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페페’ 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는 총 7개의 챕터가 있는데, 각 챕터마다 작가와 서술자가 모두 다르다. 책의 제목은 1번째 챕터의 내용에서 따왔다. 페페는 페이스 투 페이스 (face to face)의 줄임말이다. 바이러스가 악화된 상황 속 실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친한 친구라는 뜻이다. 작가와 서술자는 챕터마다 다르지만, 바이러스가 매우 심해졌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 책은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나는 7개의 챕터 중에서 3번째 챕터인 ‘몰락 클럽’을 읽었다.
바이러스가 매우 심해져서 학교에서 씹어서 삼킬 수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불법이 되었다. 석은이는 수행평가를 치면서 간식 대신 당 패치로 당을 보충하고 있었다. 몇 분 후, 학생 모두에게 문자가 전송되었다. 석은이는 교장실 테러 발생! 이라고 적힌 문자와 쌀밥, 총각김치, 스팸 등 여러 음식이 담겨 있는 도시락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씹어서 삼킬 수 있는 음식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학교에서 먹을 수 없게 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대신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사용 중이다. 석은이는 아까 그 사건에 대해 친구와 얘기하며 영화관으로 향한다. 영화를 보던 중, 배가 고팠떤 석은이와 친구 은슬이는 영화관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해 삼각김밥과 라면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학생보건법‘ 때문에 둘은 음식을 구입할 수 없었고, 그걸 눈치챈 다른 손님이 라면과 삼각김밥을 사서 둘에게 나누어 준다. 둘은 학교 옥상에서 음식을 먹었고,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했다. 하지만 얼마 후, 교장실 테러 사건의 범인이 은슬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은슬은 원래도 자퇴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교장은 유명해지며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교장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결혼식에는 최대 49명까지 초대할 수 있었는데, 교장이 자신의 칠순 잔치를 은혼식이라고 속이고 많은 인원들과 함께 잔치를 벌였다가 걸린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며칠 후, 석은은 은슬이 알바하는 곳에 찾아가 은슬과 이야기를 나눈다. 은슬은 그 후 학교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교장실 테러가 일어난 곳이자 둘의 비밀장소인 교장실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다가, 교장의 금고를 발견하게 된다. 은슬이 교장의 결혼 기념일을 치자 금고가 열린다. 금고 속에는 돈도, 시험 문제도 아닌 온갖 종류의 빵들과 과자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교장의 행동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보려고 한다. 사실 학생들이 보기에는 교장의 행동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교장의 행동을 이해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책 속의 삶을 살기 시작한 건 20년도 되지 않았다. 교장의 칠순 잔치를 통해 교장이 약 70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교장은 태어나서부터 최소 50년 동안은 과자와 빵, 급식 등을 먹으며 지내왔다. 그러니 당연히 씹지 않고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식사, 멸균 팩에 담긴 죽이나 당 패치 같은 것들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교장의 금고에 아무리 빵과 과자들이 많았어도 교장은 먹는 것을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확산 위험 등은 거의 없을 것이고, 문제되는 건 없다. 그리고 책 속에서는 정부가 생일파티는 최대 4인, 결혼식은 최대 49인으로 모일 수 있는 인원을 제한했다. 하지만 생일파티도 대규모로 10명 이상씩 모아서 하고 결혼식에도 10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이고, 작은 행사에도 3-40명이 모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라온 교장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 같다. 석은이도 왜 인류의 위대함은 마스크가 없는 세상이 아닌, 마스크를 잘 쓰는 방향으로 향하는 걸까? 라고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교장의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 물론 바이러스의 확산이 심각해진 상황이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렇게 정책을 결정하는 게 맞긴 하지만, 예전에 느낄 수 있었던 소소한 행복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나는 이 책 속의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기계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교장의 행동은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