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입구에 아지(娥池) 라는 연못이 있는데 전설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려17대 인종왕비 공예태후(1109~1183) 임씨의 출생지로 그의 언니는 왕비로 간택되기 전날 밤 아주 상서로운 꿈을 꾸고 나서 참을성 없이 동생에게 발설하고 말았다. 이야기를 들은 동생은 할아버지가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올 때 선물로 갖다 준 비단 한필을 주면서 꿈을 팔라고 간청했겠다. 꿈을 팔아버렸다. 그 후 동생은 왕비로 간택되고 꿈을 팔아버린 언니는 슬픔과 허탈감에 시름시름 앓다가 집을 뛰쳐나와 이 연못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래서 아지는 처녀가 빠져죽은 연못이라 해서 아사지(娥死池) 또는 각시소라고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조 임호의 12대손인 조선 명종 때 국담 임희중(菊潭 任希重1492~?)이 이런 시를 남겼다.
娥池(아지)
娥池在長川下 (아지재장천하)
아지 라는 연못이 장천 아래에 있었으니
流閱興亡今幾年 (유열흥망금기년)
흥망을 겪어 온지 지금이 몇 해 이던고
高岸已從灰劫變 (고안이종회겁변)
높은 언덕은 이미 오랜 변천을 겪었건만
淸波常帶舊時姸 (청파상대구시련)
푸른 물결은 아직도 예와 같이 아름답구나
蜿蟺鐘淑德 (완선종숙덕)
꿈틀거리는 매미는 쑥떡이듯 모였고
窈窈俔天妹 (요요현천매)
얌전한 자태는 천제의 누이로소다
七重雲程異 (칠중운정이)
일곱 색깔의 구름이 상서로이 비추더니
九重夢赤符 (구중몽적부)
궁궐에 들어가는 꿈이 또한 부합 했네
龍騰爲國母 (용등위국모)
용이 승천하여 왕비가 되었고
聖誕繼皇圖 (성탄계황도)
훌륭한 왕비 낳아 왕통을 계승 했네
脈脈池如舊 (맥맥지여구)
면면히 이어온 연못만 예와 같아서
空令後起旰 (공령후기간)
공연히 후손들로 하여금 찬탄케 하네!
또 근래 전원범(全元範1944~) 시인은“아지 앞에서라는 시에서 어느 끈질긴 인연의 실타래이기에, 연못은 그 자리 그대로 맴돌고/ 하늘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을까/ 태후의 꿈은 바스라 져 한으로 떠있고, 못다 한 삶 물무늬로만 남았구나/ 못 앞에 서는 나에게도 마알 간 아픔이 밀려 온다 / 내 마음 한가운데 다가와 서는 이여/ 얼마나 많은 바람에 씻겨야 아픈 사연이 다 지워질 수 있는가/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맺힌 고를 다 풀어 낼 수 있는가/ 켜켜이 가라앉은 저 인연의 무게, 퍼내어도 퍼 내어도 다함이 없는 설움/ 몇 천 년 더 울고 나면 맑게 가라앉은 눈물 아니 될까”라고 했다.
일찍이 택리지를 쓴 청담 이중환 (淸潭 李重煥) 선생은 長興 天冠山 石勢奇勝 恒有 紫白雲 在上(장흥 천관산 석세기승 항유 자백운 재상) 장흥 천관산은 돌 형세가 기이하고 훌륭하며 항상 자주 빛 구름과 흰 구름이 산위에 떠 있다.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 약간의 구름 낀 날 오후 늦게 본 것을 기록한 것 같다. 서쪽해가 구름높이 아래로 기울어졌을 때 해수면에 닿은 반사광이 구름으로 쏘아 올리면 이런 현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