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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중 빈 칸에 들어갈 직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전공: 의류디자인학 → 진로: ______________
① 패션 디자이너 ② 홈쇼핑 MD ③ 패션 마케터 ④ 선행제품 디자이너
퀴즈의 정답은? 안타깝게도 보기 중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4번을 선택했을 것이다. 의류디자인 전공자가 전자제품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전개는 뜬금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그 뜬금없는 전개를 몸소 실현한 디자이너가 있다. 패션 MD 출신이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무선디자인팀의 선행디자인파트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는 박도형 수석이다.
▲ 이화여대 캠퍼스톡 業&UP에서 강연 중인 박도형 수석
패션 MD 출신 전자제품 디자이너?
박도형 수석은 지난 2009년까지 패션 관련 MD/디자이너/마케터로 근무했다. 10년 동안 한 분야에서만 근무했던 그는 당시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로부터 패션 관련 휴대폰 기획을 제안받았고, 그 기회를 통해 전자업계로 이직했다. 하지만 패션업계에만 종사했던 그에게 전자회사에서 근무하기란 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잘못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야구 선수가 축구장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였죠.”
그는 기본적인 규칙, 업무 패턴, 업무 프로세스 등 전자회사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입사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잘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상사를 만나며 업무와 분위기를 빨리 익힐 수 있었고, 스스로 기술적 지식을 쌓기 위해 꾸준히 공부한 끝에 훌륭한 전자제품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 "처음엔 괜히 왔다고 후회했어요. 선배들한테 많이 혼났죠(웃음)"
박 수석은 “패션계 출신이라 업무를 할 때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나만의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전자제품 디자이너나 IT 상품개발자는 전자산업 특유의 프레임에 맞춰 일을 한다. 이 프레임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고정관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고정된 프레임을 흔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찰’이 필요한데, 다른 분야에서 전자회사로 이직한 박 수석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저는 이직 전까지 소프트 굿즈, 패션업계, 한국적 배경의 프레임에서 일을 했어요. 반면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IT업계, 글로벌 배경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죠.”
박 수석과 삼성전자는 서로 반대의 특성을 가진 대척점에 있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상이한 관점으로 동일한 문제를 분석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패션 + IT = WOW!
삼성전자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만남을 갖기보다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선사업부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통신사와의 계약을 우선적으로 맺는다. 박 수석은 “이러한 구조로 인해 무선사업부는 소비자보다 사업자의 입맛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사업자의 니즈(needs)가 상충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업무구조만 따라 사업자의 입맛에 맞추면 결국 무선사업부에게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놓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소비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을 했어요.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죠.”
▲ 패션계에서 쌓은 노하우에 IT 기술을 더했더니, 결과는 WOW!
패션계는 그 어느 곳보다 소비자의 욕구와 만족에 민감한 분야이다. 반면 IT업계는 사업자 중심의 관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박 수석이 패션업계에서 종사하며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졌던 것이 업무를 하는데 빛을 발하였다. 그는 패션계에서 기른 감각과 IT 기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던 프로젝트 중 ‘전 세계의 색 선호도를 분석했던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휴대폰의 색상을 선택하는 과정이 특별한 논리 없이 무작위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선택에 의문을 품은 박 수석은 논리적으로 색을 선택할 방법을 찾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판매된 휴대폰 색상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각 권역별로 분석을 시작하였고, 전 세계의 지역별 색 선호도를 추출했다. 패션 지식을 바탕으로 시작한 분석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션계에서의 경험이 IT업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선행디자인 파트, 네가 궁금해!
삼성전자 무선디자인팀 선행디자인파트. 길고 어려운 이름의 이 부서는 ‘미래 제품을 컨셉팅(concepting)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미래에 소비자가 원하고 필요로 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갤럭시 기어 S2 제작에 참여해 제품의 컨셉, 기능, 디자인 등을 개발하였다.
▲ 무선디자인팀의 '컨셉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는 컨설턴트'인 박 수석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맡아 매일 ‘도전하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선행디자인파트. 미래의 제품을 디자인하는 만큼 남다른 시각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선행디자인 파트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떤 모습인지 박 수석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면
① ‘디자이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디자인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느끼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 능력이다. 자세하게 문제를 관찰하는 디자이너만이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② 기술 지식
외형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기술을 알아야 자신의 디자인이 생산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 수 있다. 또한 디자인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 때에도 스스로의 손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자신의 디자인을 개발자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설명할 수 있다.
③ 다양한 공부와 경험
다독과 외국어 공부를 추천한다. 자신의 우주를 마포구로 정할지, 전 세계로 정할지는 책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간접경험을 했느냐에 달려있다. 많이 읽는다면 그만큼 자신의 우주는 커질 것이다. 또한 외국어 실력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의 기준이 된다.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많아진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하라.
④ 협업 정신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금방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 타인에게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조차 수많은 사람과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 따라서 동료와 소통 혹은 협동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디자이너 본인의 자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타인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협업 정신을 반드시 기억할 것!
패션 MD로 출발해 현재 뛰어난 전자제품 디자이너로 거듭난 그의 모습을 보니 ‘의류디자인 전공자가 전자제품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전개는 뜬금없다’라고 했던 말이 부끄러워졌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박 수석! 그의 도전 이야기가 모든 예비 디자이너에게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 남다른 패션 센스를 지닌 박도형 수석과 찰칵!
서울대학교영어교육,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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