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득 개인전 2018. 3. 2 - 3. 14 송미영 갤러리(T.070-4143-3192, 삼성동)
풍경, 혹은 풍경이 아닌
김용득 개인전
인간을 향한 한없는 긍정과 삶을 껴안는 따스함. 결국, 김용득의 통영바다 ‘품’은 바다의 품이자 작가 자신의 ‘품’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 그것이 화가 김용득의 그림이 ‘풍경’이면서 ‘풍경이 아닌’ 이유인 동시에 그의 작가 정신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다.
글 : 조예린(시인)
김용득의 그림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품’이다. ‘품’은 모습이다. ‘품’은 향수(鄕愁)이다. ‘품’은 사랑이다. 작가 김용득의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게 단순하다. 이 소박한 단순함이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첫 번째, 모습으로서의 ‘품’은 통영바다의 현장성과 사실성의 확보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통영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작가는 바다와 그 주변의 이미지들, 이를테면 갈매기의 움직임이나 파도의 물이랑, 차고 이지러지는 해와 달, 밤바다 위의 별 밭, 배의 생김새나 어구들, 섬의 주된 수종(樹種)인 동백과 소나무, 언덕 위의 흑염소, 텃새들의 둥지........ 등등 일련의 소재들을 모두 삶으로 통과해 왔다. 그로 인해 확보된 것이 데생의 정확함인데 그의 데생에는 조금도 얼버무린 흔적이 없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낡지 않는 것처럼 김용득의 통영바다의 품새는 거짓이 아니다.
두 번째, 향수(鄕愁)로서의 ‘품’은 바다에 대한 작가의 내면화이다. 김용득의 통영바다는 주관적으로 재구성된 바다이다. 현재의 바다이기보다는 과거나 미래의 바다, 혹은 현실의 바다이기보다는 이상향의 바다에 가깝다. 그 이상향은 고향의 이미지에 근사치를 두며 고향의 다른 이름인 추억을 환기한다. 그것은 현대인의 ‘고향상실’이라는 내상(內傷)을 건드린다. 그러한 자극은 쓰라린 것일 뿐더러 나에게도 고향이 있었음을 각인해주는 동시에 상처 입고 이지러진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의 힘, 휴식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세 번째, 사랑으로서의 ‘품’은 작품을 통해 만나는 작가의 정신이다. 김용득은 모든 작품에서 희망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새나 꽃이나 별들이나 해와 달, 심지어 한 땀 한 땀 물결의 편린들이 말하고 있는 것도 모두가 희망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의 희망하기는 결국 인간을 향한 전언이다. 끝없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안간힘은 사랑에 대한 가없는 믿음, 즉 인간애(휴머니즘 정신)인데 그 인간애의 구체적 대안으로 작가는 ‘가족(부부, 가정)애’를 제시한다. 이 소박한 믿음을 작가는 극진한 섬김으로 화폭에 새겨 넣고자 하였다.
그런 극진함은 손쉬운 터치를 사양하고 독특한 표현기법을 작가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다. 수 십 번 덧칠한 표면에 물결의 이랑을 한 땀씩 긁어내고 빛이 반사되는 물길 자리를 가늠하여 자개를 붙인 후 다시 덧칠한 표면에서 빛의 자리를 긁어내는 기법으로 반짝이는 바다의 표면을 연출해 내고 있다. 기법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점묘파의 삼원색 점들이 어우러지면서 화폭에 삼원색 그 이상의 색채를 스스로 이루어 내듯 긁어낸 표면에 드러난 한 땀 한 땀의 물결의 편린들은 스스로 어우러져 반짝이는 자개 빛과 함께 그야말로 수 십 가지 바다의 색채를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인간을 향한 한없는 긍정과 삶을 껴안는 따스함. 결국, 김용득의 통영바다 ‘품’은 바다의 품이자 작가 자신의 ‘품’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 그것이 화가 김용득의 그림이 ‘풍경’이면서 ‘풍경이 아닌’ 이유인 동시에 그의 작가 정신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다.
기존 작업이 삶을 조망하는 듯한 시야로 풍경 아닌 풍경을 표현하였다면,
최근 작업은 삶의 깊은 성찰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하였다.
칼라를 절제하고, 선 위주로 작업하여 드러낼 것 외에는 모두 버렸다.
선에 감정을 넣고, 그 선에 생명력을 넣기 위하여 많은 밑 작업의 과정을 거쳤다.
절망의 끝, 절망의 바닥... 거기까지 가 본 사람은 겸손을 안다.
절망의 끝에 서 본 사람은 그것이 곧 희망의 시작임도 안다.
작업의 주제어가 ‘풍월주인(風月主人)’ 이듯이 나는 앞으로 계속
비우고 내려놓으며 자연에서 자유를 누릴 것이다. 그렇게 절망의 끝에서
기뻐할 것이다. -김용득 작가노트-
김용득 작가 전시기간 중 3월 11일 오후 3시에는 NH아트홀(NH농협 본사)과 함께하는 송미영의 그림콘서트가 진행된다.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클래식 기타의 연주도 들을 수 있으며 작가와의 토크순서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