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 년만에 추운 날 애나 양을 만났다. 대학1학년을 마친 애나 양은 작은 얼굴은 더 작아졌다. 점심식사를 하며 통학 5시간에, 주중에도 알바를 하면서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숙사가 사는 지역을 기준이 아닌 외국인 몇 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는 기준이어서 지난 학기에 떨어졌는데 이번에 신청해놓고 기다린다고 했다.
만나기로 한 분의 사무실의 빈회의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애나가 하고 있는 공부와 그에 대해 갖춰야하고 필요한 것을 위주로 나눴다. 애나가 설계과목 공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첫학기에 이어 두 번째 학기의 공부는 생활에 필요한 것을 병행하면서 공부하느랴 실제로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자 그분이 공부할 때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갑자기 훈화시간처럼 건축용어에 익숙해져라, 이렇게 해라 등등의 얘기를 들으니 틀린 얘기는 없지만 묘하게 애나의 상황과 잘 맞나 이런 질문이 들었다. 옆에서 홍 선생님은 통학시간이 다섯시간 걸린다는 말을 왜 안하냐고 했다.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자 오고가는 대화는 훨씬 더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는 대화가 되었다. 애나가 콩고로 가지 살지 못하는 이유도 들었다. 엄마의 약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통학 시간을 얘기하며 기숙사, 주택도 이야기 나눴다. 그녀가 좋아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이야기하고 꼭 해야할 것도 말했다. 그분이 애나가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어느 기업에 사다리가 되어볼 수 있을지 하는 얘기도 나눴다. 애나한테 실습 과정이 필요하다면 3학년 2학기쯤 사무실에 나와서 해볼 수 있을지도 얘기 나왔다.
그분의 아버지도 건축사였는데, 아들도 건축사를 하니 아버지와 어떠셨냐고 홍샘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를 계기로 그분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을 25년간 알아오면서 들었던 얘기와 달리 처음 듣는 얘기였다. 공부안하고 놀았던 어린시절 얘기를 들으니 그 분이 왜 공부를 강조했는지, 사회가 어떠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애나도 그 분과도 서로 만날 수 있어서 괜찮았던 첫 만남이었다. 서로의 얘기를 조금 더 듣고, 얘기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 소기의 성과라 함은 바로 이것일 터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이기도 하다. 먼 길을 온 애나와 홍샘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추운 그러나 봄을 바라고 있는 길 위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첫댓글 만남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서로 다른 세대을 서로 다른 처지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만남과 소통의 느낌이 이질적이면서도 그래서 서로에게 자극도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