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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제19구간( 화령-봉황산-비재-갈령삼거리) 종주기
맑은 햇살 내리는 화령재에 아지랑이 피어 몽실거리고, 엇그제 내린 비에 촉촉한 길가의 밭에서는 땅내음 살갑다.
길섶의 양지꽃은 꽃눈 부풀려 초록 이파리를 둘렀고, 찔레는 가지가지마다 연초록 새순을 피워 길손을 반긴다. 2
014년 3월 22일, 화령재를 출발해 봉황산으로 오르는 대간길 풍경이 정겹다.
속리산에서 봉황산을 거쳐 윤지미산에 이르는 짧은 구간 백두대간에서는 4개의 지맥들이 대간에서 갈래치고, 그
지맥을 따라 솟구친 준봉들은 모두가 옥산을 이루었다. 충북알프스의 구병산과 후백제의 견훤이 호연지기(浩然
之氣)를 키운 대궐터산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고, 오늘 이곳 대간길의 봉황산과 형제봉은 바로 그 지맥들이 갈래
쳐간 구간에 있는 산이다. 봉황이 내려와 오랜 세월동안 깃들었다는 봉황산(鳳凰山)은 형제봉 남쪽에 우뚝한 사
철 푸른 솔산이다. 능선마다의 솔숲은 가을 버섯 중의 으뜸인 송이버섯이 나는, 속리산과 더불어 내륙의 유일한
송이버섯이 나는 산지이다.
봉황산의 솔가리를 밟는 발길이 푹신하다. 갈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낙엽교목이 주를 이루었던 백학산 윤지미산
구간과 달리 솔향이 그윽하고, 양지 녘 길섶 비탈에 핀 노랑제비꽃은 마치 갓 우화한 노랑나비가 날개를 펴고 말
리 듯 아장된다. 어디 그 뿐이랴. 송엽은 봄볕에 윤기내어 푸름 더하고, 생강나무는 또한 진한 황색 꽃망울을 틔
우고 청향을 피워댄다. 송암(松岩)이 적당히 어우러진 능선을 타고 그 정상에 올라서니, 지나온 대간 마루금이
남쪽을 향해 멀어져 가며 역광속에 희미하고 '비재'는 형제봉 자락 아래 깊숙히 내려 앉았다.
속리산 천황봉을 지나온 대간은 위에서도 잠시 언급햇듯이 형제봉 아래에서 작약지맥을 동쪽으로 분기(分岐)시
키고, 삼형제봉에 내려서는 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지맥을 서쪽으로 분기시킨다. 비재를 건너 봉황산
을 솟구치고, 그리고 다시 그 서쪽으로 팔음지맥을, 화령을 건너서는 숭덕지맥을 동쪽으로 분기시킨다. 그렇게
숨가쁘게 윤지미산을 내려선 대간은 비로소 그 고도를 낮추어 천천히, 비산비야 (非山非野)의 중화지구대를 굽
돌아 쉬엄 쉬엄 간다. 실로 백두대간의 역동성을 한눈에 가장 잘 볼 수 있는 특별한 구간이 바로 이곳이라 하겠
다. 한편, 그렇게 동서 각 2개의 지맥들은 다시 천의 명산 옥계를 이루고 섬진강과 낙동강의 젖줄이 된다.
봉황산 마루에서 비재에 이르는 길은 화령재에서 봉황산에 오른 고도차 만큼 역으로 다시 내려서야 한다. 화남
남면 평온리와 화서면 동관리를 잇는 고갯길인 비재(飛峴)에도 어언 봄절이 돌아왔다.산자락 깊게 숨었어도 엄
연한 백두대간 마루금인 것을, 늦게나마 허리 잘린 백두대간을 복원하기에 이르는 말이다. 비재에 세워진 거대
한 터널형 콘크리트구조물 위로 가마귀 한마리 순라비행을 한다.그도 아마 하루 바삐 대간 마루금이 녹색밸트
로 이어지기를 바라나 보다. 다시 삼형제봉을 향한 가플막 오름길에 숨이 가빠진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에 솟은 백두대간 삼형제봉에 '못제'가 있다. 일찌기 견훤과 황충의 전
설이 깃든 하늘 못이다. 백두대간 천봉(天峰)에 300여 평의 못이 있다니 신기하기 거지없다. 못 주변을 둘러친
고만 고만한 연봉(連峰)들은 아무리 살펴봐도 천작(天作)임에 분명하다. 용천(湧泉)이 없어 비록 건지(乾池)가
되는 기간이 길지만, 우기(雨期)의 천수 가득한 못제는 백두산 천지(白頭山 天池)에 이은 또 하나의 백두대간
천지(天池)임에 틀림이 없다. 못제를 두고 천지라 작명한 선등자의 혜안이 놀랍다.못 주변의 장벤치가 띄엄 띄
엄 줄지어 늘어서서 유산객을 앉힌다. 물 한모금 마시며 땀을 가시며 시작(詩作)을 해본다.
못제에서 갈령 삼거리로 오르는 1.4km의 구간길은 물멍진 바위들이 늘어선 암릉길이다. 송암이 어우러진 암릉
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길은 역시 암릉이 있어야 제격이고,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힘들여 오른 만큼 막
힘 없는 시원한 조망은 금새 그 순간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바위능선에 올라서 보니 구병산 능선이 오후의 햇
살 아래서 눈 부시고, 동쪽 건너편엔 두루봉과 대궐터산이 좌우에서 손짓한다. 그렇게 암릉을 지나 갈령삼거리
에 이르니 잔설(殘雪)에 발등이 잠긴다. 산 아래에서와 달리 엇그제 이곳에는 제법 많은 눈이 내린 듯 하다. 멀
리 속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황봉 비로봉 신선대 문장대 등 천(千)의 고봉이 줄지어 웅비하다.
갈령 삼거리에서 오늘의 제19구간 대간 종줏길을 마치고 갈령을 향해 내려선다. 한편, 갈령 삼거리에서 동쪽으
로 분기한 작약지맥은 갈령으로 급하게 내려서서 고갯길을 넘겨주고는 다시,급준하게 올라서며 두루봉을 솟구
친다. 화남면과 화북면을 경계하며 상주와 괴산을 잇는 49번 국도가 넘는 갈령에 내려서니 거대한 자연석 표지
석이 반긴다. 오랜 세월 수 많은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던 호시절도 있었건만, 갈령 아래 터널이
뚫리고 난 후 적막이 흐르던 고개에 모처럼 백두대간 종주하는 유산객이 무리져 찾으니 그도 신이 났다.
▼ 못제 아래 전망바위에서 뒤돌아본 봉황산 / 멀리 중앙 뾰족봉)
▼ 대간 제19구간, 화령- 봉황산-비재-갈령삼거리 산행지도
▼ 상주 중화지구대 백두대간 지도
▼ 상주시 화서면 49번 국도 변 화령아래 상현리 입구 들머리 풍경
▼ 대간 마루금 서편 화서면 풍경
▼ 봉황산 아래 산불감시초소
▼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본 봉황산
▼ 지나온 450봉과 대간 마루금
▼ 대간 동편 작약지맥과 대궐터산
▼ 봉황산
◀ 봉황산(鳳凰山) ▶
속리산 형제봉과 중화지구대 윤지미산 사이의 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높이 740,8m의 산으로 상주시 화서면과
화남면 경계에 있다. 옛날 봉황이 날아와 오래 살았다는 전설을 갖고있는 산으로서 이 산 아래에는 조선 연산군
의 태를 봉안한 태봉산이 있으며, 봉황산에서 분기한 이 태봉산은 팔음지맥이 시작되는 산이기도하다.
◀ 팔음지맥 ▶
백두대간 봉황산에서 분기하여 서남쪽으로 436봉. 태봉산(343m). 천택산. 팔음산(762m). 천관산을 거치
며 초강을 사이에 두고 각호지맥(백두대간 삼도봉에서 분기하여 민주지산. 각호산. 도마령을 건너 백마산
에 이르는 47km의 지맥) 과 마주하며 영동군 심천면과 옥천군 동이면 경계의 철봉산(鐵峰山, 449,5m)에
이르는 지맥이다.
▼ 봉화산 북릉 풍경 / 엇 그제, 평지와 달리 이곳 대간에는 제법 많은 눈이 내려있다.
▼ 봉황산 북릉에서 바라본 대간 마루금과 멀리 속리산 형제봉
▼ 봉황산 북릉에서 바라본 구병산 능선 풍경
▼ 비재(飛峴, 일명 비조령)
화남면 장자동과 화서면 동관리를 연결하는 고갯길인 비재는 백두대간 복원공사(터널화)가 한창이다.
▼ 비재 위의 510봉에서 바라본 구병산 능선
▼ 대간길 전망바위 풍경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삼형제봉
▼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본 봉황산
▼ 삼형제봉 남릉 대간길 암릉구간
▼ 억시기 갈림길 이정목
▼ 백두대간 못제 입구의 충북알프스 갈림길 안내표지판
- 충북알프스 제1.2구간(삼형제봉-장고개-신선대-구병산)이 바로 백두대간
못제 위의 삼형제봉에서 갈래쳐 구병산으로 뻗어간다.-
▼ 백두대간 '못제'( 일명, 천지 天池)
白頭大幹, 俗離山 天池 / 夢中樓
俗 離 天 峰 有 小 池 (속리천봉유소지)
難 比 天 池 備 池 格 (난비천지비지격)
湧 泉 無 池 長 日 乾 (용천무지장일건)
天 作 天 潭 是 天 池 (천작천담시천지)
白 頭 幹 走 遊 山 客 (백두간주유산객)
淸 日 水 無 池 貶 毁 (청일수무지폄훼)
池 邊 黃 梅 發 春 樂 (지변황매발춘락)
心 眼 見 池 春 水 滿 (심안견지춘수만)
속리산 천지 / 몽중루
속리산 하늘봉에 작은 못 하나
백두산 천지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못의 형태는 다 갖추었네
샘 없는 못이라 비록 마르기는 해도
하늘이 만든 천연 못이니 천지가 분명하다.
백두대간 종주하는 유산풍류객님아
맑은 날 물 없다고 폄훼치 마오
못가의 생강나무는 꽃 피워 봄을 즐기나니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봄물 가득한 천지라오.
▼ 삼형제봉 백두대간 천지 풍경
▼ 못제 위의 헬기장
▼ 갈령 삼거리 아래 암릉 풍경
▼ 암릉에서 바라본 작약지맥 '두루봉(873m)
▼ 암릉에서 바라본 속리산 형제봉(829m)
▼ 암릉에서 지나온 대간길 뒤돌아 본 풍경
▼ 두루봉과 대궐터산
▼ 형제봉 아래 갈령삼거리 풍경
작약지맥은 바로 이곳 갈령삼거리에서 갈래쳐 갈령을 건너 두루봉. 대궐터산으로 이어진다
▼ 갈령삼거리(좌측 봉)에서 갈령으로 분기되는 능선 풍경
◀ 작약지맥 ▶
백두대간 형제봉아래 갈령삼거리에서 분기하여 갈령.대궐터산.작약산.수창봉을 거쳐 태봉리 영강에 이르는
46,5km의 지맥으로, 남쪽 윤지미산 아래 437,7봉에서 갈래친 숭덕지맥과 마주하며 동쪽으로 뻗어내리며 그
사이에 이안천을 품은 지맥이다.
▼ 갈령삼거리 작약지맥 능선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황봉(좌). 비로봉. 신선대. 문장대에 이르는 천의 고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 상주시 화북면과 멀리 청화산 풍경
▼ 작약지맥 기암- 마치 태중의 태아머리 형상 같다.
▼ 갈령 건너 작약지맥 능선 풍경
▼ 갈령으로 내려서는 풍경
▼ 갈령위의 헬기장과 두로봉
▼ 갈령 풍경
▼ 작약지맥 갈령 풍경
상주시 화남면과 화북면을 경계하며 상주와 괴산을 잇는 49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이다
▼ 봉황산에서 만난 야생화 / 제비꽃. 노랑제비꽃. 생강나무꽃
▼ 함께한 산우들
큰사진은 유산풍류 회원인 '청림'님이 함께하는 부산에서 온 백두대간종주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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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간 산행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멋진 한시와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화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