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눈물 속에 피는 꽃
어언 15년 세월이 흘렀다.
2008년 초가을인 9월 어느 날,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과 어울려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봉을 올랐었다.
대청봉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오색에서 새벽 2시쯤의 아주 이른 시간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속을 등산모에 장착한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올랐다.
초입부터 가팔랐다.
그 가파른 산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저 모퉁이만 돌면 좀 평탄해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지만, 그 모퉁이에 가면 또 다시 가파른 산세였다.
턱밑까지 숨이 차서 헐떡거려야 했다.
일행들은 이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앞서가고 말았다.
이날 동행한 아내도, 내 느린 발걸음을 도저히 맞춰줄 수 없었던지, 저만치 앞을 가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했다.
그때 내 옆에 딱 붙어준 친구가 하나 있었다.
고재오 친구였다.
얼마나 산을 잘 타는지 ‘산 다람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는데, 그 친구가 대청봉 그 봉우리에서 이날 저 멀리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태양을 맞을 욕심을 포기하고 나를 챙겼다.
처음에는 그냥 옆에 붙어서 내 그 느린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주다가, 나중에는 어깨동무를 하거나 허리를 껴안거나 해서 지친 내 몸을 부추겨서, 내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힘들었다.
“친구야,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 힘 내!”
그렇게 지친 내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 챙김이 하도 고마워서, 내 그냥 펑펑 울고 말았다.
덕분에, 대청봉 그 정상에서 이날의 아침태양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눈물 속에 핀 꽃과 같은 성취였다.
엊그제인 2023년 5월 13일 토요일의 일이다.
오후 6시쯤 해서, 우리 차 카니발을 몰아 대구 경산의 임당역으로 달려갔다.
마침 저녁때여서 그 역 인근의 맛집인 ‘교동면옥’에서 저녁 끼니를 때울 요량에서였다.
이날은 오후 4시 반에 대구시 외곽인 가창에서 집안 결혼식이 있어, 아내와 동행으로 그 혼사에 발걸음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교동면옥’ 그 집이었고, 아내가 그 집의 냉면을 좋아해서,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마다하고 그 집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임당역 하면, 딱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종태 친구였다.
평생을 음악계에 몸 담았던 그 친구가, 5년 전으로 거슬러 2018년 그 즈음에 임당역 그 구내에서 색소폰 버스킹 연주를 했었기 때문이다.
한겨울이었던 2019년 1월에는 100회 연주가 있다 해서, 아내와 함께 그 역으로 달려가 축하의 꽃다발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그때 그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맛집으로 소문난 인근의 ‘교동면옥’을 찾게 되었고, 아내는 그 집의 냉면 맛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종태 친구가 한겨울 혹한에도 불구하고 색소폰 연주를 하던 모습 또한 내 잊지 못한다.
친구의 그 연주, 그것도 눈물 속에 핀 꽃과 같은 성취였다.
2023년 5월 15일 월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 11시 반쯤의 일이다.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만촌(晩村) 안휘덕 친구가 내게 핸드폰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걸어놓고는 말이 없었다.
아니었다.
울먹거리는 느낌이 수화기를 통해서 내 귀로 전해지고 있었다.
“왜 그래? 왜 울어?”
내 그렇게 다그쳤다.
“하도 감동이 되어서.”
답이 그랬다.
역시 울먹거리는 음성이었다.
“무슨 감동?”
내 그리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연을 이렇게 털어놓고 있었다.
좀 전에 서울의 동기동창인 김용균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고, 그 전화에서 그 친구가 이번의 중학교 졸업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해 작은 후원금을 내놓겠다고 했다는 것이고, 자기뿐만이 아니라 마음씀씀이가 나름으로 넉넉한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후원금 계좌를 공개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전해 들으며, 나도 그만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첫댓글 모두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텐데
이 좋은 세상에서
이제부터 모든 번뇌는
다 내려두고 그냥 즐겁게
좋은 사람들과 꽃길만 걸어가자.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길은 내 갈길이 아니지
고약하고 날카로운 그길은
우회 하는 방법으로 택하고
마음 다치지말고
거기서 넘어져서도 안되지
꽃은 화려하나
개똥 밭이라면 그건 꽃길이 아니지
요즘 삶이 이렇게 재미나지?
신나는 하루 하루가 드라마야.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