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뒷산인 우면산을 1시간 동안 등산하였습니다. 지구는 태양을 도는 것을 멈추지 않았는지,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등산로 옆에 서 있는 메마른 나무 가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잔 가지에 새눈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작년에 새로 심어놓은 개나리, 목수국, 황매화에는 가느다란 가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어김없이 적갈색의 새눈이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달력을 보나 나무 가지를 보나 이제는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은 소리없이 오고 있습니다. 봄은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잠이 깨었습니다. 대개 새벽 4시 무렵 잠이 깨는데,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오늘은 3시에 잠이 깨었습니다. 달력을 보니 3월 3일 월요일, 학교에서는 오전 11시에 입학식이 있을 것입니다. 예년 같으면 가슴 설레며 새내기들을 처음 만나는 날입니다. 내가 4년 동안 가르칠 새내기들을 처음 만나서 짧게 자기 소개를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아, 슬프게도, 오늘 나는 새내기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고 후문에 피켓시위하러 학교에 갑니다. 환경에너지공학과 신입생이 후문을 통과하더라도 저 사람이 누구지? 왜 저러지? 하며 궁금해 할 것입니다. 나는 그를 모르고, 그는 나를 모를 것입니다. 슬프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작년 12월 초에 마지막 시간 강의를 끝내면서 저는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교협대표로 활동을 하였지만, 파면을 당하고 강의를 못하게 될 줄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마지막 강의답게 마무리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의 작은 소망은, 2014년이 가기 전에 복직이 되어 2015년 봄에는 마지막 학기 강의를 제대로 한 후에 8월에 은퇴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준비된 마지막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법정스님이 쓰신 마지막 수필집의 제목이 <아름다운 마무리>입니다. 그 책의 3번째 글의 제목이 ‘아름다운 마무리’입니다. 책을 꺼내어 그 부분을 다시 읽어 보니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서 주옥같은 구절들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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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과 자치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입니다.
이제 정년을 3 학기 앞두고 소박한 은퇴를 꿈꾸는 이상훈교수님의 파면에 대하여 환경공학과 학생들은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20여 년이 넘는 기간동안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해왔던 학과 교수들은 동료교수의 파면에 동의 하는지 묻습니다.
만약 해당 학과의 학생과 교수들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훈교수님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없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으며 누가 져야 할 까요? 우리는 학교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교수님 지치지말고 힘내세요
오늘도 피켓을 드시겠다는 교수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즈려옵니다.
나란히 함께 외치지 못함이 부끄럽습니다.
이 조그만 새가슴이 부그럽습니다.
마음은 함께하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한 용기없음을 부끄러워합니다.
정의가 활화산 처럼 솟아오르는 교정을 만들어나가시는 교수님의 열정이 결실을 반드시 맺을 것입니다.
오늘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후문에서 피켓시위를 했습니다. 11시부터 12시까지는 손병돈 교수가 시위를 했습니다. 정문에서는 배재흠 교수, 이원영 교수, 이재익 교수가 시위를 했습니다. 우리들의 예상을 깨고서 총장은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군요. 요즘 유행하는 독감 때문은 아닌 듯 합니다. 학교로 들어오지 않고 라비돌로 갔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총장은 의외로 겁장이군요. 작년의 개교기념일, 그리고 올해에 졸업식, 입학식에 뚜렷한 이유없이 불참했습니다. 총장이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태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총장의 깊은 뜻을 해직교수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태업이 아니고 직무유기입니다. 학생들의 시위가 두려워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다니, 총장으로서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총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가다가 계란투척이라도 받았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시위 사진 뒤에 보이는 건물이 자연과학대 건물인데 공사중이군요. 창문을 바꾸는 공사를 한다는데, 개강 전에 공사를 끝내지 않고서 늑장공사를 하여 내일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지장을 줄 것 같네요. 수원대 행정이 그렇지요.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공사를 시작하는 바보같은 지시를 내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게 제대로 된 학교인가?
10일만 먼저 공사를 시작해도 이런 위험천만한 공사장에서 신학기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제정신이 아니지.
이런 꼴을 보고도 학교가 변했다고 우기는 자, 그 누구인가?
모든 일을 한사람 뜻에 따르다 보니, 일어 나는 일이지.
제도화 되고, 조직화된 학교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래도 무슨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학교가 돈을 들여서 공사를 한다는 것을 많은 학생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깊은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