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리살 이야기 / 작자 미상
옛날에 오씨 성을 가진 한 총각이 있었는데 부모도 잃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었어요. 가난해서 나이가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갔대요.
하루는 장에 갔다가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고개를 넘어가는데 다 쓰러져가는 어떤 집 안에서 두런 두런 소리가 들렸어요.
'저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인데 누굴까?'
총각은 집 가까이 다가가 "으흠, 으흠" 기침 소리를 냈지요 그랬더니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아하! 도깨비들이었나 보네.”
도깨비들이 사라진 바닥에는 표주박이 하나 떨어져 있었어요. 신기하게 생각한 총각은 표주박을 주워와 닭장 안에 넣어두었어요.
며칠 후 밤중에 누가 총각을 찾아왔어요.
"오생원, 오생원!"
"누구시오?"
혼자 외롭게 지내던 총각은 자기를 찾는 사람 소리가 들리자 반가운 마음에 얼른 나가 보았지요.
혹시 며칠 전 고개 밑 오두막에서 표주박을 가져 왔소? 표주박을 잃어버렸는데 도무지 어디에 두었는지 통 기억이 안 나서 말이요.”
“그게 뭔데 이렇게 늦은 밤까지 찾아다니시오? 그렇지 않아도 빈집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보관하고 있소."
총각을 찾아온 사람은 도깨비였던 거예요.
“우리에겐 귀한 보물이라오. 그것 을 돌려주면 꼭 보답하리다."
총각은 닭장에 넣어두었던 표주박을 돌려주었어요.
도깨비는 “아무 날 다시 찾을 테니 그리 아시오." 하더니 사라졌어요.
며칠 후였어요.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밖에서 "끙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쿵" 하는 소리가 연거푸 들렸어요. 총각이 잠을 자다 놀라 밖을 나가봤더니마당에 나락이 높다랗게 쌓여 있더래요.
"흠, 도깨비가 다녀갔네."
총각은 도깨비 덕분에 먹는 걱정 없이 배부르게 잘살게 되었어요.
그런데 며칠 후 또 도깨비가 찾아왔어요.
“오생원, 당신은 이제 먹는 걱정은 없지만, 돈이 없지 않소? 돈도 있어야 하니 며칠만 기다려 보시오." 하더니 사라졌어요.
도깨비가 약속한 날이 되자 한밤중에 “쾅”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깜짝 놀란 총각이 자다 말고 나가보니 마당에는 돈이 한가득 쌓여 있었대요.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도깨비가 총각을 찾아왔어요.
"오생원. 당신은 양식도 있고 돈도 있지만, 아직 장가를 홋가 색시가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오. 내가 장가 가게 해 줄 테니 모레 저녁 미음이나 쒀놓고 기다리시오."
총각은 도깨비가 어떻게 장가를 보내주겠다는 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틀째 되는 밤, 그날 밤은 자지 않고 미음을 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또 “쿵"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도깨비가 왔나 생각하고 총각이 나가 보니 마당에 웬 처녀가 쓰러져 있었어요.
깜짝 놀란 총각은 처녀를 방에 데리고 틀어 가 온몸을 주무르고 물도 먹여주고 했더니 처녀가 겨우 숨을 쉬었어요 안심한 종각은 미음을 떠서 먹여주었더니 처녀가 기운을 차리게 되었어요.
"어디 사는 누구신데 밤중에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까?"
처녀가 정신을 차리자 총각이 물었어요.
"저는 전라도 아무 데에 사는데 밤에 오줌을 누러 변소에 가는데 뭐가 훽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되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 다."
알고 보니 처녀도 총각처럼 부모도 없이 혼자 살며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가난하게 혼자 살고 있었어요.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도깨비 덕분에 혼인해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대요.
그래서 이 총각이 도깨비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어느날 또 도깨비가 찾아왔어요.
“오생원. 당신은 이제 양식도 있고 돈도 있고 마누라도 있어서 괜찮겠지만 반찬이 없어서 괴로울 테니 내가 고기를 많이 잡게 해줄 테니 기다리시오."
하고 가더니 며칠 후 도깨비가 친구 도깨비들까지 많이 데려와 강에다 돌멩이를 쌓아 여울을 만들고 또 그 옆에다 못을 파서 여울에 올라온 고기가 못
으로 들어가게 해놨어요. 이렇게 되니 도깨비 덕분에 양식도 얻고, 돈도 얻고, 마누라도 얻고, 고기까지 그냥 얻게 되니, 이 사람은 도깨비가 고마워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도깨비가 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메밀묵을 잔뜩 쒀서 대접했는데, 그렇게 많이 묵을 쒔는데도 모자랐나 봐요. 한 도깨비가 묵을 못 먹게 되자 심술이 놨어요
“에이, 내가 막은 데는 헐어버려야겠다."
하고는 자기가 막은 데를 혈어버렸어요.
그 뒤 도깨비가 헐어버린 데를 큰 돌로 막았는데도 큰물만 나면 허물어져 버렸대요. 도깨비들이 쌓은 살을 사람들은 오가리살이라고 부른대요. 오가 성을 가진 사람의 살이라는 뜻이지요. 신탄진 조금 더 내려가면 오가리살이라는 곳이 있는데 지금도 고기가 많이 잡힌답니다.
부자가 된 총각은 어느 날 팥죽을 잔뜩 쒀서 동네 사람들을 불러 대접했어요.
물론 도깨비에게도 팥죽을 주었지요. 그런데 이걸 어쩜 좋아요. 도깨비는 벌건 팥죽을 보자 깜짝 놀라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