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쑥국·멍게비빔밥·미더덕찜·새조개샤브샤브… ‘물오른 봄’이 부른다
입력 2021.03.31 03:00 | 수정 2021.03.31 03:00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 멋진 풍광도 배가 고프면 소용없는 일이다. ‘식후경’은 옛말. 요즘 좋은 음식은 멋진 풍광만큼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주는 중요 요소다. 아예 풍광보다 먹기 위해 떠나는 ‘식도락(食道樂) 여행’ ‘미식(美食)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이기고 자란 쑥의 생명력과 살이 통통오른 봄 도다리가 더해진 봄의 별미 도다리쑥국. / 조선DB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자란 멍게와 성게로 만든 멍게·성게비빔밥. 톡 쏘는 바다 향이 일품이다. / 경남도 제공
겨울부터 초봄까지 맛볼 수 있는 경남 사천의 새조개 샤브샤브. 살짝 데쳐 아삭함이 살아있는 채소와 쫄깃한 새조개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환상적이다. / 경남도 제공
싱싱한 해조류, 두툼한 생선회와 함께 유자 초장 소스를 비벼 먹는 경남 남해의 해초회덮밥.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이만한 음식이 없다. / 경남도 제공
경남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이 닿는 곳이다. 달리 말하면 봄의 진미를 먼저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물 맑은 남해 바다가 주는 봄의 맛이 일품이다. 이맘 때 통영이나 거제에서 즐길 수 있는 봄 제철 음식이 있다. ‘도다리쑥국’이다.
서울에 사는 이승원(36)씨는 대학 시절 통영 여행을 갔다가 맛 본 도다리쑥국 맛을 잊지 못해 매년 봄이면 통영을 찾고 있다. 이씨는 “통영에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지만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도다리쑥국 맛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도다리쑥국은 봄의 대명사들이 만나 그 시너지가 더 크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이기고 자란 쑥은 봄의 생명력을 가득 머금고 있어 봄 나물 중 최고로 친다. 여기에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불변의 명제의 주인공, 살이 통통 오른 봄 도다리가 더해지니 봄의 별미가 될 수밖에 없다. 3~4월 두 달 동안만 만날 수 있어 더욱 귀하다.
국내 수확량의 70%가 난다는 남해안 멍게로 만든 멍게비빔밥도 최고다. 멍게는 4~5월이 최고로 맛있다. 통영과 거제 등 바다를 낀 경남 어느 마을에서도 즐길 수 있다. 멍게를 붉은 초장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참기름 두른 밥에 소금에 절인 멍게를 넣어 비벼 먹다보면 봄철 집 나간 입맛도 다시 돌아온다.
창원 진동면 고현 앞바다에서 나는 미더덕도 봄에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해마다 4~5월 국내 미더덕의 70%가 진동만에서 난다. ‘진동 미더덕’이라는 이름으로 지리적 표시제로 인증도 돼 있다. 미더덕은 보통 수온 15~20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진동만 평균 수온이 최적이다. 여기에 식물성 플랑크톤 등 먹이도 풍부하다. 고현마을 주변 식당들은 봄이면 제철 미더덕을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 주민은 “회로 먹어도 맛있고, 찜이나 무침으로 먹어도 좋다”며 “씹으면 달콤하고 짭쪼름한 맛이 바다의 향이다”고 했다.
사천 삼천포에선 사시사철 식탁의 주인공이 바뀐다. 겨울엔 물메기, 여름엔 갯장어(하모), 가을엔 전어였다면 봄엔 샤브샤브로 데쳐 먹는 ‘새조개’가 으뜸이다. 새조개는 인공 양식이 어려워 대부분 자연산이다. 12월부터 4월 초까지 반짝 즐길 수 있어 더 귀하다. 살짝 데쳐 쫄깃한 조갯살을 아삭함이 살아있는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조개를 끓인 육수에 끓여 먹는 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왜 새조개를 ‘조개의 귀족’으로 부르는지, 쫄깃한 식감과 환상적인 맛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해에서 자란 해조류와 두툼하게 썬 생선 회를 밥과 함께 비벼 먹는 해초회덮밥은 남해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 대표 먹거리다. 남해에서 자란 달콤·상큼한 유자를 섞은 초장 소스까지 더해져 풍미가 남다르다. 미네랄과 칼슘, 철분 등 영양소도 풍부해 간단한 한끼 식사로 먹다가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경남도와 경남관광재단은 지역 내 특색있는 음식 자원을 활용한 미식 여행지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경남 대표 음식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남부권역(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 대표 음식 25개를 발표했다. 통영에선 손님에게 메뉴 선택권 없이 주인이 차려주는 대로 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다찌’를 비롯해 충무김밥, 사천에선 하모 샤브샤브와 장어구이, 고성에선 전국 가리비 산지답게 가리비찜과 고성막걸리, 남해에선 죽방멸치 회무침과 멸치쌈밥, 우럭 미역국 등이 선정됐다.
경남도는 올해는 서부권역(진주·의령·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 내년엔 동부권역(창원·김해·밀양·양산·함안·창녕)으로 경남 대표음식 육성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노영식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지역의 특색있는 향토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며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경남에서 맛있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