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 로마에서 유리로 만들어… 1670년대 프랑스서 대형 거울 개발
거 울
지난해 전북 장수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직원들에게 '청렴 거울'을 나눠줬다고 해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청렴한 공직 생활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대요. 오랜 기간 생활 속에서 사용해 온 거울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거울이 발명되기 전에는 잔잔한 웅덩이나 그릇에 담긴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어요. 이후 흑요석처럼 광택이 나는 돌을 거울 재료로 사용했어요. 기원전 6000년쯤 아나톨리아(현재 튀르키예) 반도에서 만든 흑요석 거울이 남아있습니다.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금속을 거울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에서 구리로 만든 거울을 사용했고, 기원전 2000년쯤에는 중국에서 청동 거울이 등장했어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속 거울은 이집트에서 출토됐습니다. 이런 금속 거울은 쉽게 마모되거나 변색해 표면을 자주 갈고 닦아 반들반들하게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거울에 비치는 상(像)도 흐릿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장 뛰어난 거울이었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가품이었습니다.
유리로 만든 거울은 1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기록상 남아 있습니다. 로마의 학자 대(大) 플리니우스(23~79)는 저서 '박물지'에서 시돈(현재의 레바논 일대)의 장인들이 뒷면에 납이나 금박을 입힌 유리 거울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3세기 이전에 만든 유리 거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기록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리 거울은 3세기 무렵 로마에서 발견된 것인데, 유리판 한 면에 은이나 금, 구리를 얇게 입혀 만들었어요.
유리 거울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2~14세기 중세 유럽에서였어요. 유리 뒷면에 주석 등 금속을 바르는 기술이 발달하면서였죠. 하지만 당시 기술적 한계로 큰 거울은 만들 수 없었어요. 사람이 직접 불어가며 유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면이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오는 한계도 있었죠. 16세기에 접어들어서도 거울 크기는 쟁반 크기 정도였어요. 1670년대 프랑스에서 유리를 녹여 금속 테이블에 붓고 롤러로 펴서 냉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대형 거울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거울 반사판에 은을 사용해 더 선명한 상을 비추는 기술이 발명됐습니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는 1835년 질산은과 암모니아 용액을 이용해 은을 도금하는 법을 개발해 거울에 적용했어요. 과거 로마에서도 은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때 독일에서는 은을 얇게 입히면서도 선명한 상이 맺히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은 대신 주로 알루미늄을 유리 뒤에 입혀 거울을 만들어요. 꽤 선명한 상을 얻어낼 수 있으면서도 은보다 품질이 오래 유지되고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