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불러라. 내가 너에게 응답하리라.”
— 예레미야서 33장 3절
나는 오래전부터 이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너는 나를 불러라.”
얼마나 따뜻하고도 든든한 말씀인가.
내가 먼저 길을 찾으라는 말씀이 아니라,
길을 잃거든 나를 부르라고 하신다.
내가 지치거든 부르고,
눈물이 나거든 부르고,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에도
그저 나를 부르라고 하신다.
나는 내 삶의 한계 안에서
그 말씀을 믿으며 살아왔다.
때로는 기도할 힘조차 없을 만큼 지쳐 있을 때에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하느님 아버지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의 모든 일을 내려놓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는 순간,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나온 사람처럼
깊고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나를 감싸왔다.
그날따라 마음이 참 허전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벽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십자가 위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계신 예수님.
그분 앞에서는 더 이상 감출 것도, 꾸밀 것도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 말했다.
“예수님, 저 너무 외로워요.”
그저 그 한마디였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뜻밖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나도 외롭단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수님도 외로우시다고?’
그때 성령께서 내 마음의 문을 조용히 열어 주셨다.
그 외로움은
사람이 곁에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을 주고 싶어 하시는 분의 외로움이었다.
인류를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예수님,
십자가에서 두 팔을 벌리고
오늘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예수님.
그분은 여전히 사랑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그 사랑을 잊고 살아간다.
그분은 우리를 부르고 계시는데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소리에 묻혀
그 부르심을 듣지 못한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도 외롭단다.”라는 말은
나를 꾸짖는 말이 아니라
나를 당신 곁으로 초대하는 사랑의 말씀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내 외로움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외롭다고 생각했던 그 자리에는
이미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내 외로운 마음을 통해
당신의 외로움을 내게 들려주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예수님,
제가 주님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또 하나 다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작더라도
단 한 사람의 손이라도 잡아주겠다고.
상처받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외로운 사람 곁에 잠시라도 머물며,
절망한 사람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주겠다고.
그 한 사람이 예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어쩌면 그것이
예수님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소금창고1004가 시작되었다.
소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음식 속에 스며들어
맛을 살리고 생명을 지킨다.
사랑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크고 화려한 사랑이 아니어도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용기,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마음,
상처받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관심.
그 작은 사랑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것이다.
작은 날갯짓 하나가
멀리 있는 곳까지 바람을 일으키듯이.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우리 함께 예수님께 가요.”
그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상처 입은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품어주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마침내 사랑의 회복자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소금창고1004의 모습이다.
테레사 수녀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내 곁에 있는 한 사람부터 사랑하는 것.
한 사람의 마음에 사랑의 불씨 하나를 지피고,
그 불씨가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기를 기다리는 것.
나는 오늘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본다.
두 팔을 벌리고 계신 예수님.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그분을 부른다.
“예수님.”
그러면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는 여기 있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외로울 때
외로움만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그 외로움 속에 찾아오시는
예수님의 발걸음을 기다리려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외롭다고 말할 때
그 사람에게도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 함께 예수님을 불러요.”
“너는 나를 불러라.
내가 너에게 응답하리라.”
오늘도 그 말씀을 가슴에 품는다.
그리고 믿는다.
내가 예수님을 부르는 순간,
이미 예수님께서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계셨다는 것을.
어쩌면 사랑의 시작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리고 그 손을 놓지 않는 것.
그 작은 사랑의 날갯짓이
언젠가 세상 끝까지
따뜻한 바람이 되기를.
오늘도 나는
그 사랑의 나비 한 마리를
마음속에서 날려 보낸다. 🦋
첫댓글 나도 외롭단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