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노트 15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에서 수행을 지도하시는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해를 거듭하면서 기록한 내용입니다. < 참고 >는 수행자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별도로 보충한 내용입니다. 수행은 개인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총론에서 벗어나면 안 되므로 반드시 스승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또 스승에 따라 다른 수행방법도 있습니다
3. 질문 : 알아차리는 마음이 대상에 밀착이 되지 않습니다.
답변 : 마음은 대상이 있는 데를 항상 따라다니면서 알아차려야 한다. 어떤 마음이 일어나면 다음 마음으로 진행되기 전에 일어난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거나 일어난 즉시 알아차려야 한다. 보이거나, 들리거나, 생각이 나거나, 싫증이 나거나 즉시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알아차림이 늦게 되면 알아차리는 힘이 약해진다. 밀착해서 알아차리라는 것은 대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일어날 때 철저하게 알아차리라는 뜻이다.
참고 : 위빠사나의 빠사나를 수관(隨觀)이라고 했을 때 대상이 일어난 뒤에 따라가면서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여러 가지 대상을 자유롭게 알아차리는 수행이기 때문에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통증이 일어나면 통증을 따라가서 알아차립니다. 또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망상이 일어나면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을 멈추고 망상을 알아차리라는 뜻입니다. 이때 따라간다는 뜻은 자유롭게 대상을 바꾸어서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본다는 뜻의 관(觀)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내관적 지혜수행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관(觀)은 마음으로 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내관이란 자기 감각기관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섯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많아서 편의상 본다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관한다고 할 때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아는 것입니다. 눈은 감각기관일 뿐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서 아는 것은 마음입니다.
대상이 일어난 즉시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일어난 대상이 줄거리를 만들어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알아차려도 빨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무엇이나 더 커지기 전에 초등에 대처하지 않으면 수습이 어렵습니다. 이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화가 난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즉시 가슴으로 가서 화가 난 마음으로 인해서 생긴 느낌을 알아차리면 아직 거친 느낌이 일어나지 않아 쉽게 소멸됩니다. 하지만 화가 난 뒤에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아차릴 때는 이미 가슴의 거친 느낌이 강력해서 알아차려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밀착한다는 것은 대상과 알아차림과 아는 마음이 일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대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마타 수행의 근본집중을 해서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는 선정의고요함을 얻습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지혜수행이기 때문에 대상 속으로 들어가서 대상과 하나가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때의 집중을 객관화해서 알아차리는 찰나집중이라고 합니다.
위빠사나 수행에서 통증이 있을 때 통증 속으로 들어가서 알아차리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통증을 관념적으로 알아차리지 말고 통증이 가지고 있는 찌르고 화끈거리고 쑤시는 느낌을 정확하게 밀착해서 알아차리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