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핀 꽃처럼
김 정 애
가을 향기 익어 가는 날엔
그저
살아가는 시시한 이야기도
한 움큼의 소소한 일상도
막 핀 꽃처럼 새롭다
붙들고 싶은 기억도
바람처럼 머물다 간 추억도
외로움이 충돌하는 날엔
막 핀 꽃 손에 쥐듯
꼭 붙들고 싶다
가을향기 흩어지는 날
살아온 관계 속 엉키지 않고
혜윰의 바다에 덜어 내도
모자라지 않는 익숙한 언어
사랑합니다
마음에 촘촘히 새겨 두고 싶다
막 핀 꽃처럼
봄에 피었다 가을에 다시 피듯
그대의 안부가
불쑥불쑥 궁금해지는 건
아직도 그대가 내 삶의
여행자가 되어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2
12월엔
김 정 애
한 해를 넘긴다는 건
달력 마지막 장을 뜯어내는
일이 아니라
또다시 시작하는 일입니다
겨울바람 끝에 묻어 있는
한 올의 햇살 만지듯
뭉근히 살아온 시간을
돌돌 말아 걸어 두고
싶습니다
푸른 밤
성근 별빛 내려앉아
여명을 기다리며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나
박혀있는 가시 하나로
아파하지만 그 가시가
고마울 수 있습니다
상처 주고 상처받았던 일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할 일
눈물로 잔을 채우면서도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일체의 비결을 배우게 합니다
자신을 비우고
녹아지고 부서져 내린
눈처럼
변화되고 싶습니다
3
동백
김 정 애
붉디붉은
너를 안고 싶다
사랑의 열정이
살과 뼈를 타고
가슴 태울 것 같아서
땅에서도 피는
붉디붉은 설움이
안쓰러워
차라리 네 위에 눕고
싶더라
누구보다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꽃말 잊지 못해
차라리
동백 합니다 하고
음미하고 싶다
피고 지고
한결같은 동백처럼
사랑도 그리하면 좋겠다
4
봄비 오는 날
김 정 애
비는 마음을 적시고
마음은 비에 젖어
꽃이 핀다
겨우내
푸석해진 마음은
봄을 기다리다
이미 꽃이다
꽃속에
그리운 얼굴
맑은 미소로 비처럼
찾아온다
5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집에서 감동 깊게 다시 봤다.
아이큐 75의 포레스트를 키워낸
엄마의 교육열과 그의 인생의
아름다움이 잔잔한 영상으로 담겨져 있다.
실화가 아닌 영화가 실화로 오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영화.
엄마의 죽음 앞에 둘의 대화가
생각나게한다.
엄마 왜 죽어 가요?
죽음도 삶의 일부란다.
삶은 초코렛 상자 같다
너는 남들하고 다르지 않다는
어머니의 단순한 가르침을
따르고 살다 보니 인생은 빛이나 있었던 포레스트.
바보라고 놀림을 당할때
바보는 아이큐가 조금 낮을 뿐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포레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가 돼서
통큰 기부도 하고 첫 사랑과 결혼도 했지만 영원한 이별을 하고 아들을 키우는 단순한 삶.
초코렛 상자를 열면 맛이
어떤 것은 위스키가 들어 있어
뱉어 냈던 기억이 난다.
삶이란
어떤 맛을 고른다 해도 다 소화 할 수 있는 달콤한 삶이라는 메세지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
몇해전
기생충이 시끄럽게 해서 당연히
볼 수 밖에 없었다.
두 가정을 통해 각박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었으며 살인하는 장면이 끔찍했으나
요즘 세상살이가 그렇다 보니
조명을 받아 상을 받는 영화인가 싶다.
내겐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씁쓰름한 여운이 남는 영화인 것같았다.
그리고
미나리에서는 미국의 이민세대가 겪는 삶을 대변 했음에 공감이 갔다.
오징어 게임도 세계적인
열풍을 갖게 했음에 괜히
나도 모르게 자부심을 갖게된다.
영화를 통해 삶을 반추 해보고
작지만 소확행의 일부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