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3]
칭찬 소통과 잔소리 소통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쉼’에 대한 중요 키워드를 둘 꼽는다면 ‘기대’와 ‘기억’이다. 다음 주 연휴가 있다면 보통은 이번 주부터 그 기대에 마음이 좋다. 휴일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음엔 ‘멘털 브레이크 (mental break)’가 작동되는 것이다. 멘털 브레이크는 일과 삶의 스트레스 공간에 몰입되었던 나를 잠시 빠져나오게 해 힐링 공간으로 이동시켜 준다.
그런데 실제 연휴는 막상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갔다면 여행지가 생각보다 별로 안 좋을 수 있고, 연휴 중 일정이 너무 빡빡해 오히려 마음이 지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연휴에 대한 기억이 피곤함으로 저장된다. 오늘의 기억은 다음의 기대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휴가 마땅치 않았다는 기억이 몇 번 쌓이면 다음 연휴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기 쉽다.
비행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주 해외여행을 간다면 그 기대에 멘털 브레이크가 작동해야 하는데 오히려 과거 비행공포 기억으로 마음이 불안하다. 여행의 기대가 불안감으로 바뀌고 실제 여행도 공포 경험이 될 수 있다. 그 기억이 회피 반응을 키워 실제로 여행을 포기하게도 한다. 비행이 누구에게나 조금은 불안감을 주지만 앞의 경우 같은 비행 공포는 가짜 뉴스처럼 과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공포가 쉽게 줄진 않는다. 필요하다면 약물과 상담으로 공포 반응을 줄이고 ‘깡’을 키워 여행에 도전해야 한다. 처음엔 쉽진 않지만 해외여행을 무사하게 마치고 돌아오는 경험을 하면 긍정적 기억이 과거의 공포 기억을 덮어 버린다. 공포가 아닌 기대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다음 주 추석 연휴가 있다. 좋은 기억으로 남길 계획을 미리 생각하는 것이 이번 주 기대감도 더 크게 할 수 있어 좋다. 조언을 한다면 가족을 만날 때 ‘칭찬’ 소통을 해보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니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결혼 안 해?’ ‘취직은 어떻게?’ 같은 ‘잔소리’ 소통이 나오기 쉽다. 잔소리가 칭찬보다 빠르다. 그래서 칭찬을 미리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만났을 때 칭찬 소통을 먼저 하는 것이다.
연휴 중 과식하고, 운동도 평소보다 제대로 못 하면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여기에 일정까지 바쁘다면 뇌에 피로가 올 수 있다. 피곤한 뇌는 부정적 감정을 키운다. 연휴를 자기 나름대로 잘 보내고는 짜증으로 기억이 마감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하고 싶었던 여가 활동을 짧게라도 연휴 일정에 잘 넣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산책, 자전거, 독서, 영화 등 미니 브레이크 활동을 하루에 1~2가지 정도는 하는 것이다. 연휴 중의 미니 브레이크는 연휴를 마칠 때 엔딩 기억을 좋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이 좋은 기억이 다음 연휴의 기대도 크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