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w11BOH_nJI
폴 모리아 악단 / 이사도라
🍀
간이역
이 상윤
아무도 없는 간이역에서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린다
먼 길을 이제 막 다다른 편지처럼
쿵쿵거리며 열차가 올 때마다
봄꽃처럼 설레었을 풍경과 말들
모두 떠나고
늙은 대합실엔 낮달 같은 불빛 두어 개
실려 가지 못한 생애처럼
쓸쓸히 매달려 있다
이렇게 길이 끊어진 적막한 시간에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매양 막무가내 달려야 하는 인생도 때로는
천천히 걷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
한 그루 겨울나무 처럼 망연히
세상 앞에
알몸으로 울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
그런 날은 슬픔처럼 몸 깊숙이 스며들고
번진 속도를 버리고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 하리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바쁘지 않게 가다 보면
누구라도 한번쯤 ,
생의 먼 날을 바라보게 되리
잊혀져 가는 쓸쓸함으로
그리움의 뿌리가 붉어지는 것을 만나리
세상을 산다는 것은 속도에 길들여
지는 일 , 나는 얼마나
이 외로운 길을 바퀴처럼 굴러 왔는가
노을 속의 꽃처럼
돌아보지 않아도 너무 그리웠던 순간들
빨리 달리는 기차는 간이역에 서지 않는다
오늘 저렇듯 세상 속으로
달려갔을 그들도
산국 피는 가을이 오면
사라진 것을 향해 젖어 가는 눈시울처럼
이렇게 무궁화호 열차가
그리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살다보면 생의 굽이에 비가 내리지 않아도
천천히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산 너머 밤의 바다로
별똥별이 떨어지듯
무궁화호 열차가 타고 싶을 때가 있다
.
.
🍀
신앙에 대한 , 나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어차피 사제( 神父 )의 길을 걷지 못한다면
수도원에서 나의 일생을 하느님께
순종하며 나의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의 시기였다.
많은 기도가 필요했다 .
통장을 긁어 부산행 완행열차 표를 끊었다
첫새벽에 도착한 부산진역
내 인생 첫번째 家出의 장소였으며
기억이 가뭇한 어린 날을 보냈던
내가 태어난 곳이었다
태종대에서 타오르는 태양이 바다위로
부서지는 황홀한 축하와 함께
나는 그 길고 긴 길을 걸었다
으시시한 폭력의 시대였으니 주민등록증을
가슴에 품고 ,배낭에는 될수록 가벼운
행장으로 , 기도 노트 한 권과 비상식이랄
라면 두 봉지를 담고 수통 하나 ,
그리고 양말과 수건으로
채워 넣었다.
가히 서울까지 걸어 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꼭 필요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축 현장에서 하루를 보낼 요량으로
시작하였다.
태종대를 나와 부산 시내를 향해
꼬불꼬불 산길을 타고 첫 발을 딛었다
복잡한 도심을 지나는 동안
내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세관과
다리가 들려 올라갔던 영도 다리
비린내가 풍기는 자갈치 시장
사촌 형님이 살았다는 하단을 지나며
잠시 과거로 맴돌다 보니
어느새 구포다리에 도착하였다
낙동강의 겨울 칼바람은 매서웠다
걷는 동안 난 끝도 없이 묵주기도에
빠져있었다
처음 간절하고 경건했던 기도도
피로가 어깨를 누르면서
기도는 거의 기계적으로 변하였다 .
묵주를 걷고
다시 묵상의 시간으로 바꾸었으나
분심으로 가득찬 기도는
마음을 어지럽게 하기만 하였다.
.
.
멀리 수산대교가 눈앞에 보일 땐
이미 깜깜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꼬박 13시간을 쉼없이 걷고 걸어서
밀양역에 도착했을 땐
자정이 가까워졌다
낡고 작은 역사의 난로가에 앉아
내가 제 정신인가 싶기도 했다만
첫날의 광기어린 극기의 시간에 얻어낼 수
있는 답이 있다면
내게 주어진 길이 어떤 것이든
그 길을 뜨겁게 가야겠다는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
.
.
무궁화호 열차는 지금은 가장 느린
열차인 걸로 알고 있다
한때 제일 빠른 기차로 열차 운행표에
맨 위에 자리를 했던 영광도 있었다.
느린 열차. 완행 열차는 역마다 머물고 간다
열차가 머무는 역 들은 낡고 썰렁하다
역사가 붐비는 때는 명절이나 되어야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오늘의 詩人은 급하게 달려온 인생을
잠시 느린 걸음으로
쉼표 하나를 찍어 보고자
무궁화호 열차를 탈 것을 권하고 있다
막차가 끊긴 역사의 대합실에서
모든 것을 멈춰선 채
자신을 돌아보자고 한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속도에 길들여
지는 일 , 나는 얼마나
이 외로운 길을 바퀴처럼 굴러 왔는가
잠시 멈춰선 열차에서 바라보는
꽃들을 보라
山菊 흐드러진 가을과
겨울로 덮힌 눈 속의 기차길과
내가 지나온 길을 찍어보는 발자국
그리움이 산처럼 쌓일 때
우리는 느린 무궁화호 열차에
가볍게 발을 올려야 할 것이다
.
요즈음은 밤을 헤치고 달리는
야간열차의 낭만이 사라졌다
마지막을 타고 달렸던 정동진 행 열차
느리게 달리면
숨었던 것들이 보인다
.
🌹
https://youtu.be/v9gllPIbhM8
Largo / 헨델 ( 묵상의 시간...)
그림 / 김지환 作
첫댓글 음악의 무식한 으로써
귀에만 익은 음악 입니다
제가 교통부 장관께 방금 부탁해
낭만이 숨쉬는 완행열차 부활 해 주신다고 했으니
성님은 키타치고 저는 무식하게
노래하고 합시다요
잠 안드시고 ....
피곤할텐데 어여 쉬십시오
홍주는 잘 보관하시고 ....
없어지면 내가 마시고 갔다 생각하시우 ~
기타 열심히 배워서 들려드리리다
@오분전 성님빠진 홍주음주는?
앙꼬어~~~~~~
뭔말인지 알거구먼유 히히
@골드훅 토요일 근무라 입맛만 .... 다십니다
@오분전 성님건 말밥으로 남겨야죠
<인디언 켈트족의 기도문>>
당신의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당신의 지갑에 언제나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당신의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불행에서는 가난하고 축복에서는 부자가 되기를
적을 만드는 데는 느리고 친구를 만드는 데는 빠르기를
이웃은 당신을 존중하고
불행은 당신을 아는 체도 하지 않기를
당신이 죽은 것을 악마가 알기 30분 전에
이미 당신이 천국에 가 있기를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그리고
신이 늘 당신 곁에 있기를.....
모든
면에서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기도문 한 줄 한 줄에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넘칩니다
남자가 쉽게 감동하면
가벼운 넘이 된다지만 , 그래도
이 기도문 앞에서 나는 깃털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민들레 홑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제게 이 기도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또 더 중요한 것은 채송화연지님께도 보내드리고 싶은 기도입니다
이 글을 읽는 이들 가슴을 훈훈하게 덮혀 주는 신의 은총이 내리기를 기도 드립니다 🌹
지금 우리는 어디에?
수없이 많은 간이역을 스쳐 지나온거 같으면서도 .뒤돌아 보니 어디메쯤에 머물러있는 낯익은 얼굴.
지금의 내얼굴??
그녀에게 손 흔들어주며 천천히 오라고..
종착역마저 어쩜 간이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천국의 문이~~~♤
젊은 날에 보이는 것은 앞 ...
내 눈에 뒤는 보이지 않았네 ....
뒤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도 공포스러워서 어둠이 닥치면 눈 질끈 감고 앞으로만 달렸네
넘어져도 다쳐도 그 길이 나의 길인 줄만 알았네 ....
바람이 부네.
흰머리카락 나부끼며 돌아보는 길은 까마득해도 꿈길을 걸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