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계급'의 경계를 넘나든 음식이다.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 국수의 문명사>에 따르면, 애초 일본 소바나 이탈리아 파스타는 승려 또는 교황 등을 비롯해 상류층만이 즐긴 음식이었다. 하지만, 중국 송나라나 일본 에도에서는 도시가 생겨나 점점 커지면서 국수가 서민 사이에서 퍼진다.
도시는 상공업과 건설업이 활발해 사람들, 주로 남성들이 몰려 살았다. 조리 과정이 비교적 간편하면서 속도 든든히 채워주는 국수는 인기를 끌게 됐다. 서양에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국수가 보편화한다. 이후 하층민도 맘껏 즐기게 된 국수는 한때 가난을 극복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근래 창원엔 국수 가게가 많이 들어섰다. 길을 지나다 보면, 커다란 국숫집 간판들이 유달리 눈에 띈다.
큰 고깃집처럼 겉모습이나 실내장식이 화려한 집도 있고, 국숫집 자체를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곳도 있다. 국수의 변신에는 끝이 없다. 국수는 국물, 고명, 면에 따라 무한히 변하는 음식이다. 최근 생긴 국숫집들은 참살이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건강에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써서 맛을 내고, 양도 한 끼 식사에 못지않다. 창원에 있는 국숫집 세 군데를 들러봤다.
봉채국수 창원본점-갖가지 재료로 만들어낸 상상초월 다채로운 메뉴
홍합웰빙짬뽕생국수, 웰빙비빔생국수, 사천해물생국수, 얼큰해물쌀라면…. 전체 메뉴도 뭘 고를지 고민하게 할 만큼 많다. 면은 세 종류다. 밀가루 면, 쌀국수 면, 웰빙국수 면. 주황색과 연두색을 띤 '웰빙생면'은 파프리카와 클로렐라를 써서 만든다.
육수는 22가지 재료. 오이·당근·양파·표고버섯 등 채소와 멸치·북어·홍합·다시마 등 해물로 우려낸다. 비빔 소스도 마찬가지다. 사천해물생국수는 홍합·주꾸미·새우·모시조개·양파·양배추·파프리카 등 고명이 넘칠 정도로 그릇에 담겨 나왔다.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김무견 점주는 "서울에는 이미 우리 같은 국숫집이 활성화돼 있다"며 "이제 이런 흐름이 지역으로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봉채는 봉치에서 유래한 말. 혼인을 앞두고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채단과 예장을 보내는 일 또는 채단과 예장 자체를 뜻한다. 이때 무병장수와 행복을 바라며 손님들과 함께 잔치 국수를 나눠 먹은 풍습이 있었다. 불고기주먹밥, 버섯야채주먹밥, 단호박왕만두 등과 즐겨도 포만감이 있겠다. 3500~6000원. 창원시 용호동 73-6번지 명동상가 1층 16호(정우상가 왼쪽 뒤편). 055-263-2880.
김부종 막국수 진한 사골국물에 고혈압·당뇨 예방하는 메밀 넣어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으로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메밀면이 오이·상추·김 등 고명과 더불어 달콤하고 구수한 육수에서 헤엄친다. 문을 연 지는 1년 정도 됐다.
김부종 대표도 국수가 건강식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rutin) 성분은 고혈압이나 당뇨를 예방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의 뿌리는 똑같다. 음식도 몸이 낫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골을 끓이는 것, 동치미를 쓰는 것, 사골과 동치미를 섞는 것 등 막국수 육수를 만드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단다. 이곳은 사골을 깊게 우려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에 쓰이는 양념은 과일들을 섞어 만든다. 식탁에서 먹거나 평상에서도 즐길 수 있다. 평상을 둔 건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라는 김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는 여름철 막국수와 궁합이 맞다. 배추 겉절이는 겨울철 걸쭉한 들깨칼국수와 어울린다. 국수 한 그릇에 왕만두 하나도 함께 내준다. 5000원.
창원시 상남동 11-4번지 로데오빌딩 1층(한마음병원 맞은편). 055-263-0085~6.
하주미 허브국수-강원도에서 온 솔잎 곁들여 자연의 향 가득한 칼국수
국수에 허브가 들어가진 않는다. 허브의 향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장사를 시작한 이곳에는 허브 못지않은 재료가 대신 쓰인다.
칼국수는 강원도 홍천에서 들여온 솔잎을 곁들여 향이 독특하다. 육수와 비빔국수 양념은 인삼 등을 넣어 만들어낸다. 검은 콩과 노란 콩을 섞어 갈아 만든 콩국수가 요즘 가장 인기 있다.
하주미 대표는 "진하고 구수하게 보약처럼 달여낸다"고 설명했다. 내장을 깨끗이 제거한 멸치를 바짝 말려 육수를 만드는 데 쓴다. 비린내가 안 나게 하면서 맛을 우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고명으로는 쑥갓과 참나물을 얹는다. 매운 고추도 넣어 매콤하기도 하다.
국수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맛이다. 아울러 간식이나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 아니라, 식사 대용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하주미 대표는 "국수가 그저 간편히 먹던 음식에서 탈피했다"며 "국수도 음식도 과학이다. 모든 재료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 일반 음식이라기보단 우리 국수는 보양식 계통"이라고 덧붙였다.
창원대 삼거리 다리(사림동 방면 퇴촌2호교) 옆에 있다. 창원시 사림동 32-17번지. 055-267-0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