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보고 걸어가자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예수
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의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오늘 복음을 듣고 여러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여러분은 베드로가 빠졌다는 물이 보입니까? 당연히
보이지요. 물이 안 보이면 다아장 안과에 가서 검사받아야지요. 그럼 베드로가 보았다는 거센 바람은 보입니까? 안
보입니까? 당연히 안 보이지요. 바람이 눈에 보이면 이것도 당장 안과에 가서 검사받아야지요. 헛것이 보이는 셈이
니까요.예수님이 두 눈으로 똑바로 걸어오라는 물은 안 보이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은 보고 두려워져서 물에 빠지는
베드로의 모습,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늘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또 늘 우리 곁에 계신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환난이 닥쳤을
때는 보이지도 않는 온갖 미래의 나쁜 상상을 하며 걱정합니다. 그리고 그 수렁에 빠져버립니다.
정말 단순한 믿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주님은 절대 우리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정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든든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 있게 신앙생활을 해나갑시다.
말씀 KET WORD
의심하다 / 디스타조(?)
'의심하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디스타조(?)"는 신약 성경 전체에서 단 두 번만 등장하는 매우 휘귀한 표현으로
오늘 복음(마태 14,31)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도 "더러는 의심하였다."고 말하는 마태 8,17에만 쓰입니다.
주석가들은 이 동사가 '불신'이라기보다 두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상태, 곧 믿음과 두려움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적
분열을 가기킨다고 설명합니다. 베드로는 에수님을 믿지 못한 게 아니라, 다만 거센 바람 속에서 예수님을 향한 시선
을 잃어버린 것뿐입니다. 마태오에게는 믿음은 의심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의심 속에서도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
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믿음과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더라도 그것이 믿음을 단련시키는, 그리하여 예수님을 향하는
올곧은 마음의 한 조각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무너지더라도 예수님의 손을 먼저 우리
에게 다가옵니다. 구원은 흔들림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흔들리는 손을 붙잡아 주시는 주님의 자비
입니다.
교구 사목국장 / 이 상 화 요한 신부
2026년 8월 9일(주일)본당 주보에서 옮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