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ay(8월1일/오후)
절친 부부와
아내를 동반하고
휴가라는
우아한 이름으로
피서를 떠나는 길,
(14:20)
두, 세 번
부부동반 하여
피서를 다녀옴은 물론,
한 텐트 안에서
함께 잠을 잔 사이 였으니
두 여인들 또한
이미 흉허물은 없을 터,
네 사람 오가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며
유쾌한 웃음소리가
장맛비가 막 그친 차창 밖
찐득한 한여름 열기를
무색케 한다.
마치
길을 잘못 잡은 듯
이정표마다
미지의 도시 명,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지만,
지루함도 불편함도
까맣게 잊은 채
기대와 설렘에
가슴을 달구고,
달궈진 한여름을
시원히 식혀줄
그 길의
마지막 끝에,
드디어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클로즈업되는
2018년 제23회
동계올림픽의 무대
평창군의 역사 간판,
희창군으로 부터
전해 받은 메모의 위치대로
70m전,
폐업중인 주유소 건너편
편의점 쪽으로 좌회전 후
언덕 넘은 좌측에,
하늘을 떠받치듯
잘 가꿔진 원추형
주목나무 숲 농장에서
또 한 절친
농장주 희창군으로부터
반가운 환영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누며
마침내 이곳에
3박4일의 여장을 풀다.
(17:30)
이내 곧
희창이 마련한
재식의 삼겹살 굽는 소리가
식욕을 부채질하고,
재식부부가 챙겨온
찬거리 등으로
파라솔 식탁이 빼곡하다.
분위기 상승과
기대감 충족으로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고
두 친구 간 오가는
이슬이의 술잔에
세 친구 간 우정이
새록새록 깊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물린 후,
두 여인께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내일 일정 준비를 위한
마트 쇼핑에 돌입,
어렵게 강냉이까지
한차대기를 구입하여
농막으로 돌아와,
강냉이 까고 감자 깎아
한 솥 물 잡아 앉히고
다섯 사람 격 없는 대화와
유쾌한 웃음소리가
평창하늘에 무수한
별들을 잠 못 들게 한다.
D+1일(8월2일)
인근으로부터
새벽을 여는
부지런한 장닭 들의
우렁찬 모닝콜과 함께
오래전의 익숙한 기억 속
선잠에서 깨듯
평창의 낯선
새벽을 맞는다.
(05:00)
어젯밤 계획했던
비로봉 산행을 위한
각자의 발 빠른
빈틈없는 움직임,
압력밥솥
김빠지는 소리가
연신 딸랑이를
흔들어대고,
구수한 김치찌개 냄새가
농막의 새벽공기를
맛깔스럽게 한다.
서둘러 아침을 마치고(06:30)
아침 안개를 젖히며
농막을 출발한지 20여분,
매표소 무사통과를
기대한 의도와 달리
5인 3만원의(?) 거금을(희창) 치르고
상원사 입구 바짝 코앞에
여유롭게 주차를 마친 후,
곧장
비로봉 정상을 향한
3,5Km산행을 시작한다.
인적마저 드문
등산로를 따라
현무암 대리석 계단이
적멸보궁까지 이어지고
앞서가는 희창군 꽁무니가
잡힐 듯 보일 듯
자꾸만 멀어져 가니
차라리 잘 되었다
눈길 머무는
예쁜 곳을 배경삼아
걸음을 멈추고
세워서 찍고
뉘어서 박으며
오대산 8월 풍경에
깊숙이 빠져든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안개를 머금고
초록이 여울진
적멸보궁 문전
층층 겹친 계단 앞을
논스톱 통과
상쾌한 바람이
노닐다 가는 한 모퉁이에
희창이 준비하고
재식이 칼질한
수박화채를 꺼내서
서로를 챙기고 살피며
담소를 나누고
땀을 식혀가며
평창에서의 충족감을
맘껏 누린다.
폿죽 같은 땀과
긴 가픈 숨을
얼마를 더
몰아쉬고 나서야
오대산 비로봉 정상
해발 1,563m,
태양이 발열하기 전,
이른 아침이라선지
두 여인들은 물론
어느 누구 한사람
지친기색 없이
밝고 상기된 모습으로
가뿐히
방향 표시석에
족적을 남긴다.
(08:35)
비로봉 정상을 주시한
8월 태양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그늘 공간이 없는
비로봉 정상에
파리 떼까지
기승을 부린 탓에
서둘러 8부 능선으로 후퇴,
땡볕 후미지고
바람 잘 들치는
숲 그늘 터에
자리 펴고 앉아
각자의 배낭을 털어
어젯밤에 준비해
나눠서 챙겨 담아온
찐 강냉이, 감자, 단호박 등
빵이며, 우유, 수박화채를
꺼내놓으니 먹거리가
차고 넘치게 푸짐하다.
권 커니 받거니
나누고 배려하는 사이
서로의 사랑과
친밀감은 커져가고
학창시절부터 간직해온
사내들의 우정과 신뢰가
더더욱 밀접하게 견고해져간다.
(08:50)
정작 평창의 여름사냥을
처음 제안하고 추진했던
상현군과 부인, 그리고
희창군의 부인 불참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평창의 여름사냥에
한껏 마음을 부풀린 채
하산을 이어간다.
스쳐 지나쳤던
적멸보궁을 거쳐
신도들의 법문합창
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건히 합장삼배하고
다시 되짚어 내려오는 길,
상원사에 들러
절 탐방 경관 구경에
포토존을 놓칠세라
수려한 배경 담기에
여념이 없다.
서로를 밀어서 세워 찍고
어깨를 다정히 붙여
한 컷을 부탁하는
재식부부의 투박하지만
깊고 두터운 부부금슬을
흉내라도 내보려는 듯
앞서가는 아내를
불러 세워보기도 하는데
사랑은 흉내로서
표현되는 것이 아님을
이내 알아차리고 만다.
금순 여사님 불참으로
희창군이 불편해설까?
자꾸만 앞서나가
흔적이 없던 희창군이
주차장에서 가까운
계곡 한켠에
자리를 마련해두고
어서 오라 손짓하며
바삐 내려오는 우릴 향해
반가이 부른다.
마치 이 상황을
고대했던 듯
급히 계곡으로 내려가
배낭을 벗어내기 바삐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
들어가 얼굴과 머리에
물을 끼얹는다.
잠시 만에 발이
얼얼해짐을 견디지 못하고
물 밖으로 도망치듯 나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피서의 진수에
격히 공감 동감하며
유쾌 상쾌함을 만끽한다.
(11:00)
개운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월정사를 찾아
불볕태양을 가로막고
하늘을 가린 채,
그늘 막을 형성하고 있는
높이 매어 걸린
연등그늘 밑을 지나
경내를 두루 살피며
잠시나마 중생을 위한
부처님의 의도하심이
무엇이었을까를
유심히 탐색해보지만
어리석은 중생의 눈에
무슨 법문인들
깨우침이 될 리 만무하니
그저 수박껍데기만 핥는 사이
팔각9층석탑을 돌아서
절 마당을 훌쩍 지나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어
일주문을 빠져나온다.
(11:55)
일주문 앞에
미리서 차를 대기 중인
희창군의 배려로
서둘러 애마에 올라
예정에는 없었지만,
동해안 여름바다로 가서
콧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는
나의 제안으로
희창군의 요청에 의한
주문진항을 내비에 찍고
애마를 다그친다.
뒷좌석에 아내를 포함
나란히 앉은 재식부부도
기분이 한껏 고무되고,
차창 밖 달궈진 8월 태양이
우리의 한여름 사냥에
한껏 열기를 가한다.
뙤약볕 폭염 속으로
진고개를 넘고 소금강을 지나
주문진 해안로를 따라가기
한 시간여,(12:50)
햇빛 쏟아지는
길고 널따란 백사장 변에
애마를 멈추고 곧장
백사장을 가로질러
저 멀리 수평선이 가로막힌
파란 바다 앞에 멈춰 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잔잔한 파도에
따갑고 투명한 햇볕으로
눈을 반쯤 감은 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주한다.
아내는 벌써 바다에
발을 담구며 즐거워하고
재식부부 역시 환호하며
바다를 배경삼아
백사장을 종종걸음으로
희창군의 노고를 빌러
사진촬영에 바쁘다.
점심때가 훨 지나고
더위 또한 만만치가 않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동해바다에 왔으니
횟감이 제격이라~~
희창군의 안내에 따라
주문진항 맨 안쪽
선착장으로 진입 후,
한가한 한 곳에
주차를 마치고나자
희창군과 재식군이
앞서 내려 쨍한 햇빛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마치 아는 집을 찾아가듯이
잠시 후,
우리까지 오라는 손짓에
차 문을 닫고 이내 합류,
희창군 지인의 친구 선장께서
출항해서 잡아온
잡어(활어)횟감을
미리서 전화예약을
했었다는 설명과 함께,
소탈히 인심 좋게 보이신
젊은 할머니(?)께서
배 밑 집어장 속으로
뜰채를 휘휘 저어
활어들을 연신 건져 올리시며
다섯 명이서 10만원이면
실컷 먹을 것이라시며
묵직한 바구니를 들어 보이신다.
그리고 곧 회 손질에 들어가시고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며
약국을 갔다 오겠다며
애마를 몰고 나가는 희창군을
염려스럽게 바라보며
재식부부와 우리부부 둘만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이어간다.
그도 잠시
얇고 맛깔스럽게 썰린
횟점 그득한 바구니가
탁자에 올려지고
야채와 초장이
좌청룡 우백호에 자리하고 나자
희창군이 예상보다 늦어짐에
염려스러운 눈길로
길목 먼 곳을 주시하며
두 부부 네 사람 젓가락질이
연신 포도청을 바삐 오간다.
한 바구니가 다 털린 후에야
희창군이 아예 병원을 들러
진료 후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해 왔노라며
자리를 찾아 앉고,
두 바구니를 한 점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낸 후
포만감에 매운탕 주문을 취소하고
3만원을 추가,
매운탕거리를 덤 하여 구이생선 감을
포장하여 챙겨든 후
주문진항을 유유히 나선다.
(13;45)
주문진까지 왔다가
정동진을 빼놓고 그냥 간다면
정동진이 넘 섭하지 않겠는가?
휴가철 피크라
발 디딜 틈도 없이
피서인파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썰렁하리만큼
한가롭기만 하고,
뙤약볕아래 달궈진 백사장만
기염을 토하며 졸음을 쫓는다.
모래시계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주변을 대충 돌아본 후,
백사장 파도가 밀려드는 가까이
파라솔 아래 부의가 쌓인 곳까지
어기저어기적 걸어가면서
지난 해 가족 여행 시 이곳에서
난생 처음 온 가족이 함께
보트를 타면서 어린아이들처럼
얼마나 재미있어하고
신나들 했던지
그 추억을 기억해내며,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어보고 픈 욕망을 누른지 못하고
보트 타는 안내요원께 요금을 문의,
5인 먼 코스 6만원에 접수
두 친구와 두 여인을
손짓해 불러 모아
유치한 추억 만들기를 요청하자
다행스럽게 모두 별 거부감 없이
기꺼이 동참하고
모두 함께 주섬주섬
부의를 골라잡아 입는다.
그리곤 마침내
잔잔한 파도 위를
제비처럼 날라 다니는 보트에서
저 멀리 수평을 잃고
요동을 쳐대는 육지를
애써 돌려세우려 한참동안을
안간힘 쓰고 난 후에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으로
백사장 밖으로 어기적어그적
걸어 나왔다.
이어,
행여나 혹시
지난해 남항진에서의
멸치 떼를 만나 횡재를 누렸던
그 행운이 주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남항진으로 기수를 돌려
돌아보았지만,
해수욕인파가 온통
남항진으로 몰려들었는지
우리가 끼어들 틈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참, 그때 그 금계가 있었지!!~
그 구수한 맛의 추억이 떠올라
차에서 내려 선장님 상가 및
진열 어항 주변도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금게 마저 없다.
하는 수 없이,
우린 아쉬움을 뒤로하고
탐방의 욕망을 여기서 멈추며
애마를 평창으로 돌려
왔던 길을 되찾는다.
즐겁고 흐뭇한 속내를
입으로 연신 흥얼거리며~~~
(15:30)
경강로를 따라서
대관령을 넘어오는 동안
변화무쌍한 날씨가
빗방울을 뿌렸다가
쨍한 햇빛을 보였다가
번갈아 가며 변덕을 부리더니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점프전망대 근처에 이르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엄청난 폭우를 내리 퍼붓는다.
꼼짝없이 차에 갇힌 채로
빗물 흐르는 차창 밖으로
눈요기 탐방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하는 수 없이 일정을 접고
농막을 향해 간다.
양일간에 거쳐
처음 대하는 평창의 도시가
어렴풋이 도식화되어 간다.
서울에서 원주를 지나
강릉과의 중간에 위치한
오대산자락 산간 내륙의 도시,
구릉과 능선, 계곡과 산자락을
경계로 면적의 단위를 삼아야
규모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광활한 농경지,
감자, 무우, 양배추, 강냉이 등
고랭지 채소가 가는 곳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초원을 이루는 도시,
지나는 길 드문드문
이미 수확기가 지났음에도
감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누렇게 말라져가는 감자 잎줄기는
아마도 농가들의 과용 경작으로 인한
가격폭락으로 채산성이 낮아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수확을 포기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
시골 농촌 태생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변덕이 죽 끓듯 하던 날씨는
다시 쨍한 햇빛을 발산하고
농막에 도착한 우린
각자 할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인다.
희창군은 잽싸게 작업복을 갈아입고
애초기를 짊어지면서,
농막 옆 개복송나무에
개복송이 엄청 열렸으니
모두 따서 챙겨가 진액을 내려 복용하면
약효가 좋다는 말을 남기고
주목나무 농장 풀베기 작업에 돌입하고,
두 여인은 주문진 항에서 가져온
생선과 회 부산물을 손질해
생선매운탕에 저녁준비를,
재식군이 마대를 챙겨 들고
개복송나무로 가는 것을 보고나서
살며시 농막 창고에서 낫 하나를
찾아서 들고 애초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주목나무 사이를 거미줄을 거둬내며
희창군을 찾아 나선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신념 강한 친구
참으로 검소하고 근면 성실한 친구
이만큼 모으고 이루었으면
가끔은 있는 척 티를 내봄도 하련만,
참으로 격 없이 소탈하고
정 깊고 변함없는
마음 큰 친구,
고향을 떠나
어렵게 객지에서 삶을 개척하며
한 가정의 토대를
형성 해가는 신혼 초기,
예기치 않은
딸아이의 건강 이상으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어가며
주변의 만류를 단호히 거부한 채,
경제적인 여건과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어린 딸아이의 병상을 지켜낸,
힘겨운 삶 속에서도
한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한 아비로서의 부정과 사랑을
오롯이 이어오는 동안,
경제적인 여건, 즉 돈에 관한
절박감과 중요성과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실감하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친구,
그 돈을 벌어야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다그쳐가며
각고의 고생으로 얻어진
돈다발을 가방에 메고
10여년 여 전쯤,
평창을 물색하며
땅을 보러 다녔을 친구,
이 넓은 대지를 구입하여
밤낮없이 개척하고 터를 닦아
주목나무를 심고 농장을 가꾸며
무슨 생각, 무슨 더 큰 꿈을
키우며 오늘을 일궈왔었을까?
숙연해질 만큼 존경스럽고
추켜세워 칭찬하고
그의 삶과 인생에
성공이라는 인증 표창장을
안겨줘도 모자랄 만큼
자랑스럽고 훌륭한 친구,
한참동안을 헤맨 끝에
먼발치에서 희창군을 발견하고
일에 방해하지 않을 요량으로
멀리 떨어진 평지를 골라
몰래몰래 낫질을 시작한다.
예리하지 못한 날에 풀이
뜯기듯 스러지며 향긋한 풀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들며 폐 심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입 밖으로
배출되는 동안
뇌구조와 신체기능이 순수했던
영혼의 원초적 본능의 단계로
설정이 리셋 화 되듯이
마음이 맑고 편안하고
평화롭고 가벼워짐을
온 몸으로 느낀다.
채 10분도 못 누렸건만,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이었으니
주변 모기들을 위한
얼마나 따끈따끈한 회식꺼리가
되어 주었겠는가?
따가움과 가려움을 참아내지 못하고
슬그머니 되돌아 나오면서
친구를 돌아보지만
먼발치 애초기를 좌우로 저으며
풀베기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농막근처 개복송 따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재식군과 합류하며
희창군을 칭찬하기에
함께 이의가 없고 이견이 없으며
공감이 있고 동감만이
있을 뿐이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농막에 어둠이 내리고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면서
희창군이 작업을 멈추고 돌아와
애초기를 벗고 씻는 동안,
식욕을 땡기는 얼큰한
생선매운탕 냄새가
농막주변을 진동하며
파라솔 식탁에 놓이고,
두 여인께서 장만한
맛깔스런 석찬에
세 남자의 칭찬과 감사가
두 여인을 행복하게 한다.
요즘처럼 이 편한 세상에
소나 개나 남들 다 간다는
해외여행은 못 데려갈망정
호텔, 콘도는 입에도 못 올린 채
강원도 산골 평창,
그것도 농막으로 끌고 와
뙤약볕 아래 산으로 바다로
데리고 다닌 것도 모자라
밥 시키고 허드렛일 시킨 것이
한편은 짠하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큰데,
그래도 군말, 불편 없이
다소곳이 따라와 즐겁고 행복해하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 일인가?
반찬을 한가지 씩 음미해가면서
두 여인께 애잔한 맘과 함께
엄지척을 보내며 어색하나마
아내께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칭찬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거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아내가 불쑥 지난 회갑 여행 시
제주투어 시 이야기를 꺼내며
화제를 바꾸려는 순간,
이 아내가 또 갑자기
어디로 튀려고 이러나 싶어
그 기억하고 싶지 않은
힘들었던 사건을 내 입으로 꺼내
발설하며 당시 답답하고
힘들었던 심정을
부끄럽고 민망함을 감수한 채
스스로 털어놓는데,
여기까지에서 중단했더라면
그나마 좋았을 것을,
조마조마한 가슴에
냅다 불을 지르듯이
최근 크게 다투며 심하게
의견 차이를 보였던 문제를
불쑥 끄집어내며
누가 옳은지를 판단해보자는
황당한 지경에 이르고 만다.
순간 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고
결국 자진 폭발을 해버린다.
그동안 내내 아내와 살면서부터
억눌리고 참으며 포기해왔던
대인관계 및 사회적 참여에 관한
불만이 기회를 만난 것처럼
화산같이 분출되기 시작한다.
두 친구도 놀란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고
아내의 난처해진 입장에
보란 듯이 소금을 뿌리듯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과 분노와
억울함이 얼마나 컷던지
답답하고 우울했던 심경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온다.
재식군의 부인께서
아내의 입장을 두둔하시며
이해를 돕고자 하시지만
이 문제만큼은
살아오는 동안 내내
혼자만의 상상 속
의심과 불신으로
평행선을 달리듯
좁혀지지 않으면서
충돌하고 대립할 때마다
조금씩 누적이 되며
곪아 터져가는 상처라서
그동안 내 스스로 자제하고
포기하며 인내하는 동안 자리한
울분과 분노의 응어리로
가슴에 화가 되어
쌓이고 또 쌓여있었던 것.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아예 포기하고 죽은 듯이
살아가자면 끝이겠지만,
변하는 것이 삶이고 인생인지라
인생 초로 주기에 이르러
경조사를 비롯한 모임 등이
가장 빈발해지는 나이의 현실 앞에
이제 그러하기는 내 자신
사람노릇을 못할 것만 같은
비참한 생각과
존재감 상실로 인한
우울감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화가 치밀어 폭발하면
자제하기 힘든 지경까지
도달케 됨이
이젠 이러한 내 자신이 두렵고
감당하기 어려워
더 이상 참고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성격상 무분별한 참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경조사의 문자나 연락을 받을 겨우
그 순간부터 고민과 울분과
분노가 시작 된다는 점을 끝으로
겨우 분을 가라앉히고 나서,
이 좋은 자리에 우리 처지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이 기회를 전환점 삼아
서로를 좀 이해하고 관대하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끝으로
화해의 악수를 청해보지만
순식간에 급습을 당한
아내는 끝내 악수를 거부한다.
순간 주변까지 조용해지며
찬물을 끼얹은 듯,
친구들도 말문을 닫고
분위기가 그야말로
모두가 바늘방석인 듯,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찾아든다.
아내와 재식군 부인께서
농막 안으로 들어가고
셋 친구끼리 마루에 모기장을 치고
나란히 누워 소회를 이야기하며
한참동안을 위로 아닌 위로에
마음을 달래보지만,
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고
잠이올 리 없잖은가?
참으로 한심스럽고 민망하며
부끄럽고 창피하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나무랄 데 없이 좋고
고맙고 사랑스런 아내가
이 문제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과 불신을 버리지 못함이
못내 야속하고 서글프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믿음과 충족할 만큼의
큰 사랑을 듬뿍 채워주지 못한
부족하고 찌질한 남편인 것이
또한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워
가슴이 뻐근하고 아프다.
부부싸움에 어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을 수 있으랴?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였거늘,
내가 이기면
아내가 졌다는 것이고
아내가 이기면
내가졌다는 것인데,
졌다는 것은
굴복하여 자존심이
꺾였다는 의미일 것을?
아내가 이겨서
남편을 굴복시켜
아내의 자존심이 드높아질 것인가?
내가 이겨
아내의 자존심을 꺾어
내가 즐겁고 행복하겠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쪽시럽고 불쾌하며
마음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밤이 깊어갈수록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D+2일(8월3일)
날이 밝기 무섭게(05:45)
농막 가까이서 들리는
자동차 엔진소리에 일어나
희창은 풀을 베러 나가며
개복송을 지붕 위에 얹힌 가지까지
모두 따서 갈 때 가져가라는 당부에
재식과 난 우린 전혀 필요치 않으니
낼 자네 산악회 모임에 가지고 가서
회원들께 몽땅 풀어
선물로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주목농장으로 사라지고,
재식과 난 개복송나무를 오르내리며
개복송을 따서 자루를 채운다.
두 여인께서도 느지막이
농막 방과 세면장을 오가며
아침식사 마련에 분주하고
잔뜩 가라앉은 안개가
오늘도 만만찮을 폭염을
예고하는 듯하다.
느긋하고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희창군의 의견에 따라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내비여사의 안내에 따라
길을 나선다.
어제 아내와의 의견 충돌로
후유증 탓인지
십 수분을 달리는 동안
무거운 침묵이 창 닫힌 차 안에
흐물흐물 끈적거린다.
차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유입시키기도, 희창과 재식
재식과 재식부인께서
분위기를 전환시켜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금방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쨍쨍한 뙤약볕 탓일까?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낭만을 기대하며
정서적 풍성함과
심리적 평안을 얻으리라 생각했건만
이미 상처를 입고 닫혀버린 마음에서
정서적 감성은 뭐며, 무슨 기분으로
무슨 평안을 얻을 수 있겠는가?
지갑을 꺼내며 매표소로 향하는
내 앞을 추월하셔서 재빨리
입장권을 구매하신 재식군 부인
입장료(대인1인6,000원)를 지불하시고,
양떼들 노니는 초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산책코스,
사진촬영(순간멈춰잡기)에 여념 없는
재식부부와 그 뒤를 바삐 움직이며
폰 셔터를 눌러대는 희창군을 뒤로하고
저만치 앞서가는 아내를 불러 세워
포즈를 잡게 하고 사진을 찍어보지만
웃음은 사라지고 굳은 표정이 역력하다.
45분여 목장 산책을 겨우 마치고,
재식군이 챙겨온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랜 후,
어제 비로인해서 탐방을 멈췄던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으로부터
미련을 접지 못하고
햇볕에 불덩이가 된 애마를
내비여사를 앞세워 바짝 고삐를 죈다.
알펜시아 리조트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 및 탐방을 이어가다
근처 저만치 우뚝 솟은
스키점프대가 보이는 경기장으로 이동
경기장 입장 관람을 미룬 채
경기장 외곽 주차장에 주차 후
주변을 거점으로
관중석에서 경기장 내부까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멋진 경관을 배경삼아
폰 카메라에 담으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 하이라이트 스키점프대의
우뚝 치켜세운 웅장한
시설물을 바라보며
열광했을 관중들의 우렁찬
응원의 함성을 더듬는다.
한여름 불볕태양을
피해 달아나듯
난로 속 같은 애마에
몸을 잔뜩 웅크려 구겨 넣고
희창군이
8인분 이상을 준비한 삼겹살을
채 반도 소화시키지 못한 채,
냉장고에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
이를 처치하기 위해
다시 농막으로 점심식사 차
돌아가는 길,
차도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산과 계곡과 구릉이
고랭지 채소와 진초록 초목으로
눈이 호사를 누리고 남을 만큼
광활한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며
끊임없이 뒷걸음질쳐간다.
제법 시원한 바람이
주목 숲을 스치고 와서
파라솔 우산과 천막아래 앉은
우리들 사이를 맴도는 사이
어제 남은 생선 매운탕과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삼겹살구이에 거한 점심을 마치고
수박 후식에 이어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나니
포만감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피로감도 다소 고조되는 시점,
희창군의 계곡 물놀이 제안에
서로 눈치만 살피는 상황
희창군의 시선이 아내께 향해 묻자
대번 가야하지 않겠냐며
먼저 앞장서 준비를 서둔다.
내키지 않지만 뭘 어쩌겠는가?
먹거리와 쉴거리를 챙겨서
차에 싣는 동안
쨍하던 하늘이 구름을 머금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애써 누른 채
대충 준비를 마치고
농막을 떠나 온지 수 십분 여
금당계곡인지? 안미천 인지를 돌아
애마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보지만
한참을 돌아보아도 마땅한
장소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침내 차에서 모두 내려
흩어져 자리를 찾으러 다니는데,
이쯤에서 그냥 딱 뒤돌아 서
각자 집으로 휙 돌아갔으면
좋겠다 좋겠다를 입안에서
연신 읊조리는 중,
희창군이 어렵게
어느 교각 밑 그늘진
몇몇 피서객들이 진을 친
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고
어서 오라 부르고는
두 여인과 함께
차에서 다리 밑으로
먹거리 등을 옮기는데,
천둥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들치기 시작한다.
이미 교각 밑으로 내려가 있는
희창군과 재식군 등 두 여인은
비가 온다는 사실을
쉬 알아채지 못할 터라
차 적재함을 정리하고 내려가
함께 자리하고 앉으며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리자
이왕 앉았으니
조금만 앉았다 가자는
의견에 따라 자리에 앉는데,
다른 피서객들은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아내와 재식군 부인은
우리 주변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고,
우리 셋끼리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앉았는데
무슨 맘인들 편하겠는가?
평상시 술을 별로 즐겨 하지 않는
재식군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나의 기분달래자고 재식군이
억지춘향이 되어버린 셈.
두 절친이 수박화채 그릇을 내밀며
어서 집사람께
갖다 주고 오라는 성화에
극구 고집을 부리다가 두 친구께
미안하고 죄스럽고 민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화채그릇을
들고 가 권하여 보지만
받아 넣지 않으리라는 것도
또한 이미 난 알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더는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제안에
두 친구께서도 동조하듯
슬며시 일어서며
희창군이 기분도 전환할 겸
대화에서 여름축제를 하는 중인데
거기를 들러서 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짐을 챙겨들고
성큼 앞으로 나선다.
우리 둘은 이미
술을 접했으니 애마를 부릴
자격을 잃은 셈,
곧 희창군이 가자는 가는 데로
애마에 실려 갈밖에,
아내도 또한 마지못한 듯
뒤꽁무니를 따른다.
파장의 분위기처럼
축제일이 내일이면
끝나는 시점이라선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
시골 마을 단위의
축제장이라고 여기기엔
주변 분위기나 무대 등
준비 시설이 꽤나 크고
거창했음을 대번 느낄 수 있다.
몽고메리 천막으로
이어진 상가엔
아직도 특산품을 비롯한
행사 이벤트 상품 등이 즐비하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몇몇 오가는 축제 객들의
시선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
우린 대충
아이쇼핑을 하면서 돌아다니다
대단지 황화코스모스 꽃밭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으며
꽃에 홀리듯이 이리저리
꽃길을 따라 쫓다보니 어느새 훌쩍
긴 꽃밭 끝으로부터 이어지는
땀띠공원에 들어와 있다.
땀띠공원의 유래와
축제가 시작 된 동기 등을 살피며,
예부터 여기 주민들께서는
한여름에 더위를 못 이겨
땀띠가 생길 때면
이 물가로 나와서들
물을 끼얹고 몸을 씻고 나면
금방 씻은 듯 땀띠가
사라지곤 했다는, 그만큼
물이 시원하고 얼음처럼 차다는,
그 전설이 담긴 물에
발을 담구고 헹구고 하는 동안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
아내가 보이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동시에 모두들 두리번거리며
뒤돌아 꽃밭을 살피고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흔적이 없다.
꽃밭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는
분명 함께였었는데,
빨리 전화를 해보라며
친구들 걱정이 고조된다.
연신 저화를 걸어보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멘트 뿐,
순간 괘씸한 생각과 함께
미운감정이 확 치밀어 오른다.
모두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둘러 주차장으로 발길을 서둘고,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해보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음을 보는
재식군 부부와 희창군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주차장 가까이 화장실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아내를 발견하고
화를 낼 수도
탓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가슴에 화가 잔뜩 쌓이며
울화가 치밀어 오름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나마 다행이라
스스로 억지스레 위로를 삼는다.
다들 걱정을 덜며 희창군이 이끄는
막국수(토담막국수) 집으로 이동
이른 저녁식사를 주문하고
재식군부부가 경직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한사코 속이 불편해
먹을 생각이 없다는 아내의 고집이
식사가 끝나고 나갈 때까지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식사 후 농막으로 가는 길
잠시 더위사냥 축제장에 들러서
쉬어가자는 희창군의 요청에
다시 여름축제장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나자
음악소리와 함께 조명불빛이
쏟아지며 무대 가까이
제법 많은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공연이 막 시작됨을 알린다.
자연스레 무대 가까이에 다가가
앉으며 공연을 살피는 사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가슴에 모닥불이 지펴지는 듯
오르는 열기와 함께
음악 속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신들린 기타연주와 함께
열창을 이어가는 가수 한 분과
드럼도 아닌 사각 통(?)을
앞에 놓고 앉아
인디언 북 반주하듯이
맨손으로 두드리며 음이
드럼을 연주하는 이상으로
깊은 울림을 내며 어우러져
관객을 끌어들여 흥분을
고조시켜간다.
무대 앞 주변에는 벌써
흥을 주체치 못한 춤꾼들이
몸을 흔들며 스텝을 밟고
노래가 끝날 때마다 재창 삼창을
애원하듯 외쳐대며
공연이 끝날 줄을 모른다.
빈 의자를
어렵게 차지한 재식군이
저만치 서있는 두 여인을
함께 가까이 오게 해 앉히고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즐기는 사이
아주 조금씩
아내와의 불편감이
해소되어가는 듯싶다.
더욱이 우리의
정서를 어루만지듯
이어지는 7080가요가
심금을 울리는 기타 소리와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통드럼(?)소리와 함께
아주 먼 지난 과거 속으로
아주 깊은 세월의 어느 길목
끝으로 줄달음을 쳐간다.
가수와 음악이 바뀌고
무대조명이 꺼질 때까지
두 시간여의 공연을
유쾌 상쾌히 공연을 즐기고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농막으로 돌아온다.
커피라도 한잔씩 하자는
희창군의 요청으로
식탁에 둘러앉고 나자
두 여인 아니 두 부부를 위하여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며
희창군이 포장 꾸러미를 풀어서
뭔가를 확인하고는
두 여인 앞에 따로따로 놓고
맘에 드는지 펼쳐서 보라고~~~
어제 오늘 탐방 길에서
부부가 함께한 예쁜 사진을
도자기 컵에 인쇄하여
머그컵을 만들어 선물로 내놓은 것.
축제장에서 폰에 사진을 내보이며
어느 것이 좋으냐며 묻고는
한참동안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축제장을 다시 가자고 했던 이유도,
다 이 선물을 마련키 위한
일련의 노고와 정성과
성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고는
그 감사에
더 큰 의미와 고마움이
한꺼번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래도록 추억으로 기억케 해줄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에
두 여인 또한 깊이 감사하며
어둠이 짙어가도록 한참을
평창의 밤이 깊어 갈수록
멋지고 아름다운
농막의 시간이 쌓아간다.
D+3일(8월4일)
날이 밝기 바삐
풀베기를 나갔다
돌아오는 희창군,
비로소 농장에 풀베기를
모두 마쳤다는 환한 웃음과
후련한 표정을 마주하며,
오늘 산악회 회원들과
모임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았던 터라
서둘러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동시에 귀가 준비에 돌입,
농막과 농장 안팎을 청소하며
정리 정돈을 마친 후
아침식사와 설거지까지 마치고
차에 짐을 옮기는 중,
희창군이 개복송 자루를 가리키며
저것도 가져가라는 말에
재식군과 나는 이미 희창군의
산악회친구들께 선물용으로
지정해뒀던 터라 그냥 두려는데
아내가 불쑥,
모두 싣고 가자며 또 나선다.
뭐하려고 그러느냐 만류를 해도
극구 고집을 부린 탓에
시끄럽게 될까봐 하는 수 없어
네 마대 중 두 마대를 차에 싣고,
희창군과 감사와 고마운 맘을 담아
아쉬운 작별인사를 마치고
애마를 돌려세운다.
오늘이 영월 장날일 것이라며,
장 구경 겸사겸사
좋은 곳을 돌아보며 재미있게 가라는
희창군의 당부를 생각하고
어디로 어떻게 방향을 정할까싶어
궁리 중인데,
마치 조금 전 개복송 건에 관해서
자 잘못을 따지듯이 음성을 높이며
희창군이 하재는 대로 그냥
실었더라면 좋을 것을
오히려 내가 고집을 부려
불편했다는 듯이~~
이거 참 환장할 노릇이라,
나도 격해져서 큰소리로
이미 어제부터 희창친구랑
우린 필요치가 않으니
내일 산악회 친구들한테 선물삼아
풀었으면 좋겠다고
긍정 반 수긍 반을 했었던 일인데,
오히려 당신이 고집을 부려
난처한 상황이 되었노라고
소리를 높여 대꾸하자
재식친구가 진정 하라며
말리듯이 나서서
그 일은 친구의 말이 맞다 는 중재로
가까스로 평정이 되면서
한동안 차 안이 깊은 침묵과
끈적한 불편감이 또다시
무겁게 짓누른다.
이런 기분으로 또 어딜 쏘다녀
좋을 게 뭐있으랴?
재식친구부부께는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창피스럽지만
그냥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었으면 하는 생각 뿐,
분위기를 호전시켜보려는
재식군과 이야기를 나누며,
휴가절정의 귀가길 교통 혼잡 및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단은
서울 근교까지 우선진입을 목표하고
더위로부터,
무거운 차내 분위기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욕망으로
욕심껏 속도를 높인다.
땡볕 열기를 가르며,
더위를 멀리 더 멀리 몰아갈듯
굉음을 질러대는
애마의 몸부림을 몸으로 느끼며
평창에서의 3박4일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상현군의 요청으로
네 부부가 평창의 여름사냥을
계획하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자고 했던 것이
주선한 당사자와 부인
희창군 부인의 불참으로
시작부터 석연치가 않았던 것이
우리 부부의 불편한 관계가
덤 하여져,
본의 아니게 재식군부부가
즐겁고 행복했어야할
소중한 여름휴가를
망쳐버린 것 같아
마음이 심히 죄스럽고 무겁다.
서로가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약속을 한 이후
거의 한 달여 동안을
이틀이 멀다하고 전화를 해대며
확인하고 준비하며 좋아하고
설레 했었는데,
생각할수록 내 꼴이 참
우습고 비루하고
부끄럽고 한심하게만 느껴진다.
그 길고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이 변함없는
45년 지기 절친,
투박하면서도 순박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정 깊은
든든하고 의협심 강한 친구께
난 너무 철없이 무례를 범한 것 같아
미안하고 송구스러울 뿐이다.
철딱서니 없게 자리 구분도 못하고
우리 부부가 저지른 불편한 분위기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얼마나 마음이 불안불안
가시방석 같았을까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심하게
절레절레 흔들린다.
더욱이
상묵이 엄니께 비춰진
우리 부부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누추했을지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얼굴을 마주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이 절친 부부께
뭐라도 보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희창군께서도 권장했던
양평의 더 그림을 생각하고
내비에 더 그린을 입력하여
더 힘껏 가속 폐달을 밟는다.
이른 출발을 했던 탓에
비교적 지, 정체 없이
느슨한 국도를 달린 끝에
양평에 무사 입성,
내비여사의 안내를 철칙처럼 따르며
전혀 낯설고 비좁은 샛길과 농로지만
결국은 우리를 목적지에 착오 없이
인도하리라는 믿음으로
찻길이 아닌 골목길을 돌고 돌아서
힘겨운 더위를 밀치고 왔건만,
결국은 어느 거친 논길 한적한 공터에서
목적지 안내 종료 선언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그제야 인식한 후
더 그린과 더 그림에서의 착오를
발견하고 허탈감을 떨치지 못하며,
목적지를 재조정하여
한참을 돌아 나온 끝에
겨우 더 그림 주차장에 안착.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거친 사이
어느새 또 입장권이
재식군 부인께 들려있다.
미안한 마음에 머쓱한 기분으로,
지난 산벗 산행을 마치고
희창친구와 정식친구 셋이서
탐방을 했었던 터라
입장권으로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고
대기한 끝에 잠시 앉아 입을 축인 후,
밖으로 나와 산책길을 따라나선다.
아내와의 불편한관계가 당분간
쭈~욱 지속 되리라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아내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재식부부께 발맞춰 이동하며
부부의 다정스럽고 사랑스런 포즈를
예쁜 배경에 맞춰 폰에 담는다.
그나마 즐겁고 행복해하는
재식부부의 흐뭇한 모습에
작은 위안을 삼으며,
아직은 여전히 따갑고 무더운
한여름 햇볕을 경계하며
더 그림에서의 산책을 마치고
출입구를 빠져 나온다.
재식부부의 아파트를 향해서
애마를 몰아가며
뒷걸음질 치는 차창 밖으로
점심 메뉴를 골라보라며
서행을 해가는 중,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부를 위로하려고 그러는지
지금껏 살아온 중
이번 평창에서의 여름휴가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즐겁고
신나는 휴가였으며
앞으로 오래도록 고운 추억이
되겠다며 재식부부가 서로
맞장구를 쳐댄다.
새삼 더 미안하고 죄송한 맘으로
우리 부부로 인해서 많이 불편하고
난처했을 것인데도 잘 참아주고
이해해 주신데 대해
거듭 고마운 마음과 죄송함을
진심을 다하여 전하며,
절친들 덕분에 더불어 우리 또한
처음 대하는 미지의 도시 평창으로
한여름 사냥을 나왔던 것이
시작은 좋았지만,
우리가 초를 친 격이 되어
사냥은 웬걸,
하마터면 한여름 더위에 물려
오히려 잡혀먹을 뻔 한
땀띠 나는 평창의 더위사냥이
될 뻔한 사실에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먼 세월 지나면 오늘을 회상하며
함께 웃을 날이 될 수 있기를
한편 소망하는 마음으로,
땡볕 눈부신 차창 밖
한여름 열기 가득한 풍경 한 컷과
묵직하고 끈적한
차 안의 현재 상황과
평창과 동해안을 오가며
고운 벗님들과 함께
눈에 담았던 정경들을 추슬러
가슴 깊숙이 꾹꾹 눌러
소중히 간직 해두고,
다가올 어느 겨울날
한겨울 폭한에 가슴 시릴 날,
오늘을 기억하며 추억 해보리라
스스로 위로를 해보며,
희창군과 재식부부께
깊은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아울러
진정 미안하고 송구함을
함께 살며시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