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세 일시 1316원… 한국은행, 오늘 사상 첫 대폭 금리 인상 예상 / 7/13(수) / 중앙일보 일본어판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원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12일 원시세는 1달러=1310원을 넘어 13년 만에 원저(低)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래시간 중에는 한때 1316.40원까지 원저가 진행됐다.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가치는 20년 내 고가 수준이 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시세는 전날 1달러=1303.90원보다 8.2원의 원저-달러고가 되는 1달러=1312.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래 저가치인 동시에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3일 기록한 1315원에서 13년 만의 원저 수준이다.
변동폭도 크다. 원시세는 연초 1달러=1191.80원에 비하면 6개월 만에 120원 이상 하락했다. 거래시간 중에는 한때 1316.40원까지 원저가 진행돼 1320원 수준에 다가섰다.
원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강한 달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와 엔 등 주요 6통화에 대한 달러시세를 반영하는 달러지수(1973년=100)는 11일 기준 108.18이다. 2002년 10월부터 19년 9개월 만에 108을 넘었다.
달러고가 계속되는 것은 시장에 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을 긴축해 경기침체 우려까지 확대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 예측하는 1년 후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과거 최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6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의 6.6%보다 0.2포인트 오른 6.8%로 집계됐다. 조사를 시작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급등하는 물가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 끌어올리는 등 고-레벨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하는 시장 전망에 달러 시세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13일 사상 첫 0.50%의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0.25%의 일반 인상폭에서는 6%까지 상승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4%에 육박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률, 미국의 대폭 금리 인상, 원저-달러고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금융 · 경제전문가의 진단이다.
중국의 재봉쇄와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도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재확장으로 11일부터 마카오 카지노를 닫는 준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 재봉쇄 우려가 다시 부상해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셀코리아'의 움직임은 원화를 압박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외국인 투자자 한국 주식 투자 금액은 30억10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고로 원시세가 1달러=1350원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박석현 씨는 “중국 재봉쇄와 유럽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적 환경이 악화돼 달러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이 연내에 1달러=1350원까지 내려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