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구상해서 써야 할 게 있을 때를 빼곤, 제가 붓 글을 쓰는 시간의 대부분은 아내가 부엌 일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일부러 그리하는 건 아닌데 하다보니 그리된 것 같네요. 아내는 부엌칼을 들고 저는 붓을 들고... 어디서 많이 듣던 장면이지요? ~ㅋ
오늘 날씨가 무지 더웠지요. 점심시간 밴드를 잠시 보면서 밴친님이 올린 글을 보고 먹을 갈았습니다. 서예는 더위 잊고 싶을 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잠시지만요. 그때만은 아무 생각없이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전지 1/4의 화선지에 썼습니다. 이 싸이즈에 글을 다 쓸 수 있겠나 했는데, 조금 여유공간없이 썼더니 여백이 남네요. 처음 본 시(詩)이고 연습글이니 편안하게 즐감하시길요.~^^
누실명(陋室銘) _유우석(劉禹錫: 唐 AD 772-842)
山不在高 有僊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葛廬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산은 높아서만 명산이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그 이름을 얻고
물은 깊어서 신령한 게 아니라
용이 깃들어야 신비함을 갖는다.
이 방은 비록 작고 누추해도
그 안에 사는 나의 덕이 향기롭다
이끼의 흔적은 계단까지 기어올라 푸르고
풀빛은 발 안으로 비쳐 들어 푸르다.
담소할 큰 선비 있고
함부로 오가는 백정들은 없다
장식 없는 거문고 줄을 고르고
선현의 귀한 서책 펼칠 만하다.
요란한 가락에 귀 어지러울 일 없고
잡다한 공문서로 신경 쓸 일도 없다.
남양 땅 제갈공명의 갈대집과
서촉의 양자운의 정자조차도
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 곳이 누추할 게 무엇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