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1(목)
마카베오서 하권 6장~10장
(2마카 7,6)
그는 조상들의 언어로
‘먹지 않겠소.’하고 대답하였다.
(2마카 7,37)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묵상-
오늘 묵상 범위에 서브타이틀을
붙여본다면, ‘순교자의 노래’다.
이교 예식을 강요하고 먹지
말라는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
하다가, 결국 뛰어난 율법학자인
엘아자르가 순교한다.
‘이제 나는 이 삶을 하직하여
늙은 나이에 맞갖은 내 자신을
보여 주려고 합니다.‘
(2미카 6,27)
자신해서 형틀로 나아가 온 민족에게
덕의 귀감을 남기고 죽었다는 거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한편, 일곱 아들의 순교를 눈앞에서
목도하며, 억장 무너진 어머니의
신앙적 모정이 펼쳐진다.
세상 잔인하게 고문을 하고,
자식의 귀한 목숨을 앗아가는데도,
어머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골고타 언덕 십자가 위해서
죽어가는 아들을 올려다보며,
육적인 모정이 아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랐던 성모님처럼!
못된 놈들이 ‘네 몸의 사지가 잘려
나가는 형벌을 받기 전에 이것을 먹겠느냐?‘
라고 조롱하자, 둘째 아들은 ‘먹지 않겠소.’
라고 대답하며 숨을 거두었는데,
나는 여기서 왠지, 김대건 신부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고백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어떤 마음이면 극적인 순간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깊고 뜨거웠으면...
자식을 살려달라고 빌면서 울고불고
사정을 해도 부족할 판에, 어머니는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 들여라.’(2미카 7,29) 라고
한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나는 그리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천국행이 보장된다해도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을 어찌 숨기리오!
이후에 등장하는 유다 마카베오 역시
그렇다. 난다 긴다 하는 총독들과 맞서
싸우며, 더렵혀진 성전을 정화하고
회복시키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순교자다.
특히 엘아자르에게 큰 소리로
성경을 봉독하게 한 다음,
‘하느님의 도우심’이라는 표어를
정하고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
앞장서는 대목에서는, 그의 믿음과
창조적인 역량이 돋보인다.
하느님의 도우심!!
여기에 답이 있는 듯하다.
나이에 걸맞게 장렬한 죽음을 택한
엘아자르와 일곱 아들의 순교,
그리고 어머니의 정서적 순교,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었으면
인간적인 두려움과 육적인 자애심,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이겨내지
못했을 터다.
표어 하나 만들어야겠다.
하느님의 도우심과 비슷한 게
뭐 있을까?
소화 데레사 성녀의 명대사인,
‘나는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런 표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자나 깨나 하느님, 꺼진 믿음
다시 보자.’
‘이 집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해주실 수
있는 분, 그분만을 바라보자.’
집안 어딘가에 써서 붙여놓고,
온 가족이 한번씩 보고
지나가도록 하는 거 말이다.
자식들 신앙교육, 두말하면
잔소리고 강요라고 하니,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눈에 띄게
하는 것도 복음이고 선교일 듯.
성경에서는 일곱 아들이 잔인한
고초를 당하며 죽어가는 데도,
박해자들을 두려워말고 형들을
따라가라고 용기를 주는 어머니가
등장하는데, 이 시대 우리는
자녀들에게 어떤 귀감을 보여서,
그들이 신앙을 지키고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안내할 수 있을까 말이다.
주일 거르지 말고, 어려울 땐 꼭
하느님을 찾아 의탁하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면, 이 타락한 세상에서
내 자식의 신앙은 누가 지켜준단 말인가.
유다 마카베오와 그 형제들의 용기와
순교자들의 대담함이 녹아있는
마카베오 하권, 자녀들의 신앙교육과
영적인 삶을 어떻게 돕고 기도해야
하는지 성찰하게 하는 뜬금없는
묵상이었다.
주님,
당신의 종 마카베오와
그의 형제들, 그리고
하느님을 택하고
하느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다
죽어간 순교자들의 넋을
기립니다.
그 깊은 믿음과 신앙적 모범을
본받아, 크고 위대한 순교는
아닐지라도, 매일 일상에서
또는 관계안에서 행할수 있는
작은 순교라도 해볼 결심을
가져봅니다.
주님, 저희와 저희 자녀들의
신앙을 키워주시고 지켜주소서.
첫댓글 늘 애써주시는 박지현 요셉피나님의 수고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