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경주시를 대표해서 대외 경기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파크골프 대회가 3월 2일에 있을 예정이다. 내가 소속된 클럽에서도 남녀별 각 5명을 추천해야 하기에 2월 월례대회를 겸해서 뽑기로 했다. 시 예선대회 참가를 희망한 선수가 각각 7명이어서 남녀 각각 2명의 선수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될 형편이다.
어제 겪은 일이었다. 2월 21일 서천구장에서 2월 월례대회가 열렸다. 사전에 조 편성을 해서 조별로 순조롭게 출발했고, 나도 클럽 경기 진행의 경기이사이자 3조의 조장으로서 함께 경기하는 선수의 홀별 타수를 기록하면서 참가했다. 문제는 A코스 출발 첫 홀에서부터 제기되었다.
타석에 올라가는 순서 뽑기로 결정된 첫 선수가 긴장을 지나치게 한 나머지 A코스 95m 파4홀에서 티샷이 그만 왼쪽 제방 쪽으로 굴러가서 중간 지점에 멈춰 섰다. 세컨 샷을 멀리 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홀컵 오른쪽 경사면으로 흘러내려서 비오비가 되었다. 적용하기로 한 규칙에 따라 홀컵 전방 4m 가량의 오비 샷 지점에 공을 옮겨놓고 세 번째 샷을 했는데 이 역시 홀컵 우측으로 흘러내렸다. 네 번째 샷을 바로 넣었으면 여섯 타로 기록하려던 찰나에 웬걸 또 홀컵 우측을 살짝 비켜나가면서 다섯 타 만에 성공시켰다. 오비 벌타 2타를 더하면 7타가 기록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안타까워하면서 7을 기록하려는 순간에 본인이 6타라고 하지 않는가? 내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실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옳은가? 첫 홀 경기부터 흔들린 선수의 애절한 마음을 수용해서 6타로 기록해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가? 선택의 곤혹스러움이 밀려왔다. 같이 경기를 한 다른 두 선수의 눈치를 살폈더니 6타로 기록해 주기를 바라는 해당 선수의 뜻을 수용해주라는 태도라서 6으로 표기했다.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내 발걸음은 가볍지가 않았다.
파도가 이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경기를 이어갔는데 4번 80m 홀 티샷이 네 명 중 가장 잘 쳐놓고, 두 번째 샷을 이글 할 수 있으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을 쳤는데 홀컵을 지나 그만 오비가 되었다. 최소한 버디 할 곳에서 5타가 되었다. 마음을 다잡으려 애태우며 5번 홀 경기를 했다. 한 선수만 온 그린 시켰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경기자는 모두 오비 지역으로 공을 보낸 결과였다. 오비 티 표시에 공을 옮겨놓고 나는 바로 성공했다. 보기 기록인 4를 표기해놓고는 다른 두 사람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기록을 하고 있는데, 또 1번 홀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가 오비 티 세컨 샷으로부터 세 번째 만에 공을 홀컵으로 넣었다. 그러면 6타로 기록해야 하는데, 자신은 5타라고 하였다. 오비 티 타수부터 셈을 하는가 보다.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5 표기를 6으로 정정해서 타수 기록이 보다 정확하고 싶은 내 마음을 실천했다.
그렇게 A코스 아홉 홀 경기를 마치고, B코스 경기를 위해서 대기 순서 대에 공을 올려놓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 조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의 기록이 궁금해서 내가 들고 있던 기록지의 타수 기록들을 보고 싶어 했다. A코스 9홀 경기 결과 타수를 첫 번째 경기자와 함께 본인의 합계 타수를 계산하고 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여자 선수들이 보게 되면서 예의 5번 홀에서 5자를 6자로 정정한 글자에 6으로 보이는 둥 어떤 이는 5로 보이기도 한다는 둥 왈가왈부의 말이 오가서 내 마음은 더욱 불편했다.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B코스 1번 홀에서도 A코스 1번 홀과 같이 내가 가장 멋지게 티샷을 해서 버디를 하였고, 2번 홀에 가서 제일 먼저 치면서 안전하게 볼을 보내놓고 경기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문제의 그 선수는 4타 만에 성공시켜놓고서 3타 만에 홀컵에 넣었다고 기록하려는 나에게 말하지 않는가? 순간 다시 맨붕이 왔다. 다행히 3번 홀에서 기다리며 우리들의 경기를 두 눈 뜨고 생생히 보고 있었던 여성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3타가 아닌 4타라고 말해주어서 쉽게 넘어갔다. 하지만 내 마음은 또 어떤 일이 자꾸 벌어질까? 불안하면서 불편해 오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드디어 그 영향은 바로 나타났다. 3번 홀에서 홀컵으로 가는 좁다란 길목 통과는 커녕, 오른 쪽으로 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는 것이 지나쳐서 어떻게 휘둘렸는지도 모르게 왼쪽 펜스 중간에 볼이 쳐 박혀 멈추었다. 결과는 6타였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던 영향은 6홀 145m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소에 쉽게 이글을 하던 곳에 비 오비 2회의 8타라는 참담한 성적을..... 7홀에서도 오비, 마지막 9홀에서도 오비 18홀 라운딩에서 9홀에 10회 오비라는 개인 신기록을 세웠다.
기록원의 이런 아픔들을 어떻게든지 해결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