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부터 느릿느릿 움직일 요량이었다. 제주행 공항은 한산했고 비행기 자리는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사촌 오빠 내외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행이지만 여고 시절 외가에서 기숙한 덕분에 마음에 부담은 없었다. 배정받은 렌터카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남편과 달리 조급증을 내지 않는 오빠가 점잖게 느껴지는 달팽이 여행이다.
2) 달팽이는 ‘등짐 진 느림보’다. 속도를 섬기는 인간은 ‘느림’을 경멸한다. 느린 것은 뒤처짐이자 패배라는 인식이 달팽이의 보폭을 답답해한다. 하지만 그 작은 몸이 혼신을 다하는 걸음은 우리의 백 미터 달리기 속도다. 새는 날아서 가고, 말은 뛰어서 가고, 거북이는 네다리로 기어서 가고, 달팽이는 제 몸을 밀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뿐이다. 내가 고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살아온 것처럼.
3) 여고 시절 외가는 평화로운 가정이었다. 외삼촌은 세무 공무원이셨고 외숙모는 도량이 넓고 매우 너그러우신 분이었다. 그 댁에서 나고 자란 오빠이니 오죽 성품이 좋을까? 제주에서는 올케언니의 건강상태에 맞춰 맛있는 것을 먹고 주로 숲을 찾아다니는 느림보 여행이 목표였다.
4)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여러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 선택한 곳이 환상의 숲 곶자왈이다.' 숲 해설을 함께들을 수있어너무나 만족했던 곳이다. 환상의 숲에서 만난 자갈과 이끼 낀 숲은 신비로웠다. 곶자왈의 곶은 숲을 의미하고 자왈은 자갈과 덤불을 의미한다.
5) 숲이랑 돌과 나무 등의 자연은 짧은 시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을 완성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급해서 수천년의 역사를 난개발로 일시에 파괴해버린다 제주는 지금 난개발로 숲이 5%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6) 산책길 곳곳에 노랑 파랑 빨간색으로 칠해진 나무들이 보였다. 오랜 세월 풍파를 거치면서 노란색이 칠해진 나무는 아픈 나무여서 토닥토닥 안아 주어야 한다. 파란색은 관리 중이고 빨간색을 칠한 나무는 사망 판정이 난 것이다. 사망 판정이 난 나무에게는 괜찮아, 열심히 살았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하며 잠시라도 친구가 되어 주었다. 죽은 나무가 두 달 이상 사랑받으면 좋은 버섯을 키운다고 하니 사랑은 기다림이다.
7) 천리향은 먼 곳까지 향을 날려 보내어 벌들이 찾아와 수정을 하도록 유인한다. 수정된 꽃은 차례로 잎을 여미어 향내를 멈추고 맨 마지막 꽃이 임무를 다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모두 수정을 마치면 다시 활짝 피워 마음껏 향을 뿜는다. 부부는 서로를 다듬어 주어야 성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다고 배웠다.
8) 오빠 내외는 천생연분이었다. 오빠가 말하면 언니가 수긍하고 언니가 말하면 오빠가 맞장구를 쳐주는 그런 식이었다. 숲길에서 가자고 하면 가고, 쉬자고 하면 쉬는 새들의 쉼처럼 여유작작 거룩한 시간이었다.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와 여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오빠 내외와 여행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9) 손광성 작가의 <달팽이>에서는 뼈도 없다, 뼈가 없으니 힘이 없고, 힘이 없어 아무에게도 위협이 되지 못하니 무슨 주장 같은 것이 있으랴. 그런대로 무골호인이라 했다. 무골호인으로 살아온 올케 언니의 따뜻한 마음씨와 친절한 습관이 보석상을 하면서 익힌 장사의 기술인 줄 알고 한 때, 오해한 적도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0) 올케 언니는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덕으로 어떤 운명도 개척해낼 회복 탄력성을 가진 특별한 분이었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였으며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낸 모범 어머니의 표상이다. 나라의 아들로 잘 키워 놓고도 가끔 지난 날을 후회할 때는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11)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운전을 잘해준 오빠가 고마웠고 따뜻한 마음씨로 감싸고 배려해준 언니와 함께해서 더 행복했다. ‘아무래도 괜찮아, 늦잠을 자도 괜찮아, 밥을 늦게 먹어도 괜찮아.’ 느림의 미학을 체험한 소중한 달팽이 여행이었다.
12) 육체의 고통이 때로는 영혼의 해방을 가져온다는 어느 고해승과도 같은 그런 표정으로 달팽이처럼 묵묵히 움직이는 우리 일행은 휴식의 길 위에 서 있다.
첫댓글 첫 단락에 어디로 가는 여행인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제주도로 가는 공항은 한산했고' 이렇게 하십시오.
4단락 첫 문장에선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여러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 선택한 곳이 곶자왈이었다.' 이렇게 하고 들어가십시오. 곶자왈의 특징을 좀 가져오시고요. 숲과 돌과 나무 등 자연은 짧은 시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을 완성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급해서 수천년의 역사를 난개발로 일시에 파괴해버린다. 이런 내용을 좀 넣어야 달팽이와 연결되겠습니다.
10단락은 달팽이와 연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잘 키운 아들이야기는 너무 사적입니다. 다른 내용을 가져와서 달팽이와 연결시켜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