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작전지역인 사가미만과 도쿄만의 병목구간에 도착했습니다. 공격을 개시하고 싶으나 제약사항들이 있어 우선 근처 해역을 정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뭔가 큰 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여전히 눅눅한 함장실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꿈이었습니다.
아 슈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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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해운이 오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매복해있다가 마침내 좌현 62도에서 미상상선을 소나로 감지했습니다.
미상군함이 아니라 미상상선이었기 때문에 심상치 않은 징후로 보였습니다.
소나를 이용해 추적해본 결과 공격에 적절한 코스로 자함을 향해 접근중인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지만 아무튼... 전기모터를 최대출력으로 돌려 미상상선을 향해 접근했습니다.
다만 잠망경으로 먼 거리에서 항공기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는데 걱정되었습니다.
마침내 희미하게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역시 패시브 소나는 생각보다 멀리서 선박들의 추진음을 감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70년대 미 대잠훈련영상에 의하면 패시브 소나는 50km 이상 거리의 선박을 감지할 수 있다고 했으니 요증은 더 늘어났을지도.
미상상선의 대략적인 침로를 대강 추론해서 빨간색 화살표로 그려봤습니다.
드디어 실루엣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선박식별했습니다.
식별 결과 흘수 6.4m짜리 3800톤급 중형 유조선이었습니다. 국적식별기는 조금 더 기다려야 확실해질 것입니다.
유조선이 가능한 요란하게 불타오르도록 전방 어뢰 2발에 자기신관을 장입하고 어뢰심도까지 알맞게 세팅했습니다.
선박을 식별하여 마스트 높이를 알아냈으니 이제는 관측장교가 미상상선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측정결과 미상상선의 위치는 좌현 56도, 거리 4600m 였습니다.
위에서 붉은 화살표로 추정한 침로보다는 거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10분후 미상상선의 위치를 재측정했습니다.
좌현 49도, 거리 3400m. 좋습니다. 충분히 공격가능합니다.
미상상선의 침로를 확보하였습니다. 이제 추적작도하고 매복지점까지 기동하였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왔습니다. 사실 아주 생생한 데자뷰가 느껴지지만 그건 꿈이었습니다.
의문의 여지없이 미트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원획득절차를 시작합니다.
스테디미터를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고 TDC에 입력하였습니다.
일단 측정결과 3024m였는데, 생각보다 적 상선이 멀리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1분 30초 or 2분간 대기하면서 AOB도 TDC에 입력해주었습니다.
앞서 추격중에 항공기를 발견했기 때문에, 대기할동안 잠망경을 잠시 내려놨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스테디미터를 이용하여 2차로 거리를 측정하고 TDC에 입력해주었습니다.
매우 다행히도 거리가 2707m로 가까워졌습니다. 적 상선이 공격에 딱 알맞은 범위로 들어온 셈입니다.
다음에는 속도를 측정하고 TDC에 입력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동표적이니 포지션 키퍼를 켜주어 TDC가 적 상선의 경로를 적분하도록 조치하며 제원획득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이제 어뢰의 입사각과 자이로 앵글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딱 좋습니다. 바로 쏩니다.
어뢰발사절차를 시작합니다.
어뢰관 개방, 어뢰세팅 최종확인, 오프셋 앵글 0도 - 우측 1도에서 어뢰 2발 발사!
어뢰는 아직 널널합니다.
초탄 명중!
차탄 아슬아슬하게 명중!! 모두 명중했습니다!
적 유조선은 1분정도 버티다 격침당했습니다. 확인결과 3983톤이었습니다.
임무는 완수하였고 항공기까지 발견했으니 바로 작전지역에서 이탈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저장했습니다.
유조선이 워낙 빨리 가라앉아버렸습니다. 그래서 해저에 가라앉은 모습만 건졌습니다.
역시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구축함이 사건현장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80m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저장.
다행히 어렵지 않게 구축함을 따돌렸습니다. 이제는 CTD를 따돌려야합니다.
그래서 시간가속은 128배만 줬습니다.
밤이 되어서 물 위로 나올까 했는데 또다시 구축함을 소나로 감지했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와 산소가 버텨주길 바랄 수 밖에...
라고 썼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38%까지 차올랐으며, 배터리도 50%를 찍었습니다.
부디 모터를 최대출력으로 쓸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새벽 6시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적 구축함이 소나로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거의 24시간 가까이 잠수하고 있으니 결국 이산화탄소마저 50%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1분도 안되어서 구축함과의 접촉이 끊겼습니다. 살았다!
숨이 차니까 시원하게 밸러스트 탱크를 불어서 물 위로 나왔습니다.
실제 잠수함에도 비상시에 유압이나 전기펌프의 개입없이 밸러스트 탱크에 압축공기를 주입하여 긴급부상할 수 있는 밸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 하늘이 저를 도왔습니다.
흔히들 희망에는 밝은 햇살과 푸른 초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새카만 암흑과 한치도 보이지 않는 해무가 곧 희망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악천후에서는 적의 항공기와 구축함이 저를 찾을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즉, 저는 산소와 배터리를 충전할 기회를 순전히 행운 덕분에 얻었습니다!
그리고 명령받았듯이 사가미만과 도쿄만에서 소동을 성공적으로 일으켰으니 COMSUBPAC에 보고했습니다.
이에 COMSUBPAC에서는 6번 지역으로 향한 뒤에 혼슈 인근의 지정된 위치에서 통상파괴작전을 5일간 수행하라고 답신해왔습니다.
그리고 우유부단한 천황은 부디 일본 본토는 이미 일방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다는 미국의 메세지를 제대로 읽어내길 바랍니다.
새로운 작전지역은 제가 파란원으로 따로 표시한 지역이었습니다. 바로 시고쿠 인근입니다.
제가 보기에 혼슈의 오사카와 시고쿠 사이의 병목구간에서 적의 통상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빗금친 네모).
그러므로 그쪽을 노릴 것입니다.
지정받은 작전구역까지 가는동안 하루종일 하늘이 저를 도왔습니다.
축축하지만 신선한 공기를 여유롭게 만끽하며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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