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 로드, 본 공간으로 가기 전의 경험
주요섭
사회복지 대학생, 광장종합사회복지관 2020년 여름 실습생
“공간을 설계할 때는 공간 경험 이전의 경험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공간뿐 아니라, 공간으로 향하는 길까지 함께 생각하는 거죠.
본 공간을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준비 공간’은
방문객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워밍업 로드’인 셈이죠.”
(생각노트, 「교토의 디테일」 p.84 퍼블리, 2020)
일본 교토에는 긴카쿠지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 이유로 꼽는 관광명소입니다.
긴카쿠지로 가기 위해서는 지나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양옆에 나무가 길게 늘어선 돌길을 지나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곳을 ‘참도‘라고 부릅니다.
참도는 사찰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추스르고 신에게 참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주는 준비공간입니다.
참도를 걷는 시간을 통해 사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것입니다.
이번 주는 참도와 같은 워밍업의 시간이었습니다.
동기 실습생 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진행할 사업에 대해 배우고 전체적인 과정을 익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준비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이번 실습에 낙오자가 됐을 겁니다.
그 정도로 저에게는 이 한 주가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김태권 선생님과 함께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마인드맵을 통한 자기표현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 높게만 보였던 관계의 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활동을 기점으로 동기실습생들과 대폭 친밀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워밍업의 효과는 관계에서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 진행할 사업들을 소개받고 익히는 시간은
사업의 의미와 대상자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박아름 선생님과 함께하는 ‘행복으로의 여행’ 프로그램은
독거 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하고 삶의 활동을 통하여 어르신의 ‘자아 통합’ 증진을 목표로 하는 사업입니다.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어르신에 관해 살피고 활동들을 계획하고
예상 질문지를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준비 시간은 직접 만나 뵙는 시간만큼 중요했습니다.
만약 준비가 없다면 서 비스는 어떨까요. 아마 제공자 중심의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본 진행 시간’ 못지않게 준비 시간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과정입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사회복지는 당사자를 문제 중심으로 보지 않습니다.
강점과 환경을 살핍니다.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 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역할입니다.
당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워밍업 로드‘인 셈이지요.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살피면서 현재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미래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현재는 미래에 대한 워밍업 로드이니까요.
이러한 사고를 이번 실습을 통해 경험하고 습득하길 기대합니다.
예비 사회복지사로서 어르신 당사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 지,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그리고 동료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
하나씩 배워나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책은 말합니다.
워밍업 로드는 앞으로 다가올 본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증가시킨다고 말입니다.
이번 한 주간의 시간을 통해 남은 3주의 시간, 더불어 복지사로서의 삶이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대를 놓치지 않도록 언제나 준비공간을 거쳐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섣부르지 않고 침착하게 말입니다
첫댓글 추석 전, 광장종합사회복지관 김태권 선생님께서 보내준 자료집을 받았습니다.
<민들레>
올여름 광장복지관 실습생들이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김태권 선생님이 실습생 열 명을 지도했습니다.
김태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한 주에 한 편씩, 실습 기간 동안 에세이 네 편을 쓰게했습니다.
한 주 이야기를 소제목으로 열 개의 한 주 실습 소감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네 묶음. 40편을 읽었습니다.
주요섭 학생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허락을 얻고 '구슬 카페'에 소개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쓰고 다듬어가는 학생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사회사업 현장에서 만나요.
이렇게 소중한 나눔, 뜻 깊게 다가옵니다 김세진 선생님.^^
실습에 임하는 어느 순간들 하나도 결코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요섭 선생님, 그리고 다른 9명의 모든 실습생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신 지금 이 기록과 답글을 다시 보며 그때의 그 마음을 한번 더 꺼내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