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이사60,5).>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2,1~12)
오늘은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글자 그대로 주님께서 공적으로 당신의 모습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 보이신 것을 기리는 대축일이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이방인의 세 박사에게 공적으로 먼저 나타내 보이심으로써,
당신께서는 이 세상에 이스라엘 백성들만을 위해서 오신 분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오신 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셨던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바칩니다.
이 장면은 솔로몬 임금을 찾아와 금과 향료와 보석을 바친
스바 여왕을 연상시킵니다(1열왕10,10).
아직 구유에 누워 계시는 아기 예수님께 바쳐진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장차 이분이 어떤 분인지를 예표(豫表)합니다.
먼저 멜키올이 가져온 황금이 상징하는 것은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왕이라는 사실입니다.
박사들이 황금을 아기 예수님께 선물한 것은
아기 예수님이야 말로 영원히 변치 않을 왕이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스발이 가져온 유향은 사제를 위한 예물입니다.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유황은 기도할 때 피워 올리는 향입니다.
우리가 향을 피우면 그 연기는 위로, 즉 하늘로 올라가게 됩니다.
하늘에는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그래서 유향은 하느님을 향한 기도와 제사를 의미하는 동시에
예수님께서 대사제임을 드러낸다 할 수 있습니다.
발타살이 가져온 몰약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예물입니다.
이 몰약은 무엇을 상징합니까?
몰약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지방에서 나는
향수와 방부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약제입니다.
즉 몰약은 시신이 빨리 부패하지 않게 바르는 약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역설적으로 죽으시기 위해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래서 몰약은 아기 예수님이야말로
인류를 죄와 죽음의 썩음에서 구원할 구세주이심을 나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당신 자신의 생명을 바치심으로서
세상을 구원하시는 구원자로서 오셨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 사람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러 와서 봉헌한
황금과 유향과 그리고 몰약은
예수님께서 왕중왕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우리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해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바로 이 사실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온전히 깨우치고,
그러한 예수님을 세상에 선포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갑진(甲辰)년 새해를 시작한 우리에게 오늘 제1독서는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힘이 되는 말씀을 전해 줍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힘차게 외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이사 60,1~2).” 우리 위에 빛이 오고 주님의 영광이 떠오른다고 이사야 예언자는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자는 계속해서 선포합니다.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이사60,5~6).”
갑진년 새해에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의 상속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바다의 보화와 재물이 우리에게 흘러들고
낙타와 소떼들이 많은 소출과 열매를 맺어 주리라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우리 얼굴에 기쁜 빛이 가득하고 우리 마음은 두근거리고 벅차오르리라고 약속합니다.
2024년에 우리 모두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대로
발광체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일어나 비추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을 두근거리고 벅차오르도록 해주실 것입니다.
새해는 가슴 아픈 한 해가 아니라 가슴 두근거리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