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의 소유권 관련 조항을 친일파 후손의 땅 찾기 논리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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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암의 위임을 받은 봉선사(주지 철안)는 8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법의 소유권 관련 조항(제211~214조)을 친일활동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심판해달라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법원에 접수하고, 성명서를 발표한다.
봉선사측의 주장은 이해창 후손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내원암 경내지(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산103-1) 14만7천967㎡는 이해창이 한일합방 공로를 인정받아 조선총독부로부터 무상대여 받은 토지로서, 이에 대해 민법 조항을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은 전문(前文)에서 3·1정신 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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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논리대로라면 반민족행위자들이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권리는 제한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며, 그런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법원측이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이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결정할 경우 사회적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할 경우 반민족행위자의 땅 찾기 소송은 전면 중단되고,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
만약 헌재가 위헌을 결정할 경우,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반민족행위자 후손의 땅 찾기 소송은 근절될 수 있다. 또 마냥 신성시 돼 불가침적인 권리로 간주돼 온 재산권을 취득과정의 반민족성을 근거로 제한하는 판례로서, 역사적으로 부당하게 취득된 재산의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번 제청신청은 법리적 관점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이를 계기로 헌법 전문의 효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법학계에서 오래된 논쟁이 재점화 될 수 있다. 헌법전문에 대해 “국민의 근본적인 정치적 결단의 표현(결단주의 헌법관)” 또는 “사회적 통합의 당위적 목표와 방향을 나타낸 것(통합주의 헌법관)”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헌법제정의 유래와 목적을 기술한 것에 불과해 규범력을 갖지 않는다(법실증주의자)”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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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법률심판신청을 준비해온 봉선사 총무과장 혜문 스님은 “친일파 후손의 재산찾기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입법·사법·행정의 국가 기능 또한 적극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하게 됐다”며 “1천만 불자가 단결해서 내원암을 지키고, 민족정기를 바로세워줄 것”을 호소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해방 60주년에 즈음한 성명서
-반민족 친일파 재산보호에 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며
1. 서언
불교는 지난 1500년동안 우리 민족과 영욕을 함께 하면서, 평화시에는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때에는 민족을 단결시키는 구심점의 역할을 해 왔다. 몽고군의 침입시기 민족의 힘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팔만대장경불사.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침입으로부터 분연히 떨쳐 일어나 칼과 창을 손에 잡은 승군운동, 3.1운동을 주도한 만해스님,
용성스님 등 역사적 시련을 통하여 한국불교는 ‘호국불교’의 전통을 굳건히 확립하였다.
여기에 의거하여 우리는 일제의 잔인한 압박으로부터 민족이 해방된지 60주년을 맞이하여 아직까지 떨쳐내지 못한 친일망령의 청산을 위하여 법원에‘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는 바이다.
2. 친일파 후손의 재산찾기와 우리의 현실
지난 97년 을사오적의 하나이며 , 대표적인 반민족 친일행위자인 이완용의 후손이 시작한 ‘친일파 후손의 재산찾기’는 보수적인 법원이 이완용후손에게 승소판결을 내림으로써 대다수 국민들에게 경악과 실망감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송병준, 이재극, 이해창등 을사오적 및 한일합방의 공로자로 일본정부로부터 은사금과 작위를 수여받은 친일파들의 재산반환소송이 줄을 이어 제기되고, 연이어 승소함으로써 ‘3.1운동의 정신과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 심히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헌법정신을 수호해야할 법원이 동족을 팔아먹은 댓가로 축적한 재산일지라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있고, 친일파의 재산찾기를 방지하고자 최용규,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반민족 친일 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이 오히려 위헌시비에 휘말려 있는 우리의 현실은 항일의 역사위에 수립된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의심케 한다.
3. 봉선사가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하게 된 계기
친일파들의 준동(蠢動)은 이제 산사(山寺)에도 미쳐,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당시 공로자로 선정되어 일본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은사금을 수여받은 이해창의 후손이 봉선사(奉先寺)의 말사(末寺)인 수락산 내원암(內院庵)의 토지 5만평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함으로써 천년사찰 내원암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었다.
봉선사는 조선시대이래 우리나라의 교학중추를 담당하는 교종본산(敎宗本山)이고,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으로 말미암아 꺼져가는 불교를 위해 순교한 허응당 보우스님과 함께 불교중흥을 이룩한 사찰이며, 일제시대를 통하여 운암 김성숙, 운허큰스님과 같은 항일운동가를 배출한 사찰이기도 하다. 특히 운허큰스님은 봉선사의 전 조실로서 젊음을 ‘대한광복단’의 일원으로 항일운동에 바치셨으며, 해방후에는 불경의 한글화를 주도하여 ‘동국역경원’을 설립,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하신 대강백이시다.
수행집단인 승가가 사회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찾기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제도적 장치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국가 기능이 친일파 청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봉선사는 운허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정기를 되살리고자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는 바이다.
4. 결어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헌법을 탄생시킨 권력의 주체인 헌법제정권력의 선언으로서 국민의 근본적 결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는 기존의 보수적 견해를 버리고, 헌법제정 권력의 주체인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이고, ‘위헌판결’을 선고함으로써 민족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를 촉구한다. 나아가 이 나라의 1000만 불자들은 단결하여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호국(護國)의 불사(佛事)에 동참, 우리민족의 앞날에 부처님의 정토(淨土)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
불기(佛紀) 2549년(2005). 8. 8
대한불교 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철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