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르네 끌레망
출연:알랑 드롱,마리 라포레 ,모리스 로네
프랑스,이탈리아/범죄,스릴러,드라마/118분
끝없이 펼쳐진 바다. 내리쬐는 태양, 그 아래 떠 다니는 흰 보트위에 앉아있던 알랭들롱의 강렬한 눈빛. 니노 로타의
기타 연주곡까지 흘러 올드 영화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고전, <태양은 가득히>.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이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40분정도 지속되는 바다위의 장면에선 계급간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고 그 뒤에 살인을 은폐해가는
알랭 들롱의 얘기도 스릴있다. 50년대 중반 프랑스의 일군의 영화평론가들이 누벨바그 운동을 일으키며 가장 많은
비판을 퍼부었던 감독이 바로 르네끌레망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끌레망은 이 영화를 "영화의 교과서"처럼 정석대로
만들어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같다.
당시 누벨바그 작가들은 끌레망의 대표작처럼 불리던 <금지된 장난>(1952)이 문학작품을 각색한 "잘 만든 문학
시나리오"일 뿐, 감독의 작품, 작가의 영화가 아니라고 비판을 퍼 부었다. 끌레망은 형식의 파괴를 부르짖는 누벨바그에
맞서기라도 하듯 이 영화를 꽉 짜여진 줄거리와 완벽한 서스펜스 플릇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라는 여류 추리소설가의 작품이 원작이다.
배경은 이탈리아의 로마와 몽쥬베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톰 리플리에게 부잣집아들 필립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동시에 반드시 그가 넘어서야 할 존재다. 필립이이탈리아로 와 마르쥬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미국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않자 피립의 아버지는 5천달러를 주기로 약속하고 톰을 이탈리아로 보낸다. 하지만 필립은 돌아 갈듯 하면서 오히려
톰을 하인처럼 데리고 다닌다. 필립은 톰이 옆에 있든 말든 마르쥬와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옷과 구두를 신어본 톰에게
당장 옷을 벗으라고 말한다. 톰은 남몰래 마르쥬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톰과 필립. 마르쥬는 "마르쥬호"라는 개인요트를 타고 타우르미나까지 바다여행에 나선다. 이만큼 계급적으로
나뉘어진 인간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은 찾기 힘들 것같다. 피부를 태워 버릴 듯 강렬한 태양아래서 정사를
벌이는 필립과 마르쥬의 모습이 크게 잡히고 한 구석에는 셔츠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무심하게누워있는 톰의 모습이 보인다.
게다가 필립은 장난으로 톰을 구명보트에 가둬놓고 몇시간씩 태양아래 내버려 두기도 한다. "장난 이었어 미안해"라는
필립의 말에 "바다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다"라고 톰은 대답한다.여기까지 톰의 모습은 처절하게 비굴하다. 그러나
마르쥬가 필립과 다투고 육지에 내려버린 사이 톰과 필립사이에 짧은 심리전이 오가고 톰은 오래전부터 꿈꿔 왔던대로
필립을 없애 버린다.
필립의 시체를 바다에 버린 톰은 이제 완벽하게 필립으로 변한다. 여권을 위조하고무수히 싸인을 연습해 필립의 돈을
찾는다. 하지만 필립의 친구인 프레디가 이 사실을 눈치채고 톰은 두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마침내 톰은 마르쥬의
마음까지 손에 넣게 됐지만 영화의 마지막 다시 한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알랭 들롱은 25살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마르고 그리스 조각처럼 날카롭게 선 콧대와 짙은 눈썹을
지닌 그의 모습은 비굴하게라도 자신의 가난한 신분에서 탈출하려는 야심적인 톰역에 너무너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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