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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 없는 아스널.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
21812601 김수민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는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아스널 FC를 이끌며 1000경기 넘게 지휘했던 감독이다.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의 BIG 5안에 들어갈 정도로 훌륭한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클럽이다. 아스널이 이처럼 명문 클럽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20년 동안 꿋꿋하게 감독자리를 지키며 아스널을 발전시켜온 벵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6-17 시즌부터 부진한 경기 실력과 성공적이지 못한 이적시장을 보여준 아스널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결국 벵거는 2018년 5월에 사임했다. 그리고 현재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리그 순위는 9위에 머물러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6등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아스널이다. 아스널의 변화를 위해 우리는 벵거를 떠나보냈다. 과연 이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후회한다 해도 이미 늦었다. 아스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고질적 문제인 수비진과 예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르센 벵거의 사임,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았던 클럽이 현재 리그 9위라는 것이 믿겨 지는가? 만약 코로나 때문에 리그가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순위가 더 내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벵거 사임 후에 아스널은 감독이 2번이나 바뀌었다. 벵거의 뒤를 이은 에메리 감독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절망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한 시즌 만에 경질되었다. 차기 감독을 물색하는 동안 과거 아스널 선수였던 융베리가 감독 대행을 한 뒤에 현재 감독인 아르테타가 오게 되었는데 아직 썩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벵거 체제 때는 ‘사스널’, ‘아스널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그 4등과 챔피언스 리그 16강 탈락을 밥 먹듯이 하였는데 벵거가 떠나고 나서는 ‘과학’이라 불렸던 그 성적조차 못 내고 있다. 당시엔 아스널 팬으로서 저 단어가 무척 싫었는데 지금은 차라리 그렇게 불리고 싶을 정도로 현재 아스널의 위치는 실망스럽다. 벵거는 03-04 시즌에 무패우승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아스널에 가져다주었다. 챔피언스 리그 또한 벵거의 마지막 시즌을 제외하고는 항상 출전하였다. 지금의 아스널에서는 볼 수 없지만 말이다. 몇 년째 유로파리그만 출전하고 있는 아스널이다. 벵거 시대가 무조건 더 좋다는 뜻이 아니다. 리그 우승이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팬과 클럽 모두에게 좋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약 15년간 벵거는 리그 우승도 얻지 못하고 챔피언스 리그도 약 10년간 16강 탈락을 만들어냈다. 또한, 감독 당시에 아스널에서 회계사를 맡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벵거는 이적시장에서 돈을 안 쓰기로 유명했다. 수비 보강을 위해 좋은 수비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자꾸만 유스를 사용하거나 이름 모를 선수들만 영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Wenger-out을 외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벵거의 아스널 때보다 더 약한 아스널이 되어버렸으니 차라리 돈 적게 쓰고도 꾸준히 리그 상위권과 챔피언스 리그 출전을 보장해줬던 벵거의 아스널이 그리워지게 된 것이다.
누가 누가 못하나, 엉망진창 수비수들
몇 년째 고쳐지지 않는 아스널의 문제는 바로 수비이다. 물론 한때는 무패우승을 이끌었던 주역들인 아담스, 캠벨, 비에이라 등 수비진이 든든했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공격만 하는 축구를 선보이더니 수비 쪽에서 구멍이 생겨버렸다. 벵거는 ‘아트 사커’를 추구하는 감독이었다. 티키타카로 패스하며 결정적인 골 장면마저도 전투적인 모습이 아닌 부드러운 분위기가 나오는 형태의 플레이다. 나도 ‘아트 사커’를 좋아했던 팬 중 한 명이었지만 자꾸만 앞쪽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니 뒤쪽이 부실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벵거는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계속 고집했었다. “각자 다른 스타일의 축구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나는 빅클럽들에겐 승리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매력적인 스타일을 통해 승리를 거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벵거가 2015년 FA컵 결승전 이후에 말한 내용이다. 이처럼 벵거는 ‘아트 사커’를 포기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물론 아스널만의 특색을 갖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비진들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벵거는 아스널 구단주인 크뢴케만큼 클럽 예산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았다.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에 실력 있는 수비수들을 데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래도 코시엘니, 메르테사커, 베예린, 몬레알이 수비를 책임졌을 때까지만 해도 리그 2위까지 하며 나름 수비진들이 괜찮았다. 그러나 롭 홀딩, 무스타피, 콜라시나츠, 소크라티스의 영입에서부터 영 좋지 못한 수비 모습이 드러났다. 이적시장 시기에 유명하고 실력 있는 수비 선수와 링크까지 떴었지만 무산된 경우가 대다수이고 결국 이적시장 끝자락에서 데려온 물음표 투성이 선수들이 아스널의 수비를 책임졌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른 빅클럽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수비진들의 실력이었다. 벵거 사임 후에도 이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의 다비드 루이스와 셀틱의 티어니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고집 센 구단주, 예산은 언제쯤?
수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예산 때문이다. 아스널의 구단주인 크뢴케는 예산을 풀지 않는 구단주로 유명하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니 아스널을 빅클럽의 수비수들을 영입할 수가 없다. 벵거 시절에는 크뢴케처럼 벵거도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팬들이 반발해도 소용이 없었다. 감독이 바뀌고 난 뒤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작년 여름 아스널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니콜라스 페페를 영입했다. 약 1097억을 주고 그를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적료를 한 번에 지급한 것이 아니라 5년 할부로 계약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아스널은 페페의 이적료 할부를 위해 6명 정도의 선수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참 웃픈 현실이다. 선수 한 명을 위해서 6명의 선수를 내보내야 한다니. 구단주는 선수 영입에 투자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과거 아스널 팬들이 팀의 변화를 위해 성명문까지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아스널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라 안정이다” 였다. 구단주 측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스널은 변화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득점왕 2등이 우리 팀에 있으면 뭐하나? 구멍 난 수비 때문에 골은 계속 먹히고 있는데.
아스널의 최근 경기 전적을 보면 고구마를 먹은 듯 숨이 턱 막힌다. 벵거 없는 아스널은 아직 혼란 속에 빠져있는 듯하다. 그러나 돈 안 쓰고 리그 안정권과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보내주던 벵거는 지금 우리 곁에 없다. 아스널은 수비 보강과 이적 예산을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 아스널의 미래는 아르테타에게 달려있다. 이번 시즌이 아르테타 감독의 첫 시즌인 만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중단 직전의 경기를 살펴보면 아스널의 플레이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던 수비수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에메리 감독 때는 볼 수 없었던 플레이였기 때문에 아스널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 구단의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벵거의 아스널을 잇는 아르테타의 아스널이 보여줄 활약을 조금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