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이맘때, 괜스레 분주해지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다면 강원도 산사로 떠나보자. 강원도의 겨울은 깊고, 산사의 겨울은 더욱 깊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강원도 산사는 겨울이 되면서 인적이 잦아든다.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품어볼 수 있는 기회다. 추운 날씨쯤은 문제되지 않는다. 절집 안에 따뜻하게 쉬어가기 좋은 카페와 찻집이 있으니 말이다.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는 ‘사찰 안에는 전통찻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최근 트렌드에 맞게 경내에 풍미 좋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열었다. 절집에서 만나는 카페와 찻집은 특별하다.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온전히 만끽하고, 빼어난 자연 경관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산사의 카페와 찻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올 겨울,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공간을 갈구하는 당신에게 강원도 산사의 카페와 찻집을 추천한다.
산사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월정사 전통찻집 옆에 문을 연 ‘카페 난다나’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을 간직한 오대산의 천년고찰 월정사는 사찰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면모를 갖췄다. 더불어 1k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매력을 더한다. 월정사로 향하는 길, 일주문 근방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잘 닦인 차도요, 오른쪽은 늠름한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숲길이다. 차를 타고 쌩 하니 달려 월정사 입구까지 쉽게 다다를 수 있으나 많은 이들은 일주문 근처에 차를 세우고 전나무 숲길을 걸어 월정사로 향한다. 잠시의 편안함쯤은 기꺼이 포기할 만큼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특별하다. 봄에는 싱그러움이, 여름에는 울창함이, 가을에는 농후함이, 겨울에는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언제 걸어도 만족스럽다.
일주문에서 금강연까지 전나무 숲길을 걷는 동안 온몸에 좋은 기운이 가득 스며든다. 이제 월정사 앞이다. 천왕문을 건너면 월정사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등장한다. 그동안 사찰 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트렌디한 카페다. 기존의 월정사 전통찻집 ‘청류다원’ 양옆으로 올 여름, 카페와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다. 천장부터 사면이 모두 투명 창으로 된 온실 느낌의 카페가 인상적이다. 카페 이름은 ‘난다나’. 무슨 뜻일까 궁금해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카운터와 종이컵 홀더 등 곳곳에 그 뜻을 담아놓았다. “옥계 천상의 사천왕천 다음에 자리한 도리천의 정원으로 흔히 환희의 동산이라고 합니다….” 월정사 천왕문 다음에 자리한 카페 이름으로 딱 들어맞는다.
이미지 목록 사방과 천장이 투명 창으로 된 자연친화적 분위기 | 오대산의 자연을 그대로 만끽하는 야외 테라스 |
온실 모양의 카페는 쭉쭉 뻗은 나무들 품에 폭 안겨 있다. 웅장한 자연을 뒤로하고 실내로 들어가기 망설여지는데, 카페 내부가 온통 유리로 되어 있으니 안심이다. 겨울에도 따뜻한 공간에서 바깥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 뒷문을 열고 나가면 실내보다 훨씬 넓은 야외 테라스가 나온다. 오대산의 수려한 풍경을 한 품에 안은 채 쉬어가는 공간이다. 야외 테라스는 겨울보다는 봄부터 가을까지 더욱 빛을 발한다.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로 판매한다. 전통차를 원한다면 카페 옆 전통찻집을 이용하면 된다. 청류다원 안에는 정자 모양의 넓은 실내 공간이 있다. 역시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다. 난다나 카페와 청류다원, 야외 테라스, 모든 공간이 저마다 매력을 지녔다. 어느 자리를 택하든 잔잔한 마음으로 쉬어가기 좋다.
건강한 빵을 판매하는 ‘난다나베이커리’
청류다원 오른쪽에는 난다나베이커리가 다소곳이 자리한다. 사찰에 어울리는 건강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달걀과 우유, 화학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통밀을 이용한다. 달콤하게 혀를 자극하는 맛이 아니라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는 맛이다. 그 자체로 사찰에 어울린다. 아쉽지만 난다나베이커리는 올 겨울 잠시 문을 닫는다.
힐링의 기분을 길게 이어가고 싶다면 선재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올라가보자.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약 9km의 숲길이다. 원시림과 계곡을 따라가는 코스로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산자락을 따라 위치한 상원사는 동종(국보 제36호)과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 같은 귀한 문화재를 품었다. 상원사에는 단아한 모습의 ‘카페 마루’가 자리한다. 사방이 창으로 둘러싸인 덕에 사찰과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 상원사가 그러하듯 산마루에 위치해 시원한 전망을 제공한다.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과 산사 풍경 한 자락에 행복해진다.
첫댓글 난다나로 이사오신^^ 보현심 보살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