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섬진강이 키우는 자연산 강장제 ‘벚굴’
벚굴은 강 하류 바위에 붙어사는 강굴이다. 짠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이 서식지다. 섬진강에서는 최하류인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서부터 강을 거슬러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까지 대략 5km 정도에서 잡힌다. 그 작은 권역에서 나는 강굴이 우리나라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고 하니, 얼마나 귀한 식재료인지 알 만하다.
벚굴이란 이름은 강물 속 바위에 빼곡히 붙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봄날 벚나무 같아서, 혹은 벚꽃 필 무렵에 가장 맛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양식이 불가능해 식탁에 오르는 벚굴은 모두 자연산이다. 수심 3~4m의 바위에 붙어 있어 머구리들이 잠수해 채취한다. 단백질, 무기질이 풍부해 스태미너식, 미용식으로 그만인 벚굴. 섬진강이 키워내는 봄철 자연산 강장제인 셈이다.
바다굴 5~10배 크기, 맛도 영양도 ‘대박’
벚굴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대박’이다. 크기가 바다굴의 5~10배이다. 작은 것도 길이 20cm, 큰 것은 40cm가 넘는다. 20cm짜리는 3~4년생, 40cm짜리는 7년생쯤 된다. 길쭉한 부채모양의 패각이 해마다 층을 내면서 자라므로 껍데기를 관찰하면 연령을 짐작할 수 있다. 큰 덩치 때문에 회갈색의 패각은 마치 돌덩어리 같다. 그래서 벚굴 전문 식당이 몰려있는 하동 전도리 신방마을 도로변에서는 돌 대신 벚굴 패각으로 쌓은 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5~8월이 산란기인 벚굴은 산란 직전인 3~4월에 가장 맛있고 영양가도 높다. 살집이 통통해서 바다굴보다 쫄깃한 식감을 낸다. 당연히 짠맛도 덜하다. 굴 특유의 향은 조금 연하지만 바다굴 같은 갯내와 비린내는 없다.
신방마을에서 머구리 남편이 채취한 벚굴로 식당을 운영하는 황영안(44)씨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이듬해 맛이 좋다. 지난겨울 맹추위 때문에 올해 하동 벚굴 맛은 최고”라고 말했다.
벚굴·매실장아찌·묵은지 ‘삼합’이 정답
회, 구이, 찜, 전, 튀김, 죽 등의 메뉴로 즐기는 벚굴은 사실 일반 가정에서 요리하기는 버겁다. 워낙 패각이 크고, 힘이 세서 직화구이를 해도 입을 벌려 속살을 도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각 두께 때문에 강한 가스불에 구이를 한다 해도 익히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황씨는 벚굴을 맛있게 먹는 법으로 ‘삼합’을 권했다. 묵은지와 매실장아찌를 벚굴에 올려 껍데기째 들고 한입에 호로록 마시듯 먹는 것을 ‘벚굴삼합’이라고 한단다. 회든, 구이든, 찜이든 상관없이 적용하는 방법이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매실장아찌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벚굴의 풍미를 확 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