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저축은행, 年18% 넘는 고금리 대출 2배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 내리는데… 서민들 부담 커져
김은정 기자
입력 2023.03.13 03:07
금융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에 대출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유독 저축은행들은 거꾸로 작년 말보다 대출 금리를 더 높여 받고 있다. 은행 문턱이 높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이 금리를 높이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신용점수 800점대 고객의 평균 금리는 연 17.22%로 석 달 전인 작년 11월 초(연 14.7%)에 비해 2.52%포인트 올랐다. 2위인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16.49%에서 17.82%로 높아졌다. 신용점수 600점대 고객은 18%대 중반 금리를 받았다.
/그래픽=김현국
반면, 연 5%가 넘었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기준금리(연 3.5%)에 근접한 연 3.75%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때 투입된 공적자금만 27조”라며 “‘중·저신용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저축은행들이 수익 추구만 하고 있다”고 했다.
◇나 홀로 대출 금리 인상
금융 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은행의 대출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연 5.47%로 작년 12월(5.60%)보다 떨어졌다. 손해보험사 신규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지난 1월 연 9.99%로 작년 12월(10.16%)보다 낮아졌다. KB손해보험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13.11%에서 11.86%로 한 달 새 1.25%포인트나 낮아졌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는 오름세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연 18% 초과 고금리 신규 대출 비중이 작년 11월에는 38%였는데 지난 2월에는 6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도 해당 구간의 고금리 고객 비중이 22%에서 44%로 늘었다. 저축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11월 13.84%에서 지난 1월에는 14.82%로 뛰었다.
◇예금금리는 갈수록 하락
대출 금리는 뛰는데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내리고 있다. 작년 말 평균 5%를 넘겼던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현재 연 3.75%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에 근접했고, 은행에도 뒤진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그나마 최고 연 4.5% 금리를 주고 있지만, 최상위권인 SBI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7%,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연 3.5%, 페퍼저축은행은 연 3.9%에 그친다. 지난 1월 은행의 신규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연 4.15%)에도 못 미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가량 높은 이자율을 무기로 고객을 유치해왔는데 지금 금리 수준을 보면 거의 ‘개점휴업’을 하겠다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루만 넣어둬도 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저축은행 주력 예금상품인 ‘파킹통장’도 금리가 2~3%대로 떨어졌다.
◇은행 상대 출혈경쟁 ‘후폭풍’
저축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낮추는 것은 작년 말 은행들을 상대로 예금 유치 출혈 경쟁을 벌인 탓이다. 앞뒤 보지 않고 고금리로 예금 유치에 열을 올리다 이런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 채권 시장 불안정 사태 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보다 고금리로 유치했던 예금 탓에 대출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예금 금리 경쟁을 벌이며 연 6~7% 고금리 특판을 앞다퉈 내놨었는데 이렇게 조달 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대출 금리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고 순익도 감소 추세라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원인이다.
신용도가 낮아 저축은행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중·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 카드사의 경우 ‘성과급 잔치’ 때문에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은 반면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이야말로 대출 금리 인하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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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자봉
2023.03.13 08:25:33
정부는 저축은행들의 사채 수준의 고금리 대출에 왜 눈감고 있는가? 이게 제도권 은행들의 금리인가? 사채인가? 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시장과 산업현장이 고금리에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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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
2023.03.13 08:04:29
일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안해주니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저축은행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이 높다는 말이다. 신용 좋은 고객들 대상으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니 맨날 성과급 돈잔치를 하는건지 모른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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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stone
2023.03.13 08:53:55
말 똑바로 해야지 이게 뭐냐.. 저축은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냐? ㅋㅋㅋ 양성화 된 사채업자, 공인된 사채업자 아니냐.. 확실하게 지켜보고 관리를 해야 될 요주의 업체 아니겠냐.. 벌금과 깜빵으로 확실하게 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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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16228
2023.03.13 08:38:30
저축은행 싼 예금금리로 높은금리로 서민에게 이자 장사가 아닌지요. 정부관계자들 손 놓고 있나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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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똑바로
2023.03.13 07:42:45
저축은행 자금이 도대체 누구가 주인일까?.결국 조폭들이 긁어모은 자금이다.그래서 이자가 텍도없이 비싼것이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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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신용호
2023.03.13 09:15:41
저축은행들을 금감원이나 정부가 개입하여 서민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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