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뮤어 트레일 5일차 / 2018 07 29
두번째 기요패스를 넘다.
록 크리크 - 기요패스 - 크립 트리
어제 첫번째 코튼우드 패스에 이어 오늘은 두번째로 기요 패스를 넘는 날이다.
매일 패스를 넘어야 한다. 존뮤어 트레일 끝나는 날까지 대부분 한 곳이지만 어느날은 두 곳을 넘어야 한다.
초원에 사슴은 알고 있다. 해치지 않음을, 오히려 우리 보고 조용히 하라는 듯 하다.
철저한 야생임을 실감케 한다.
곰통을 멀리 놓았는데 아침에 가보니 우려했던 바와 달리 말짱하다.
번거럽지만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전날밤 캠프에 도착해서는 주변에 대한 지형지물 인지를 하지 못했다.
아침에 주변을 살펴보니 록 강 지류가 흐르고 있었고, 초원과 어우러진 숲속이었다.
어젯밤 미국 할배가 소리쳤다.
"Quiet!"
조용히 해달라는 강력한 주문이 날아왔다.
민폐감지 즉각수용.
분명히 하루 일찍 출발 한 베트남 팀을 만났다.
그 팀은 코튼우드 캠핑장에서 이 캠프까지 2일만에 도착한 셈이다.
한끼 식사 소비는 비록 미미한 감량이지만 경량화로 이어진다.
어제 빡센 트레킹은 오늘 여유로움을 태동한다.
오늘까지는 공식적으로 PCT 구간이다.
그리고 목적지는 요지부동으로 정해진 곳이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더 좋은 곳이 있음을...
어지간 하면 인공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자연 환경 그대로 보존함을 유지한다.
그리고 안전은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한동안 된비알 오름질이 지속됐고 도착해보니 대규모 고원지대다.
반겨주는 건지 아님 죽어서도 위용을 과시하는 건지..
아무튼 죽어서도 어마무시한 세월동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꿈이 더냐 생시 더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엄두도 못내고, 상상만 하던 존 뮤어 트레일을 걷고 있는 현실이...
아울러 완주에 대한 두려움 또한 배재할 수 없었다.
존 뮤어 트레일를 처음 걷는 입장에서
관련 서적, 자료를 통한 학습과 함께 GPS 트랙으로 시물레이션을 시도하며 만반에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존뮤어 트레일를 걸어 본 경험이 없다.
리딩 또는 가이드 입장에선 더욱 더 요구된다.
어느 작가가 말 했듯이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고 했다.
그래서 트레일 내내 두려운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기요 패스 정상부는 베트남 팀이 차지하고 있어, 인증샷도 못건지고 지나쳤다.
단숨에 바닦까지 치고 가물지 않았으면 호수가 주변으로 추정 되는 곳에서 휴식 겸 점심식사를 진행하였다.
오늘 날씨 역시 건조한 환경이지만 특별하게 불편함은 없다.
앞서 언급 했듯이 물을 자주 먹으면 트레킹을 진행함에 도움이 많이 된다.
존 뮤어 트레일은 북진과 남진으로 트레킹 방법이 뚜렸하게 구분 된다.
우리는 북진이다.
다시 또 갈 경우 역시 북진을 선택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북진은 해를 등지고 간다.
이는 체력 소모를 경감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햇볕 그을림을 예방할 수 있다.
전체 트레일 고도표를 참조하면 내림질이 많아 트레킹을 탄력적으로 조정함에 유리한 즉면이 있다.
특히 남진으로 오는 트레커을 만나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심한 그을림.
그리고 매일 3천고지 패스를 한개는 꼭 넘어야 하는데 패스들 대다수 지형이 남진은 상당한 도상거리을 오름질 해야 한다.
단점으로 지적할 내용이 있으나
이 또한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휘트니 정상 등정 때문에 고소적응에 대한 문제가 대두 되지만
실제 걸어보니 국내에서 꾸준히 닦은 산행 경험만 있으면 휘트니 정상 등정 전 3일동안에 걸친 트레킹으로 적응이 종결된다.
크립트리 매도우
존 뮤어 트레일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초원지대다.
앞으로 질리도록 보겠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다.
휘트니 계곡물을 건너면 PCT 구간과 존 뮤어 트레일이 공존하는 길로 진입한다.
공식적인으로 존 뮤어 트레일 구간에 들어 섬을 의미하는 곳이다.
물 만나 고기처럼
알탕도 하고 빨래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때 레인저가 나타났다.
자연 친화적 세재 역시 사용 불가를 알려준다.
단속 대상이었지만 고의성이 아님을 알고 경고만 해줬다.
레인저와 함깨..
우선 퍼밋 승인서 부터 확인한다.
꼼꼼하게 인원수까지 살펴 본 후 정상적이면, 상당히 친절모드로 바뀐다.
" 야!..자꾸 물어보지 마!"
속으로 말했다.
스바
짧은 영어로 바디 랭귀지까지 동원하였고, 몹씨 지루한 순간이었다.
매우 단순 질의 응답이거늘...
저녁 무렵 그는 근무 끝난 후 우리 캠프에 와서 라면과 참치통조림을 얻어 갔다.
우리 입장에선 한국 푸드 맛보라고 선물로 줬다.
다음날 효과 있었다.
주는 정 받는 정.
크립 트리 캠핑장은 레인저를 만났던 3거리에서 휘트니 계곡 따라 순한 오름질로 이어진다.
크립트리 캠핑장
이곳 역시 무료 캠핑 그라운드다. 축구장 넓이 보다 크다.
옆에는 휘트니 계곡물이 대단한 수량과 함깨 흐른다.
천혜 조건을 갖춘 박터다.
어제 빡셈이 오늘 여유로움을 보상해준다.
내일은 미국 본토 최고봉 휘트니 산정을 오른다.
설렘 강도가 가장 센 날이었다.
5일차 2018 07 29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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