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덥고 긴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 날 연로하신 아버지 입원으로
고향에서 며칠을 보냈다.
오고가는 열차의 창가를 스쳐 지나
가는 푸르고 푸른 산과 들과 뭉개
구름은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마음에 수심 가득차 그 아름답고
평화로움을 온전히 누릴 자리는 없었다.
부모님 많은 연세는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근심이 된다.
자랑스러운 것은 자식이 부모님을
잘 모셔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잘 모시기는 커녕 살아오면서
실망과 걱정만 안겨드렸으니
어찌 자랑스러울 수가 있겠는가?
인정머리 하나 없이 무심하기만 한
세월 앞에서 무엇을 어찌 하랴?
그저 염원하고 기도하는 마음 뿐이다.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잠시 뵙고
도망치듯이 돌아왔다.
부모님 곁에서 노심초사하는
동생에게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떠
넘기고서 돌아왔다.
무표정하게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기에 비겁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흉하게 일렁거린다.
며칠 전 안과 외래 진료를 다녀왔다.
지난 해말부터 잠잠하던 눈 염증이
나타났다. 2개월 전 양쪽 눈에 주사
치료를 받았는데 며칠전 검사 결과
이번에는 상태가 괜찮아 주사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비가 쏟아지는 데도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도 상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부터 오른 쪽
눈에 염증이 나타나났다.
며칠 만에 기분은 저조해졌다.
보름 이상을 운동도 책도 음악도
노래도 잊고 있었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감사란 감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는 게 아니라 슬픔과 고통 가운데서
하는 것이 진정한 감사일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노래를 부르며 낭만에
젖어들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음은 넘치게 감사할 일이다.
삶의 그 모든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좋을지 나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삶에 겸허하고 감사하자.
엊 그제 도서관으로 가서 읽어보고
싶은 책 몇 권을 신중하게 골리고
나자 다시 삶의 기쁨이 솟아났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 헤르만 헤세의 시, <잠자리에
들때>가 생각났다. 그 시를 찾아 음미
하다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노래를 계속 들었다.
헤르만 헤세는 노년의 힘든 시기에
죽음을 생각하며 이 시를 썼다.
아름다운 선률을 타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해지는 노래.
어느새 마음에 평온함이 깃든다.
☆ 우리의 마지막 순간 ★
-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
슬론 캐터링 암센터와 함께
뉴욕 최고의 병원 코넬 대학의
프레즈버티어리언 병원의 내과
의사인 브렌던 라일리가ㅈ치료와
죽음에 대해 쓴 책이다.
라일리 박사는 주 7일, 365일을
환자의 치료와 생명 구하는데
헌신해온 유명한 의사다.
우리에게 <아웃라이어>로 잘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블링크>에서
라일리 박사가 시카고 쿡 카운티
병원에서 근무 할 당시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했는데 후일 이것은
인기 TV드라마 <ER>의
소재와 배경이 되었다.
몇 해전 블링크를 통해 알게 된 그의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것은 아마도
지금의 내 처지가 위안과 평온을
얻고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아버지를 통해
직접 보게된 '섬망'증세 부분을
좀 더 분명히 알고싶어서 였다.
노년의 삶은 상실을 견디는
나날들이다. 하나 둘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것들을 잃어가는
슬픔을 견디는 것이 노년의 삶이다.
나 도 머리를 염색하고, 향수를
뿌리고, 옷 매무새를 보며 폼을
잡고 웃으며 괜찮은 척 위장을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누추함과 쓸쓸함 가득하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이 남편 스콧 니어링과
함께 한 삶에 대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 책이다. 스콧 니어링은
백세 생일을 맞이한 날부터 곡기를
귾는다. 이제 충분히 살았다며
자발적인 죽음을 택한다.
곡기를 끊은지 십며칠만에
생을 마감한다.
아무리 늦은 죽음도 이제 됐다
충분히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죽음이 있을 수 있을까?
자연주의자 니어링 부부의 삶이
내게는 그저 경이롭게만 느껴진다.
스웨덴, 네델란드 등 유럽의 복지
국가들과 미국의 다수 주에서 소위
존엄사내지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스위스에 안락사 등록을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수
백명이 등록하고 있고 비용은
2천만원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평소에 의료 사전지시서를
작성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
하겠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들, 천국
을 꿈꾸며 죽음 이후를 신께 맞기는
신앙인들이 죽음이 가까이 오면
자신들의 믿음과는 반대로
훨씬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연명 치료를
선택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한다.
그러니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마지막 임무임에 틀림없다.
가끔 익숙치 않은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면 두려움에 몸을 떨게
되고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평소 의사나 다른 사람들이
쓴 죽음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자주 접하고 연습을 하면
죽음에 대한 이 두려움을 완화시켜
죽음을 좀 더 순하고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저자 브레던라일리 박사의 할아버지가
양피지에 써서 부적처럼 가지고 다녔다
는 다음 글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 지헤로운 늙은 부엉이 한 마리가
참나무 가지에 앉아있다.
부엉이는 더 많은 것을 볼 수록
더 조금 말했다.
그리고 더 조금 말할 수록
더 많은 것을 들었다. 나도
그 지헤로운 부엉이를 닮고 싶다 -
다음은 책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뇌 손상은 24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CT에 나타난다, 그러나 혈전 용해제는
뇌경색 발생으로부터 3~6시간 내에
투여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섬망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해마다 예순 다섯살 이상의 환자
1,250만명 중 최소 20퍼센트가
섬망증세를 보인다."
"섬망의 원인은 고령, 인지 장애, 치매
정신 작용제 상시 복용, 최소 활동
시각 청각 장애, 약물, 감염, 수면 박탈
수술 등 다양하다."
"섬망증 환자는 침대에서 기어내리다
떨어져 고관절상을 입거나, 정맥 주사줄이나
요도 카테터 또는 배출관을 잡아배어
출혈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병실
창밖으로 뛰어내려 사망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의료의 1/3이
불필요하게 행해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나만은 예외일거라고 늘 믿어왔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내 생각:특히 노년에는) "
"우리는 인간이고 실수를 범한다.
의사들은 인지적 오류, 귀인 오류,
본능적 오류, 만족화 등과 같은 함정에
의해 실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두근거림, 발한, 떨림, 호흡 곤란
질식, 흉통, 복부 불편감, 현기증
비 현실적인 느낌, 이인증,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 무감각
따끔거리는 감각, 오한, 홍조 중
네 가지 이상 호소 -> 공항 발작"
"부검을 실시한다면 심각한 오진율은
최저 8.4퍼센트에서 최고 24.4퍼센트
예측"
나는 생각한다.
삶에는 미리 정해진 운명 같은 것도
있다고. 그러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엊그제 우연히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책>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도서관 목록을 살펴보니 벌써 대출중
이었다. 읽어볼 만한 책이거나
낚시성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지금 내게 삶의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우리 가족이 슬픈 일이 아닌 기쁜
일로 한 자리에 모일 날을 기다리면서.
첫댓글 진솔한 삶의 이야기군요. 눈병도 쾌차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늘애님
안녕하세요?
때로는겪어야 하는 것은
겪어야 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마음은 늘
파랑새를 찾아 헤매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많이 누리시기 바랍니다.
입추도 지났건만 더위는
아직도 식을줄 모르네요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어느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너무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던데요 지내고보니
정답인 것 같아요
늘 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하세요
엄지님
안녕하세요?
올해는 날씨가 더워서인지
유난히 매미들 소리 오래
지속되는 거 같습니다.
베란다 화분에 날아들어 울고
바닥에는 두세마리 생을
다한 매미들 보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많이 누리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르비님 아버지께서 입원 하셔서 고향에
다녀 오셨군요 장문에 많은 이야기 중에
죽음에 대한 공포 차츰 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받아 들이게 될겁니다
그리고 늙은 부엉이에 이야기가 참 지혜롭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선배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많이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뵈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함께 나누어 감당할 수
없기에 답답하고
그저 사시는 날까지
평온하시기를 빌게 됩니다.
여전히 무덥지만
어제 밤에 귀뚜라미 소리
들려왔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나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일상의 즐거움 많이
누리시기 바랍니다.
장문에글 잘읽었어요
인생은 이나이 되여 보니 무언가 생각이 많아지고 때론
외로움이 오고 아품도
있고 서글픈 생각도
있지요 그낭 즐기며
살자 하면서 세월보
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세요~
조은희님
안녕하세요?
어젯밤 귀뚜라미 들려와
유난히도 무덥고 긴 장마로
고통을 남긴 여름이
끝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 그게 뭐든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 누리며 살면
행복하겠지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슬픈일이 아닌 기쁜일로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날 되소서
꾸미커님
가로늦게 코로나로
많이 힘들고 불편 겪으셨군요.
잘 회복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나이드니 겪어보지 못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불안해지고 건강 염려증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런
신체 기능 저하 정도로
건강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어떨지 모르겠
습니다.
이상하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거나 아프게
될 때에야 감사하게 되니
간사하구나 하지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