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제269회 한국희곡뮤지컬 창작워크숍 정기독회 박정기 작 사진속의 젊은이
공연예술인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제269회 한국희곡뮤지컬 창작워크숍으로 박정기 작 사진속의 젊은이를 2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정기독회를 했다.
작의(作意)
1980년대에 민주화를 향한 폭풍노도가(暴風怒濤)가 대학가를 휩쓸자, 당국은 대학에서의 학생집회나 여가활동(餘暇活動) 일체를 금지하고, 민주화를 부르짖는 시위학생을 체포해 옥고(獄苦)를 치르도록 한 경우가 빈번했다. 물론 그들 중에는 후에 정치적으로 입지를 세우거나, 고위공직자로서 행세를 하게 된 인물도 많았으나, 정치에 관심이 없는 까닭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에도 소외되고, 도외시된 순수예술부문에 종사하던 인물이 있었고, 필자와도 연관이 있는 인물이기에, <사진 속에 젊은이>를 통해 그 인물을 부각 시켜 보려고 애썼다.
줄거리
어느 해 12월 말 자정 가까운 시각에 한 사나이가 초라한 차림으로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성단 앞까지 가까이 다가간 사나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회상에 잠겨 <아베마리아>를 부른다. 그 노래가 자못 비장하고 열정적일 때 젊은 신부 한 사람이 소리 없이 등장해 노래를 듣는다. 노래가 끝나자 신부는 사나이 앞에 모습을 들어낸다. 사나이는 당황해 하며, 밤늦은 시각에 불쑥 성당으로 들어온 것을 사과하고, 밖으로 나가려 한다. 그 때 사나이를 자세히 보던 신부가 사나이를 부르며 “박 선생님이 아니십니까?” 하고 묻는다. 사나이는 흠칫 놀라며 부정을 하는 듯한 말과 동작을 취하지만, 결국 노출된 신분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 사나이의 변한 모습에 놀란 신부는 과거 사나이의 혁혁했던 경력을 들춰 이야기 하고, 자신의 몸에 있는 상처를 보인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번한 어린 시절의 신부가 바로 사나이의 도움과 수혈로 목숨을 건진 일이 객석에 알려진다. 그리고 신부의 누님이자 사나이의 대학 후배인 여인의 이름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떠 올려지고, 사나이를 20년 가까이 찾았던 신부의 누님이자 사나이의 첫사랑이, 바로 성당 옆 사랑의 집에 머물고 있음이 알려지고, 신부는 누님을 부르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 사나이는 관객에게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과거와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민주화 투쟁과 연관되어 옥고를 치룬 일과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져야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객석에 전하고, 그 여인에게 즐겨 들려준, 테너 “타리아비니”가 출연했던 영화, 물망초의 주제가 <나를 잊지 마세요>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래가 한창일 때 신부와 누님이 등장한다. 사나이와 신부의 누님인 여인과의 해후가 20여년 만에 감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사나이와 여인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여인은 사나이를 찾았던 20년의 세월을 이야기 하고, 사나이는 노숙자 같은 세월을 보냈음을 이야기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민주화 통제되었던 시절,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위주동자 격인 여인 대신, 사나이가 자신이 주도자임을 주장하고, 끌려가 8년간 옥고를 치루고, 석방된 후에도 모친간병으로 7, 8년의 세월을 보낸 후, 그간의 세상변화도 살피고 구경할 겸, 떠돌이 같은 세상을 보낸 사연이 밝혀진다. 사나이는 소원이던 사랑하던 여인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만족하고, 여인과 신부에게 작별을 고한다. 떠나려는 사나이에게 여인은 한 장의 사진을 보인다. 사나이는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자신의 사진을 보고, 감동하고 고마워하면서도, 이제는 그만 사진을 버리라고 여인에게 당부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 신부가 큰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이 사진은 선생님의 사진이 아닙니다! 선생님을 닮은 젊은이의 사진입니다!” 사나이는 멈춰 서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요? 세상에 어찌 닮은 사람이 없겠소? 오! 내가 착각을 했구먼, 이젠 시력이 신통치가 않아서... 이해해 주시오. 그럼 안녕히...”하며 성당입구로 가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여인이 울부짖듯 소리친다.“ 가지 말아요! 18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어딜 가요?” 신부도 외친다 “그 사진속의 젊은이는 바로 박 선생님의 아드님입니다!” 성당입구계단에 우뚝 선 사나이, 그의 머리와 어깨 위에 흰 눈이 살포시 내려 덮이면서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극장전체로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이 작품은 충무로 무비하우스에서 2012년에 극단 신협의 전세권 연출로 6개월간 공연되었다.
권병길, 장연익, 이진영 등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게 기억에 남는다.
무비하우스 장석은 사장과 전세권 연출 그리고 권병길 배우는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다.
박정기