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다시 지리를 찾아간다.
2021년 2월 천왕봉, 같은해 9월 지리종주에 이어 1년여만이다.
3년 전과 같은 코스인 성삼재를 출발하여 반야봉을 오르고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20km가 넘는 거리이긴 하지만 크게 어려운 곳이 없어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을 듯.
지난 주 오대산에 이어 이번에도 멋진 단풍을 기대하면서...
성삼재.
성삼재에 얽힌 내력을 보면,
삼한시대에 진한 대군에 쫓기던 마한왕이 전쟁을 피하여 지리산으로 들어와 심원계곡에 왕궁을 세우고 적을 막으며 오랫동안 피닌생활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 때 임시 도성이 있었던 곳이 달궁이라 이름 지어져 불렸다한다. 그 당시 마한왕은 달궁을 지키기 위하여 북쪽 능선에 8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으므로 팔랑재, 서쪽 능선은 정장군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으므로 정령재, 동쪽은 황장군이 맡아 지키게 하였으므로 황령재, 그리고 남쪽은 가장 중요한 요지이므로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방어케 하여 성삼재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입구를 지나니 불그스름하게 물든 단풍이 반겨주고, 길 바닥은 며칠 전 비가 내린 탓인지 먼지가 일지 않아 걷기에 아주 좋다.
계속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가로지르는 계단을 올라 노고단고개로 향한다.
무넹기.
이 지명의 유래는 1929년 구례군 마산면 소재에 큰 저수지를 준공하였으나 유입량이 적어 만수를 하지 못해 가뭄이 들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이듬해인 1930년에 해발 1,300고지 노고단에서 전북으로 내려가는 물줄기의 일부를 구례 화엄사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유도수로 224m를 개설, 저수량을 확보하여 지금까지도 매년 풍년농사를 이루고 있다.
무넹기는 물이 부족하여 노고단 부근 계곡물의 일부를 화엄사 계곡으로 돌렸다고 하여 '물을 넘긴다'는 뜻에서 '무넹기'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뭔가 어수선하다.
중앙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건물을 짓는 것 같은데...
중앙에 마고할멈이 찾는 이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외로이 서 있다.
노고단고개.
노고단은 예약제라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올라갈 수가 없다.
잠시 사정을 해보았지만 택도 없단다.
전에는 현장예약도 받아주고 했는데 말이다.
노고단고개 초소.
가야할 반야봉이 우뚝하다.
흰구름과 맑고 푸른 하늘이 봉우리와 잘 어울리고, 멀리 천왕봉도...
부러진 나무와 잎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들을 보니 마치 초겨울에 들어선 듯한 황량한 기분도 드는가 하면,
마치 봄날처럼 따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뒤를 돌아보면 노고단은 마치 붉은 이불을 덮어쓴 듯 예쁜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푸른 하늘에는 솜사탕이 곳곳에 그득하니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헬기장을 거쳐,
돼지령을 지난다.
돼지평전에서...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돼지령에서 바라본 반야봉.
왕시리봉.
흰구름을 머리에 인 만복대와 고리봉.
오늘 하늘도 역시 환상적이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에 도착했다.
옛날에 임걸 또는 임걸년이라는 이름의 의적이 은거하던 곳이어서 임걸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이 곳에 있는 샘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으며, 물 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중간 지점에 있는 고개로 높이 1,320m이다. 高嶺임에도 불구하고 우뚝 솟은 반야봉이 북풍을 막아주고, 노고단 쪽 능선이 동남풍을 막아주어 아늑하고 조용한 천혜의 요지가 되었다.
임걸령 샘터.
이어 노루목에 도착.
이곳에서 반야봉을 올랐다가 우측의 천왕봉 방향으로 내려와 화개재 방향으로 향할 것이다.
노루목에서 반야봉 방향으로 잠시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반야봉에 올랐다가 이곳에서 바로 우측으로 내려간다.
몇 번을 바라보아도 멋진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진 봉우리들이 자꾸만 발길을 더디게 하고...
제법 급한 경사가 반야봉까지 계속 이어진다.
고사목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오고...
멀리 좌측 제석봉.
반야봉(1,732m)에 올라섰다.
반야봉에는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 전설이 전한다.
하늘신의 딸인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는 도인 반야를 만나 결혼하여 8명의 딸을 낳았다. 그런데 반야는 어느날 득도한 후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반야봉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할미는 반야를 기다리다 석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반야가 득도하기 위해 머물렀던 봉우리를 반야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8명의 딸은 전국에 흩어져 팔도무당이 되었다고 전한다.
반야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노고단과 종석대.
왕시리봉.
천왕봉을 당겨 보았다.
약간 우측 앞에 장터목 산장도 보이고...
반야봉에서 내려와 삼도봉에 도착.
지리산의 봉우리 중 하나로, 높이 1,550m이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걸쳐 있어 삼도봉(三道峰)이라 부른다. 원래 이름은 낫날봉이었는데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또 낫날봉이 변형되어 날라리봉, 늴리리봉(닐리리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1998년 10월 8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삼각뿔 형태의 표지석을 세우면서부터 삼도봉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방면.
붉은 단풍이 멋있다.
악명 높은 550계단 도착.
하지만 내려가는 방향이라 힘들 것은 없다. 정말 550계단인지 올 때마다 몇 번을 세어보았는데 정확히 맟추기가 힘들었다.세는 사람들마다 제각각... ㅎ.ㅎ.
15분정도 걸려 화개재에 도착했다.
여기서 좌측 뱀사골 방향으로 내려간다.
하산 초입에 있는 나무계단.
샘터도 있다.
단풍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제법 많았다.
내 이름을 갖다 붙인 다리도 있었고...
내려갈수록 주위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그 아래의 계곡도 함께 어울리는 듯하다.
투명한 쪽빛 계곡수가 마음을 씻어주는 가운데,
화려한 단풍이 여기에 흥을 더한다.
제승대.
1,300여년전 송림사 고승인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렸던 장소로 소원의 영험이 오늘까지 이어져 제승대라 불리어 오고 있으며 주변의 기암, 괴석, 청류는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의 탄성과 발길을 묶어 놓고 있다.
화려함에 취해 발길은 더디어 지지만 와운마을 천년송을 둘러보기 위해 서두른다.
병소.
뱀사골 계곡에는 많은 명소들이 있는데 요룡대, 탁용소, 뱀소 등은 용이나 뱀과 관련된 명칭이고 병소, 병풍소, 제승대, 간장소 등은 지형의 형태 또는 전설과 관련된 명칭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 병소는 웅덩이의 모양이 마치 호리병과 같이 생겼다하여 "병소"라고 불리고 있다.
단풍잎으로 길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탁용소.
큰 뱀이 목욕을 한 후 허물을 벗고 용이되어 하늘로 승천하다 이 곳 암반위에 떨어져 100여m나 되는 자국이 생겨나고 그 자국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 하여 '탁용소'라고 한다.
단풍에 취해 한동안 노닐다가 뱀사골탐방로 입구로 나왔다.
뱀사골 -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
지금으로 부터 약 1300여년 전 뱀사골 입구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송림사에는 매년 칠월 백중날(음력 7월 15일)에 스님 한 명을 뽑아 그날 밤 신선바위에서 기도하게 하였다. 다음 날이 되면 매번 스님이 사라졌는데, 사람들은 그 스님이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이 이야기를 기이하게 생각하여 그 해에 뽑힌 스님 옷자락에 독을 묻혔다. 날이 밝은 뒤 사람들은 신선바위로 향하였는데 바위에는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그동안 사라진 스님들은 이무기의 재물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 계곡의 이름은 이무기 즉,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뜻의 뱀사골이 되었다.
와운교.
전에는 건너편에 보이는 표지판 옆으로 탐방로가 나 있었는데 우리가 방금 지나온 우측으로 길을 새로 정비한 후 이제는 막아놓았다.
여기서 천년송을 둘러보기 위해 와운마을로 간다. 와운교를 건너 약 800m를 올라가야 한다.
잠시 올라가면 예전에 없던 나무데크길이 놓여있는데 와운마을까지 이어진다.
와운마을.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도 누워간다는 뜻으로 와운(臥雲)이라 하며, 양지바르고 온화한 지역으로 구름도 쉬어가는 평화로운 마을이라 하여 눈골 또눈 누운골 이라고도 한다. 1595년 영광정씨(靈光丁氏)와 김녕김씨(金寧金氏)가 국난을 피하기 위해 심산유곡을 찾아가다 피난처로 최적이라 생각하여 이곳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마을을 들어가는 초입인 반선(半仙)은 본래 반산(半山)이었는데 신선이 등천하지 못하고 반신선(半神仙)이 되었다고 하는 이갸기가 전해온다.
이 마을은 6.25 당시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지리산이 공비의 소굴이 되자 전 주민이 피난 이주하였으며 1954년 수복과 함께 다시 입주하였다.
지리산 와운마을 천년송(할머니나무).
와운마을에는 고송 두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그 중 할머니 나무를 천년송이라 한다.
천년기념물 제424호인 이 소나무는 할머니 소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이로부터 20m 남짓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할머니 소나무는 높이가 대략 20m에 이르며, 가슴높이 둘레는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m 가량에 달한다. 소나무 앞쪽에는 구름도 누워서 지나간다는 와운마을이 있다. 와운마을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믿고서 매년 정원 초사흘에 나무에 제사를 지낸다. 뱀사골 상류 명선봉으로 부터 뻗어 나온 산자락에 자리한 이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에서 장엄한 기품을 풍긴다. 두터은 용비늘 모양의 나무 껍질이 오랜 세월의 연륜을 말해 주는 듯하다.
할아버지 소나무.
예로부터 와운마을에서는 소나무 바람을 태아에게 들려주는 솔바람 태교가 전해오고 있으며, 출산이나 장 담글 때 치는 금줄과 혼례 상(床)에 솔가지를 꽂는 풍습이 있다. 이처럼 와운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 내린 이 소나무는 신성한 천년송(千年松)으로서 와운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인 동산목이다.
천년송을 둘러보고 다시 와운교로 돌아가 반선으로 내려간다.
아직 계곡을 따라 제법 내려가야 한다.
부부송.
두 그루의 소나무가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요룡대.
이 곳 바위의 모습이 마치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것과 같다 하여 '요룡대'라고 하며 일명 '흔들바위'라고 한다.
다시 이어지는 계곡길.
계곡을 따라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계곡을 벗어나며 반선에 도착.
도상거리 24km, 7시간 20분 소요.
뱀사골 단풍을 보기 위해 이 가을에 찾은 지리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산행할 때마다 보여주는 청명한 가을 날씨는 멋진 조망과 더불어 마치 크나큰 복을 내려주는 듯 했고, 오늘 본 뱀사골의 단풍은 화려함을 뽐내려는 가을 지리의 속마음을 내비추는 것 같았다.
오대산과 지리에 이어 다음에는 가야산 만물상 단풍들 둘러볼 예정과 함께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