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예의
최경민
옆자리가 그랬다 살아있으면 유기동물 구조협회구요 죽어있으면 청소업체에요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나가면 누울 자리를 뺏긴다는 걸
그래도 가야 한다 새벽에 하는 연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반대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쌍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고양이는 새벽에 일어난 우리들보다 조금 더 불쌍하다
그래도 다 보고 올까요 죽어있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관할구역 끝가지 갔다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 걸 하는 게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최경민 1995년 서울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현재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
심사평 삶의 양면성 모두 품으려는 의지 담은 명편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는 많은 투고 작품이 투고 되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저마다 구체적 경험과 언어를 특귄으로 삼고 잇었다 참신한 발상과 언어에 정성을 기울인 시편들이 다가왔고 그 가운데 시상의 완결성과 시인으로서의 삶을 이 끌어갈 가능성을 갖춘 최경민씨의 ''예의'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예의'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삶의 양면성 가운데 어느것도 소흘치 않게 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명편이다 삶과 죽음의 현상 모두를 껴안고 그 경계를 넘어 모두 다 품고 넘어서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임을 시인은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연민에도 불 구하고 한없이 나아가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면서도 끝까지 가보는 것은, 스스로와 타인을 동시에 향하는 예의일 것이다 행간마다 큰 공간을 유지하면서 그 안으로 삶을 향한 특유의 연민과 의지, 인내와 애호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단단하게 들려준 시편 이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작품을 써갈 잠재적 역량을 구비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판단해 본다 더불어 '상어에게 지느러미 달기'와 '유리 식탁'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는데 비교적 익숙한 어법과 소재로 인한 참신성 부족이 크나큰 아쉬움을 주었다 이 밖에 도 자신만의 사유와 감각을 개성적로 구축한 시편들이 많았음을 부기하고자 한다 당선자에게 커다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응모자 여러분에께는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안도현 유성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