질 녹차 아이스크림에 코를 박는다
―「마쓰시마 유람선에서」전문
시인은 지금 마쓰시마 해변을 걸으면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휩쓸고 간 쓰
나미”를 생각한다.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 참사, “바닷물 속에서 미처 돌아오지
못한 눈물, 울음, 슬픔들” 시인은 갈매기의 날갯짓을 진혼굿으로 묘사함으로써 그 넋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람선 안 승객들은 무표정하게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람들은 “운명이라 여기”면
서 받아들이고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시인의 마음은 아직도 그 날에 머물러 있어 어둡고 우울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떠들며 웃고” 있다. 마음이 약한 시인은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책 없이 묻힐 것이고 우리는 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야
하리라.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내면에 쌓으며….
울릉도 독도 가려고 포항에 간다
지리산 휴게소 근처 눈발 날린다
드문드문 성긴 눈 편지 쌓여 있다
어둠을 헤치고 해가 뜬다 광주에서
대구 거쳐 포항 가는 길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것과 같다
새로 생긴 크고 환한 터널들
빠르게 터널 속을 통과하는 순간이
모호함의 양극단을 사는 인생이다
시간의 속도가 더딜수록 새록새록
지리산을 잘 아는 이치와도 같다
사년 만에 찾아온 이월 이십구일
이월 그녀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희고 투명한 눈 편지를
구룡포 하늘에 뿌린다 누가 받는 것인지
세찬 풍랑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녀의 마지막 문장 잘 새겨야 한다
―「포항 가는 길」전문
이 시에서 시인은 울릉도 독도를 가기 위해 포항에 간다. 가는 길에는 눈발이 날린다.
“광주에서 대구 거쳐 포항 가는 길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것 같다고 한다. 광주에서 대구
가는 길은 영․호남을 잇는 길로 사실은 국민통합, 국민화해로 가는 상징적인 의미의 길이다.
그 길이 얼마 전에 새로 개통되어 동서화합과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지는 모르지만 영․호
남의 골 깊은 역사의 뿌리처럼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길인 것이다.
“새로 생긴 크고 환한 터널들”처럼 이 나라가 과연 국민통합, 국민화해의 길로 갈 수 있
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빠르게 터널을 통과하지만 시간의 속도가 더딜수록 지리산을 잘
아는 이치처럼 시인에게 이 길 역시 모호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이 포항 가는 길은 어쩌면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인가 보다. 이월은 시인에게 그녀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는 “이월 이십구일” 포항 가는 길에 눈발을 날리고 그 눈발로 눈 편지
를 써서 구룡포 하늘에 뿌리고 있다. 그 편지를 “누가 받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
의 “마지막 문장 잘 새겨” 야 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어쩌면 그 마지막 문장은 이 시대의
국민통합, 국민화해의 방안일지도 모른다. 지금쯤 그 편지 잘 도착 되었으려나?
태풍 ‘곤파스’가 가자
정든 이들 하나 둘 제 갈 길로 간다
어제의 나를 잊고 오늘의 나도 버려야
내일의 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을
'잠언으로 여기며 살자' 하자
얼굴 붉히는 태풍 뒤 하늘과 구름들
태풍 ‘곤파스’가 떠나고
정든 이들 하나 둘 제 갈 길로 떠나자
문득 가을이 오다
―「가을이 오다」전문
이 시는 4연으로 된 짧은 잠언시이다. 태풍이 지나간 길은 늘 아프다. “정든 이들 하나
둘 제 갈 길로 간다”라고 시인은 진술하고 있다. “어제의 나를 잊고 오늘의 나를 버려야/
내일의 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현실은 서글프다. 어제의 내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내
일의 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럴 수 없는 이 시대의 현실은 무한경쟁의 삭막함을 대
변하고 있다.
시인의 아픈 마음을 태풍 ‘곤파스’가 대신하고 있다. “정든 이들 하나 둘 제 갈 길로 떠
나”자 이 길이 바른길일 수도 있고, 이별의 길일 수도 있으며, 가지 않는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문득 가을이 오”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
이 다른 길로 인도하고 있다.
십이월 이틀 연속 상가에 간다
영정사진 속 여인들이 너무 젊다
두 번 반을 절하고 마주한
상주의 눈가에 눈물이 번진다
죽은 자가 산자를 불러 오는 곳
살아남은 자들의 비루한 생과
치욕에 대하여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쓸쓸해서 머나먼 말들의 시간
바다 건너 멀리 떠난 그대에게서
운명에 따르겠다는 소식 날아든 날
그 운명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한다
인연의 끈, 두 개의 파도가 부딪혀
부서진 후에 온전히 하나가 되는데
영안실 앞 화단에 핀 동백꽃
밤비에 젖어 눈물만 그렁그렁하다
―「상가에서」전문
이제 시인은 “십이월 이틀 연속 상가”에 간다. 날씨가 차가운 겨울이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낙엽이 지듯이 사람도 그렇게 지고 있다. 그런데 상가에서 만난 여인은 아
직 아쉬운 젊은 여인들이다. 「가을이 오다」에서 “문득 가을이 와”서 이별을 예감케 하는 것처
럼 문득 가버린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하기를” 늘 소망하면서 살아가는데
영정사진 속 “여인들이 너무 젊” 어서 눈가에 눈물이 번지는 상주는 시인의 내면을 대변하
고 있다.
상가는 그런 곳이다. “죽은 자가 산자를 불러” 오는 곳 그리고 산자는 그제야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면서 죽음 앞에 안타까운 마음은 어찌해볼 수가 없다. 비루한 생, 치욕이란 단어 앞에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반성해보는 시간이다.
떠난 그대는 운명이란 단어를 시인에게 화두처럼 던져주었다. 화자는 온전한 하나로 존재하지 못해 “부딪혀/ 부서진 후에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고통스럽다. 그리하여 우리는 “밤비에 젖어 눈물만 그렁그렁” 한 동백꽃으로 전이된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나라가 지랄 염병을 해도
거리마다 가을이 가득하다
비온 뒤 붉은 잎들 낙엽 되어 휘날린다 저마다의 핏빛 사연들 거리에 낭자하다
이 나라는 어둠이 절정이다 말이 되지 못한 소리들이 거리에서 광장에서 울고 있
다 5공 때는 최루탄 엠비 때는 물대포, 2015년 11월 14일, 이 나라는 최루액 섞
은 물대포 직사로 한 농민을 가격한다 쓰러져 의식을 잃은 몸 위로 물대포 쏟아
진다 구조하는 사람들에게 물대포 멈추지 않는다 구조하러 온 앰뷸런스를 열어주
지 않는 나라 28년 전에는 한 젊은이를 직격하더니 이제는 69세 노인을 직격하
는 나라
광장에 차벽 치고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들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정보
에 차벽을 치는 이 나라의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아침에는 파리의 참상이
전해지더니 저녁에는 서울의 참상 전해지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페북에 올라오는
기사들 어지러운 마음 아프고 아리다 갈수록 이 나라가 싫어진다 헬 조선, 풀들
은 암담하고 참담하다 어디로 가야하나 다시 바람 부는 광야로 나서야하리 미친
바람이 불면 풀들은 눕는다 미친바람 속에서도 풀들은 다시 일어서리라
나라가 지랄 염병을 해도
거리마다 가을이 절정이다
―「나라가 지랄 염병을 해도」전문
이 시에서 화자는 이 나라 정치가 “지랄 염병을 해”도 누구 하나 올바르게 말하고 책임지
려는 사람이 없다고 정치적 현실 앞에 적극적인 비판을 하며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낙엽
된 “붉은 잎”처럼 핏빛 사연들만 거리에 낭자하다. 28년전이나 지금이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이제는 69세 노인도 직격하는 나라다. 최루탄, 물대포, 정보 차단,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파리의 참상은 전해지지만 서
울의 참상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서글픈 시대적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문득 시인의 시에서 김수영의 “풀”이란 시를 읽는다. 연약한 풀의 나약함과 억압하는 세
력에 말없이 저항하는 풀의 생명력, 민중들을 핍박하는 현실이나 민중의 삶을 억압하는 절
대권력. 하지만 암담하고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리라”는 소망 하나 있기에 그
소망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다.
시인은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어도 “거리마다 가을이 절정”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절
정”은 달이 차면 기울듯이 이 “지랄 염병”이 끝날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반면에 지치고 힘들지만 “가을”처럼 각자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면 비록 고달픈
현실이지만 “절정”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하여 “풀”처럼 언젠가
는 다시 일어서리라는….
남은 생을 비우고 버려야겠다
잘 나가던 승용차가
하루아침에 폐차될 처지가 되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살갑게 보살피지 못했다
힘들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내도
불편해지면 마지못해
꼭 그만큼의 양식만 주었다
겨우 몇 십 분의 시간과 경제를
아까워하면서 해결되면 금세
불편했던 사실을 잊어버리고
별다른 고민 없이 나의 생은
자본주의의 속도에 중독되었다
결과만 바라보는 탐욕에
뼛속 깊이 젖어들곤 했다
함께했던 절절한 그리움의 시간들
나의 한 생이 렉카 차에 실려 떠나간다
―「폐차」전문
이 시에서는 폐차를 통해 자신을 삶을 돌아보며 차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삶에 대한 내면
의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잘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하루아침에 폐차해야 할 위기상
황에 놓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차를 살갑게 보살
피지 못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보살피지 못한 실체는 차가 될 수도 있
겠지만 시인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러 번 신호를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 순간만
지나가버리면 불편한 진실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어찌 차뿐이겠는가? 주위를 돌아보면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인은 우리에게 “별 다른 고민 없이 나의 생은/ 자본주의의 속도에 중독”되어 버리는 현실
임을 인지하고 깨달으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만 바라보는 탐욕”에 젖어 살아가는 현 세태를 돌아보며 시인이 체험한 대상인 자동
차와 시인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함께했던 절절한 그리움의 시간들”이 가기 전에 이제는 자본주의 중독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생을 비우고 버려” 야 할 용기를 가지라고 어쩌면 시인은 독자에게
도 일침을 놓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곰소항 수협 근처 젓갈 거리에 들른다
미소 젓갈, 종갓집 젓갈, 강릉댁 젓갈,
예쁜 젓갈집 이름들 왁자지껄 반긴다
곰소젓갈천국으로 들어간다
김포에서 직장생활하며 3남매를 낳고
여기 젓갈천국으로 내려왔다는 여자
손님들에게 젓갈만 맛보면 짜다고
동동주와 밥 함께 먹으라며 듬뿍 내어준다
바다 속 생의 오랜 그리움이 삭아내려
짭조름한 맛의 젓갈이 되는 것
세월의 아리고 아프고 시린 상처들이
오랜 시간 발효하여 만들어낸 선물에
한참을 정신없이 빠져들다
문득 젓갈집 뒤편 한낮의 갯벌을 본다
바닥까지 드러난 개펄의 야윈 속살들
바다는 누구든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다
곰소젓갈거리 젓갈천국에 가면
한 세월 머물다 가는 짜디짠 인생들의
천국 같은 젓갈 맛, 바다를 맛볼 수 있다
―「곰소젓갈천국」전문
곰소항 근처에는 젓갈집이 많다. 이름도 예쁜 젓갈집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세월의 아
리고 아프고 시린 상처”를 통해 곰소항을 대변하고 있다. 곰소항은 왜정 말엽 일제가 우리
한민족에게서 착취한 농산물과 군수물자를 반출하기 위하여 항만을 구축하고자 도로, 제방
을 축조하여 현재의 곰소가 육지가 되면서 만들어진 항구라고 한다. 이 항구가 만들어진 세
월이나 우리 민족이 살아온 세월이나 돌이켜보면 모두가 “상처”다.
시인과 함께 “곰소젓갈천국”으로 들어가 보자. 그곳에는 “젓갈만 맛보면 짜다고/ 동동주
와 함께 먹으라며 듬뿍 내어주는” 푸짐한 인심이 있다. 하지만 “바다 속 생의 오랜 그리움
이 삭아내려”야 젓갈이 되는 것처럼 오랜 시간 발효되었을 세월은 천국으로 가고 싶은 기다
림의 시간이기에 “아리고 아프고 시린 상처”로 동여맨 순간들이 모여진 결과물일 것이다.
“바닥까지 드러난 개펄의 야윈 속살”을 본다. 짜디짠 인생이 만들어낸 젓갈조차도 “천국”
의 맛을 가졌다. 아픈 세월을 보내고도 넓은 바다처럼 넉넉한 인심으로 세상에 부대낀 것들
을 품어주는 곰소항은 우리 역사이고 우리가 살아온 생의 모습이다.
시인의 시 7편을 살펴보면서 “너와 함께 하기를” 바라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을 생각
했다. 이 시들의 시어들은 더듬어본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함께 하
기를 이 세계와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과 부딪히게 된다. 시
인은 인간의 힘으로 해볼 수 없는 대참사, 마지막 상황으로 인해 제 갈 길로 떠나야 하는
일들, 그리고 죽음. 하지만 다시 일어서리라는 소망과 함께 비우고 버려 자신의 삶을 돌아
보면서 그 살아온 “세월의 아리고 아프고 시린 상처”도 천국 맛이라고 한다. 고달픈 우리들
의 현실, 현시대지만 그래도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 우리
를 위로해주고 싶은 것이다. 언제나 “너와 함께, 이 세계와 함께 하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