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밤하늘 중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별과 은하수로 펼쳐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밤하늘이고
또 하나는 어둠으로 뒤덮인 너무나도 무섭고 고독한 밤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밤은
너무나도 고독하고 무서운 밤인 듯 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민트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에 가깝지만 하늘에는 별은커녕, 달 그림자 조차도 보기
힘들었다.
“세크라맨츠의 밤하늘은 정말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
해변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민트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초가을에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생각보다 많이 쌀쌀했다.
이곳 저곳 마다 쌀쌀한 추위와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근처 근처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로등도 한둘씩 보였다.
"오호~~~ 신기하다. 저것이 마법적으로 돌아간다는?”
커다란 배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빠져 나오자 항구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행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선 민트의 일행을 찾아볼 순 없었다.
"쩝…. 그래도 처음 나온 대륙 여행인데 마중 나온 사람하나 없으니깐 조금은 초라하다…”
갑자기 밀려나온 인파에 밀려 민트는 어느덧 항구 끝 자락 까지
와 있었다.
그때 어떤 방랑자처럼 생긴 남자가 민트에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와
비꼬듯이 말을 하였다.
"이봐 꼬마야? 옆구리 채워줄 남자를 찾고있니?”
안 그래도 그 큰눈이 정말 소리가 날 정도로 끔벅거렸다.
“………………………..생각하기도 힘들다.
……………………………….춥다.
………….이모한테나 가자.”
다른 사람들은 마중을 나와준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민트는 변태 같은 남자가 한 말 때문에 세상에서 정말 보기 힘든 표정을 하면서 유유히 항구를 빠져 나갔다.
“10월초인데도 날씨가 기형적으로 춥지 않습니까?”
“음…. 이상한데? 이정도로 추운 적은 없었는데…”
세상에 빛이 모두 사라진 듯한 어두운 밤.
거리에는 두 남자가 길을 거닐고 있었다.
한남자는 짧은 머리에 진한눈썹 그리고 뚜렷한 인상이 사람의 시선을 끌었지만 외모의 비해서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는 그의 갑옷은 그자가 이 자리에 서있기 까지 수많은 전투 속에서 살아 남았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자의 칼은 방금 대장간에서 나온 칼처럼 칼집과 손잡이 부분이 상처하나 없는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자를 뒤따라오던 자는 상처하나 없는 하얀 풀 플래이트 갑옷을 입고 가슴과 칼에는 아스토나 기사단의 문장이 달려 있었다.
뒤 따라오던 남자는 달 그림자 조차 없는 하늘을 보면서 말하였다.
“아슈판 대위님. 벌써 세크라맨츠에 온지도 보름이 넘어가는데 아직까지 위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까?”
아슈판이라 불리는 허름한 갑옷의 주인은 자신의 갑옷에 달려있는 아스토나 기사단의 문장을 만지면서 천천히 말하였다.
“아직 아무 소식도 없다네. 미안하게 되었군.”
남자는 자신의 오른쪽 허리에 달려있는 검을 만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위님. 뭔가 잘못 됐다고 느껴지지 않습니까? ”
“잘못?”
“지금 드로이드 전체가 혼란한 이때 이런 대륙에 구석진 항구에 한 개 소대의 병력이 투입 됐다는 것이 뭔가 이상한 명령 아닙니까?”
“이상한 명령이긴 하지…”
아슈판은 주머니에서 담배파이프를 꺼내더니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게리언. 이곳에 온 것은 내가 자진해서 온 것이네.”
“네?”
게리언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자진해서 온다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
아슈판은 깊게 들이마신 담배연기를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서 날렸다.
연기는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아직도 그자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안아…”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슈판은 몇 년 전 일이 조금씩 떠올랐다.
<그 해 가을에는 꼭 세크라맨츠에 가주게. 어쩌면 대륙 전체에 운명이 그곳에서 결정 날지도 모른다네..>
“대위님?”
게리언은 아슈판의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말해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매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저……대위님? 무슨 생각을…”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항상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아슈판을 보고있으면 게리언은 조금식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아..아! 댄~ 미안하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아슈판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담배를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네”
입에 물고있던 답배는 생각보단 독했다. 한번 마실 때 마다 쓴맛이 입안과 폐 속까지 느껴졌다.
아슈판은 그 쓴맛을 즐기면서 더욱더 깊숙이 들 혀 마셨다.
“게리언. 자네는 운명이라는 것을 믿나?”
갑자기 나온 대위의 질문에 게리언은 잠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운….명 말입니까?”
“그래 운명…”
어느덧 버릇처럼 아슈판은 파이프의 끝부분은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대위님. 무언가 초조하십니까?”
“초조? 무슨 소린가?”
“대위님에겐 항상 두가지 버릇이 있는데 하나는 사람이 아무리 말을 시켜도 한번 생각에 빠지시면 계속 생각만 하시는 것, 또 하나는 초조하시면 파이프 끝을 씹지 않으십니까?”
아슈판은 자신의 파이프 끝을 쳐다보면서 미소 지었다.
“내가 그랬나?”
게리언도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대위님 버릇이죠. 초조하면 파이프 끝을 씹는 것도~.”
“참, 열심히 도 관찰했군.”
좀처럼 미소를 짖지 않는 게리언도 이번 만큼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대위님 밑에서 지낸 지 2년이 다돼 갑니다.”
아슈판은 조금 놀란다는 눈빛으로 게리언을 바라 보았다.
“벌써 그렇게 됐나?”
“네”
“하하~ 벌써 2년이라~”
아슈판은 재미 있는 듯 하늘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대위님. 그런데, 다른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느덧 다 피워버린 담뱃재를 파이프에서 털어 내면서 아슈판은 말하였다.
“궁금한 것이 뭔가?”
게리언은 조금 진지한 눈빛으로 아슈판을 바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왜 기사 후보 단으로 오셨습니까?”
조금은 당황해 할거란 것을 짐작 했지만, 오히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게리언이 더 당황 하였다.
“왜?난 기사후보 단에 오면 안되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대위님 정도의 능력이면 기사단 고위직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닙니까?”
아슈판이 미소를 지으면서 게리언을 바라보자 게리언은 자신이 말 실수를 했나 하는 걱정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내가 원해서 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 해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 있은 지 3년이나 되었군. ”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운지 아슈판은 어두운 밤거리를 웃으면서 걸어갔다.
“게리언. 자네에게 내가 한가지 물어보지.”
“네?”
아슈판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표정에서 무언가 무거운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 자네는 왜 2년이 넘도록 나를 따라다녔나?”
"........대위님..... 그 질문은 얼마 전에도 하셨던…..”
“질문에 대답해 주겠나?”
조금 차가운듯한 태도에 게리언의 가슴이 사늘해 졌다.평소에는 자주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 경험을 원했습니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그저 기사단의 고위직을 향해서 나가는 제 모습이 싫었습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했다면 지금쯤 괜찮은 자리하나 꾀차고 있었겠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엉켜있는 기사단에도 경멸을 느낀 것도 있었습니다.
한 나라,그리고 그 나라 왕에게 충성을 다해야 될 신성한
기사단이 비리와 매수,욕망과 쾌락,욕심과 배신등에 찌들어있는 그런 기사단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바꾸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 단계인 이곳부터 시작해서 이 나라의 기사단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곳에서 아슈판 대위님을 만났습니다.
충분한 경험과 능력.
저와 비슷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
그리고 중요한건 대위님의 신비로 가득한 과거의 무용담.”
“무용담?”
“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선 그런 식으로 말합니다.아무도 대위님의 과거는 확실히 모르나 그런 인물일수록 이런 저런 무용담이 그 사람 주위를 돌게 마련이죠.”
아슈판은 조금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무슨 그 정도 일이 무용담 씩 이나 되는지 모르겠군.”
“다른 후배들에겐 그럴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
아슈판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지만 정말 웃음이 나와서 웃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항상 그런 아슈판의 모습은 게리언에겐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무튼 게리언? 이젠 결론을 말하게.”
“………………제가 후보 단에 남아있는 이유는 대위님을 알기 위해서 입니다.”
“무었을?”
“대위님의 신조,진리,과거,그리고 인간 아슈판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대 아직도 내가 왜 후보 단에 있는 진자 이유를 모르겠나?”
“………………….”
아슈판은 다시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면서 걸기 시작했다.
“게리언 상사. 아직은 후보 단을 떠나긴 힘들 것 같군?”
아슈판은 다시 큰소리로 웃으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가지 힌트는 주지.
난 기사단 이면서도 군대식 계급 재도가 아직도 남아있는 후보단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야.
아직은 자네가 말했던 신조나 진리까진 생각하진 못했군.하하~~~"
아슈판은 다시 파이프에 담배를 채우면서 어둠 속으로 조금식 사라져 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게리언은 그의 말을 생각하면서 서있었다.
잠시 뒤 자신의 갑옷에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기사단 문장을 만져 보았다.
“충성심? 신조? 진리?………..”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서 미소가 떠올랐다. 거부할 수 없는 그런 미소…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분이야…”
고개를 흔들면서 게리언은 아슈판이 사라진 어둠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정에 가까워진 밤거리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기 힘들었다.
그러나 주점이나 여관들은 주말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 댔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바다쪽에 관련되어, 365일 일이지만,
그래도 세크라맨츠의 사람들은 삶을 즐길 줄 아는 낭만적인 사람들
이었기에 이런 주말의 밤을 그냥 지나갈수 없었다.
이런 밤엔 자연스레 주점이나 광장을 찾아서 한 주 동안의 고된 일들을 풀어 버리곤 했다.
그리고 아무리 대륙 전체가 혼란 속에 빠져 있어도 대륙 구석에 자리잡은 항구도시까지 그런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지난 몇 십년 동안 혼란이란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인생에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고…….
있었다………
민트가 해변의 숲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곳은 다른 술집이나 여관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잠도 없나? 벌써 자정이 다 되가는데”
낮선 사람들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민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쾌쾌한 담배냄새와 맥주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그래도 그곳 풍경은 꽤나 재미있어 보였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거나 카드놀이를 하고있었고,
한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이상한 물건들을 입이나 손으로 튕기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민트 귀에는 너무나 흥겹게 들렸다.
"혹시 저것이 말로만 듣던 악기라는 건가?”
민트는 그 악기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누군가가 자기의 팔을 잡고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봐 꼬마아가씨! 이 시간엔 여기에 무슨 볼일인가?”
그 소리에 민트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질뻔했다.
“뭐..뭐에요!”
민트는 그 사람의 팔을 뿌리 치려고 했지만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뱃사람인지 팔 힘이 엄청났다.
"왜? 돈 가지고 도망간 어미를 찾냐? 아니면 자장가 불러줄
아비를 찾냐?”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그 남자에 말에 미친 듯이 웃자 민트는 눈에서 눈물이 글썽 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이 맥주 줄 테니 울지 말아라? 알았지?”
그때 누군가가 그 남자의 뒤통수를 때렸는지 남자의 얼굴이 앞에 있던
식탁에 쳐 박혔다.
"컥! ….. 뭐..뭐야! 언놈이야!!!!”
"나다!”
뒤를 돌아보자 얼룩이진 앞치마에 거대한 식칼을 들고있는 40대정도로 보이는 뚱뚱한 여자가 보였다.
"하하….하하… 마리~”
"마리 좋아하네. 뭐 하는 짓거리야!”
마리라는 여자가 손에 들고있던 식칼을 높이 들자 주위 남자들이 모두 기겁을 했다.
"알았어!!!! 얌..얌전히 있을게 제발…그 칼만은…”
"조용히 술만 쳐먹어! 알았어?”
수염이 난 남자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꼬리를 내렸다.
"알았어…조용이 있을게…”
"진작 그럴 것이지..”
사태를 수습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민트가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서 주저 앉아 있었다.
"응? 넌….. 민트 아니니?”
민트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간신히 말했다.
“마…리…..이….모…..”
그나마 조용한자리를 찾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에 재대로 말이 안 들렸다.
민트는 구석 자리에 앉아 여관 1층에 마련된 술집에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곳의 여관들은 술집도 같이 있구나…”
신기한 듯 민트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을 때 주방에서 나온 마리는 코코아를 들고 민트에게 다가왔다.
“세크라맨츠까진 어쩐 일이니?그것도 이 시간에… 배를 타고 넘어 온 거니?”
“….네… 오늘 도착했어요”
마리는 김이 피어 오르는 따듯한 코코아를 민트에게 건네 주었다.
“무슨 일 때문에?”
따듯한 컵을 두 손으로 감싸면서 민트는 말하였다.
“음…..모르겠어요…”
“몰라?”
“네….그냥……여행….이죠?”
마리는 앞치마를 풀어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여행~? 아무튼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나 들어보자. 아버지는 어떠시니?”
민트는 잠시 머뭇거리는 눈으로 마리를 처다보다 고개를 떨구었다.
“아버지는 2년 전에 여행 떠나신 이후로는 아직 까진 특별한 소식은 없어요”
“여행? 그 나이에?”
민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이 여행을 다니셨어요.
저랑도 같이 다니셨는데 제가 여행 중에 한번 심하게 아픈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주로 혼자 다니세요.
그때 정말 심하게 고생했거든요.”
한눈에 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민트 였지만 그래도 그녀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마리는 그 눈빛을 바라 보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은? 지금은 연락이 되니?
“아버지가 한 달에 한번정도 편지를 하세요. 항상 하시는 말씀이 지내는 곳이 일정하지 못해서 주소를 알려줄 방법이 없대요.”
마리는 자기 앞에 있던 코코아를 한번에 마셔버린 후에 다시 민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건강은? 괜찮고?”
“네.”
“그러면 됐어. 아버지 건강도 괜찮고 민트도 이젠 어린나이도 아니고 이렇게, 여행하겠다고 대륙으로 넘어오기까지 하고
아버지 피를 그대로 받아서 그런지, 여행 좋아하는 것도 똑같구나.”
민트는 머리를 글적 거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모. 저 아직 열 일곱 인데요?”
“난 네 나이 때 혼자 독립해서 살았어요!.”
마리는 옛날 일을 떠올리는지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그때 아까 민트의 팔을 잡았던 그 뱃사람들이 맥주를 하나씩 들고 와서 테이블에 앉았다.
“이봐 아가씨. 여행 중 이라고?”
다시 마리가 죽일듯한 눈으로 바라보자 수염이 난 남자는 기겁을 하면서 손을 휘저었다.
“시비 걸려고 그러는 것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뭐가?”
“저 나이에 혼란중인 대륙을 여행 한다는 것이 궁금해서…?”
“그게 뭐?”
“아니 그…그냥?”
남자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이마에서 식은땀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민트가 생각하기에는 그 남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런 표정과
궁금하다는 표정이 범벅이 되어서 이상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냥 앉으셔요. 다만 장난치면…..알죠?”
“하하~ 그럼~~”
남자는 능글 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하나 둘씩 테이블로 다가왔다.
“암튼….이 놈들은 예쁜 여자만 보면 개처럼 미쳐서 !”
마리가 일어서려 하자 주위 남자들이 모두 기겁을 했다. 그러나 민트가 그런 마리를 말렸다.
“전 괜찮아요. 그리고 여기분들 그리 나쁜 분들 같지는 않은 걸요.”
“뭐?”
마리는 황당하고, 어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인간들을 나쁜 사람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런 민트를 바라보자,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제길! 아무리 늦어도 1시까진 일을 끝내야 한다!”
“너무 촉박해! 그리고 너무 경비가 심하단 말야!”
시간은 어느덧 자정이 넘어서 새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의 밤공기가 주위의 모든 것을 고요하게 만들 무렵..
세크라맨츠 영주인 슈비터 가리시얀 백작의 성 앞에 몇 명의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제길! 아직 가을인데 더럽게 춥군! 모두들 잘 숨어있어!”
“마빈츠! 네 목소리나 죽여! 다 걸려서 죽고싶어!”
성 앞의 풀숲사이에 마을 청년단 일원인 남자들이 10명정도 숨어 있었다.
그들은 건너편 성쪽에서 순찰을 돌고있는 경비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마을경비대가 풀 헬름(full helm)씩 이나 착용하면서 경비를 보냔 말이냐.
무슨 냄새가 나.”
마을 청년단 단장인 마빈츠는 보름 전부터 영주가 수상 적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자상하고 마음씨 넓은 영주로 알려져 있지만 마빈츠가 생각하기엔 그런 면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보름 전 마을 외각에서 성으로 향하던 마차 하나가 기습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이 터지게 무섭게 상황은 바로 수습이 되었는데 마침 그 근방에서 나무를 하고있던 마빈츠가 그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때 그 마차 주위는 썩은 살점들이 즐비했고 완전히 난도질 된 사람시체 5구가 보였다.
그리고 반쯤 썩은 것 같은 고블린 10마리가 마을 경비대에 공격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쓰러져 있었다. 그런대 수상한 것은 쓰러진 마차 주위에 반쯤 썩은 고블린 시체와 함부로 그 근처를 다가가지 못하는 병사들 그리고 마을 신전에 고위 사제인 마르텔 사제님과
다른 몇 명 병사만이 그 마차주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
아무튼 그 상황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몬스터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 마을주변에 고블린이 등장했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일 때문에 마을 고위 사제인 마르텔 사제님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
그때 그 병사들은 마치 ‘마차 주변에 가면 죽는다’는 표정을
하고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근처에서만 서성거리고 아무도 그곳에 들어 가려
하지않았다.
마르텔 사제와 함께 들어간 그 병사들도 매우 겁먹은 표정이었다.
물론 사제도 많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마빈츠는 그 날일을 마을 청년단원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비슷한 일들이 최근에 성 주위에서 몇 번 있었다는 것이다.
엘브리얀은 얼마 전에 자신의 개를 잃어버렸는데 잃어버린 다음날 성 뒤쪽에 숲에서 개가 시체로 발견 되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시체가 마치 썩기 시작한지 보름이 지난 것처럼 썩어있었다는 것이었다.
라로스는 낚시광 이라서 항상 밤마다 낚시를 하는데 어느날은 성 근처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데 성쪽에서 온 사람들이 마차에 무언가를 실어와서 호수에 버리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했다.
꾀 멀리서 봐서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대충 사람 몸집만한 것이 어두운 색 천에 싸여서 호수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사건은 얼마 전 마을에 나타난 좀비 오크였다.
아침 닭이 울어댈 새벽시간에 마을광장 한가운데 좀비오크 한 마리가 등장하였다.
그놈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마을에 들어왔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놈은 마을 경비대에
신고가 들어가기 전까지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부랑자 3명을 살해했다.
해가 뜨고 사람들 눈에 띈 그 오크좀비는 마을 경비대가 오기 전까지 청년단 사람들과 목숨을 건 혈투를 하고있었다.
사람들이 성에 신고를 한지 10분만에 병사들이 달려왔지만 그 10분 동안 미쳐 날뛰는 좀비를 막기위해 청년단원 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어떤 사람은 좀비에게 물릴뻔했지만 다행히 물리진 않았다.
경비대가 왔을 때 최고 사제인 마르텔 사제도 함께 와서 일을 수습했다.
경비대에 간단히 좀비는 제압을 당했지만 3명의 사상자가 있었다.
성에서는 이번 일은 마을 외각에서 들어온 오크좀비가 마을을 습격했다고 발표를 했다.
가을철이 되자 마을주변에 몬스터 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각자 조심하는 말도 있었다.
그 일이 터진 뒤 청년단에서는 성을 한번 조사해 봐야 된다는 의견이 하나 둘씩 나왔다.
마빈츠도 같은 생각이어서 마을 장로 회나 기타 중요 사람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성의 방문여부를 물어보았다.
다들 찬성하는 의견이어서 청년단은 영주에게 정식적으로 견의 하였으나 그 건의는 거부 당하였다.
그런 식으로 성을 조사 한다는 것은 왕의 성을 조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기에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씩 영주에 대해서 이상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지만 워낙 인심 좋고 인자한 영주로 소문난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도 얼마가지 못했다.
그러나 마을 청년회 사람들은 달랐다. 특히 마빈츠의 마음은 특히 그랬다.
청년단 사람들은 어쩌면 큰 사건일수도 있는 이 일을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알아보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견을 모은 결과 새벽시간에 성에 침투해서 가장 의문이 가는 곳을 조사해 보자는 것이었다.
의견은 결정되었으나 마빈츠는 무언가가 불안했다.
자기들은 모두 배사람 이거나 밭일, 물건 파는 일만 해보았지 이런 도둑질 같은 일은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들의 신변도 걱정되었다.
그래서 마빈츠는 청년단원에게 일정에 금액을 구해서 사람을 한명 고용하기로 했다.
때마침 마을에 괜찮은 칼잡이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어서 청년단원 들은 그가 묵고있던
여관으로 찾아갔다.
그저 하찮은 좀도둑이라 생각했던 청년단원 들은 생각보다 날카로운 살기를 가진 그자에게 선뜻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다.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그자에게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말이 트이자 일은 쉽게 풀려갔다.
그자 역시 성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청년단의 고용된 그자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사람 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날카로운 눈빛과 허리춤에 걸려있는 두개의 검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 걸리 적 그렸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별하나 조차도 보이지 않는 어느날.
그들은 성 앞에 있는 풀숲에서 모이게 되었다.
“제길! 방법이 없다. 일단 여기를 뚫고 들어간다. 인원은 총 8명이니 2명씩 짝지어서 들어간다.
누구든 먼저 수상한 점을 발견하는 자가 조사를 하고 조사가 끝나면 성밖에서 소란을 피워서 다른 사람이 도망갈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준다.”
마빈츠는 인원들에게 하나 둘씩 지시를 하고 조사할 구역들을 정해주었다.
“라로스와 니카엘이 한조가 되서 3층을 조사해.그리고 겐시로와 나는 함께 지하실로 가보겠다.
다들 복면으로 얼굴 가리는 것 잊지 말고.”
다들 마빈츠의 말의 주의를 하면서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겐시로는 처음의 자세처럼 늘어 저서 눈을 감은 자세로 흥얼흥얼 되고 있었다.
"겐시로!내 말 안 들려!어서 복면을 착용해라!”
겐시로라는 자는 머리는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긴 검정 생머리에 갈색 빛의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잊혀진 대륙에서 온 칼리마인들의 검을 두 자루나 착용하고 있었고 여전히 눈을 감고 흥얼흥얼 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