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 하거든.
아기 예수도 사람들이나 신부님이나 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야."
형은 말을 멈추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떤 아인데?"
"좋아. 너는 아주 장난이 심해서 선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루이스는?"
"천사 같아."
"글로리아 누나는?"
"누나도."
"그런 난?"
"글쎄, 가끔 내 물건을 훔쳐가지만 그래도 착한 편이야."
"랄라 누난?"
"아주 세계 때리지만 그래도 착해. 언젠가 내 나비넥타이를
만들어 줄 거야."
"잔디라 누나는?"
"그저 그래. 그래도 나쁘진 않아."
"엄마는?"
"정말 착하셔. 날 때리실 때도 불쌍해서 살살 때리셔."
"아빠는?"
"음, 아빠는 잘 모르겠어. 아빠는 운이 없으셔. 내 생각엔
아빠도 나처럼 식구들 중에서는 나쁜 사람일 것 같아."
"좋아. 그렇다면 우리 집 식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해 주지 않느냔 말이야?"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제제와 또또까의 대화 중에서-
아주 오래전 부천역 사 한구석에 5백 원을 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던 책방 비슷한 곳이 있었던 시절에
처음 대했던 책이다.
워낙 오래전에 읽어서 전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제제라는 아이의 순수함에 끌려서 퇴근 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